[서울대 외상센터③] “저승사자 손에 이끌려 가는 환자, 두고 볼 수 없다”
[서울대 외상센터③] “저승사자 손에 이끌려 가는 환자, 두고 볼 수 없다”
  • 김 선 기자
  • 승인 2021.10.20 11:02
  • 수정 2021.10.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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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용·장예림(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교수)인터뷰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권역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30.2%다. 반면 광주·전라·제주 권역은 25.9%, 부산·대구·울산·경상은 16.7%, 대전·충청·강원은 15%다. 오히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지방보다 더 높은 것이다. 그 이유는 서울에 제대로 된 외상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빅5’ 병원 등 최고 의료시설을 갖춘 병원이 서울에 즐비하지만, 제대로 된 외상센터가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가장 높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과 서울대병원의 국가 중앙병원 역할을 위해 올해 3월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4개소(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를 지정,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는 응급의료센터에서 전원되는 중증외상환자에게 수술 등 최종 치료를 365일 24시간 제공하는 의료시설로 서울시에서 이와 같은 치료센터가 지정·운영되는 것은 처음이다. 4개소 가운데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박찬용·장예림 교수를 만나 외상센터 유지와 존립 필요성에 대해 얘기 들어봤다.

박찬용 교수(왼쪽)와 장예림 교수. [제공=서울대병원]
박찬용 교수(왼쪽)와 장예림 교수.

- 2011년에 서울대병원 외상센터가 설립됐다. 올해 새롭게 개소한 외상센터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박 교수 “2011년도에 서울대학교병원에 중증외상센터가 생겼고 외과·흉부외과·정형외과 선생님들이 모여 활동을 했다. 하지만 그때는 외상센터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많지 않아 활동을 길게 못 했다. 올해 개소한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센터는 2015년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에서 서울이 꼴찌를 하면서 계획됐다. 빅5병원과 유사한 병원이 모인 곳에서 산간지역이나 농촌지역 보다 외상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학병원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중증외상센터를 다시 설립했고, 외과 내 분과로 외상외과를 만들어 장예림 교수를 비롯한 펠로우 선생님들을 영입했다. 앞으로 외상환자를 보기 위해 응급의학과 선생님들과 함께 진료를 진행하면서, 365일 24시간 당직체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는 서울대병원장과 부원장, 기조실장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서울시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나섰다. 그 점이 또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서울대병원 외상센터에 오게 된 계기와 포부가 있다면.

장 교수 “외상과 관련해 각 시도에 권역외상센터가 생기면서 서울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발전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아직까지 성적이 최하위다. 그런 점에서 내가 서울에서 할 일이 많다고 말씀 해주셨던 선생님들의 말씀에 공감했다. 또 긴급 구호활동가로서 이 일을 계속 하려고 하는데, 현장에서 활동하려고 하면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할 수 있는 일과 어떤 소속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에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병원 소속이 되면 개인적으로 구호 활동을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결심하게 됐다.”

박 교수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꼴찌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서울대병원 역할을 도모하고자 동참하게 됐다. 이전에 전남대·부산대·원광대 병원에서 일했는데, 센터 마다 인력이 부족했다. MZ세대에 접어들면서 워라벨을 추구한다. 저 급여에 저렇게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냐며 외상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또 지방에 있는 병원들은 전공의 자체가 부족해서 외과 중 세부 전공인 외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부족하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훌륭한 인력이 많고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이 충만해서, 그런 사람들이 외상을 갖고 일한다면 대한민국 외상이 전반적으로 좋아질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 서울대병원 외상센터 개원 이후가 궁금하다.

장 교수 “개원을 하기 전 원내에서 많은 회의를 했다. 따로 독립된 공간이 없어서 중환자실을 포함한 공간에 대한 준비를 했다. 또 중증외상환자 이송체계를 소방서와 직접 정비하면서 지금은 외상환자가 많이 늘었고, 지금은 최종치료센터 4개소로 그 전보다 잘 이송되고 있다. 그 시점이 9월부터인데, 그 전에는 중증외상환자를 골든타임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다가 해결이 안 되면 최종치료센터로 이송됐다. 환자 골든타임을 위해 중증외상환자면 최종치료센터로 바로 오는 것이 좋겠다고 서울시와 소방서에 요청했다. 서울소방본부에서 중증외상환자면 바로 최종치료센터로 이송하라는 지침을 9월 4일 공지해줬다. 외상센터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보완해 나가고 있다.”

박찬용 교수. [제공=서울대병원]
박찬용 교수.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박 교수 “소방에서 온 전화를 저희가 직접 받게 되면서 평소 환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초반에 소뿔에 배를 받쳐 온 환자인데, 복벽이 터져 탈장이 됐다. 사람들도 서울에 소가? 하고 많이 놀랐는데, 장 교수는 저번 달에 사슴뿔에 받혀 실려온 환자를 봤다. 그래서 사람들에 서울에 사슴이? 하면서 또 놀랐다. 지금까지 외상센터 일을 하면서 처음 봤다.”

장 교수 “저는 <위키리크스한국>에서 인터뷰 한 두 환자가 기억이 남는다. 두 분 다 재활치료가 남아 있어 아직 결론을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서울대병원에 외상센터가 있어서 살릴 수 있었다. 예전이라면 응급실에서 사망할 뻔한 환자들이 고비를 잘 넘기고 재활 치료도 잘 받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감사하고 뿌듯하다. 죽음의 문턱 넘어 상상 못할 고된 과정을 이겨내고 재활 치료를 앞두고 있는 두 환자분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고, 힘든 치료과정 중에도 서울대병원 외상센터를 위해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환자분 그리고 (예비)가족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당신이 조만간 내딛을 그 한 걸음이 앞으로의 외상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생각하면 힘드실 수도 있을 만큼의 상황인데도 새 생명을 얻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됐다.”

박 교수 “암 환자와 다르게 외상환자들은 초기 다급한 상황만 잘 모면하면 후유증은 조금 남더라도 점점 좋아진다. 외상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라포(신뢰) 관계가 매우 돈독하게 유지될 수 있는 건 저승사자 손에 이끌려 가던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여차하면 그냥 따라갔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라포 관계가 의료진에게는 마약 같다.”
 
장 교수 “환자들이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 손을 잡아준 의료진에 대한 의존도나 의지, 신뢰 등이 높은 것 같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내가 뭘 잘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걸 통해서 깊은 우대 관계가 생긴다. 그게 정말 큰 기쁨이고, 그것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정말 이 일은 마약이다.”

장예림 교수. [제공=서울대병원]
장예림 교수.

- 서울시에 적합한 외상사업 모델은.

박 교수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 2017~2019년도 결과가 곧 나온다. 결과와 상관없이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는데, 외상 분야는 상당히 뒤쪽에 있다. 거기서 서울시는 꼴찌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전반적으로 외상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선진국 외상 수준을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권역외상센터를 통해 어느 정도 외상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 지역 전체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면적 자체는 크지 않다. 차만 막히지 않으면 환자를 이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동하다 보면 그렇게 안 된다. 특히 외상환자에게 시간이 중요한 만큼 길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다른 지역보다 개소가 계속 느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권역외상센터 만큼의 규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개소 한 뒤에도 서울에서 발생한 환자들을 다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환자의 동선과 분산 문제가 있다. 이런 것과 관련해 국립중앙의료원이 개소를 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써브에서 서포트 해주는 작은 외상센터의 역할을 하는 병원들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는 선진국 사례에도 나와 있다. 레벨1 병원은 큰 역할을 하지만, 면적이 넓을 경우 레벨2, 레벨3 등으로 나눠 운영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병원이 하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과제가 남아 있다면.

박 교수 “서울대병원에 중증외상센터와 분과로 외상외과가 개설됐으니 이게 최대한 활성화 되어 서울시 외상환자에 대한 결과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설이나 인력이 마련되어야 후배들도 양성할 수 있다. 서울시 안과 다른 지역, 또 국가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9월부터 병원 전 단계인 구급대하고 외상센터와 관계를 위해 미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좋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에는 서울 서부지역을 맡았는데, 오늘부터 마포 소방서를 시작으로 6개 소방서를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가 늘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리고, 그분들이 원하는 것과 그분들의 고충을 들어보고자 한다.”

장 교수 “병상을 비웠을 때 발생하는 두 가지의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병상을 비우게 되면 다른 환자들이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뺏을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적자다. 병상을 비우면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 외상환자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병원이 그 적자를 안게 된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외상환자를 위해 임시로 병상을 비워두는 것을 어려워 한다.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들이 외상센터를 운영하기 어려워 하는 이유다.”

박 교수 “병상이 비워져 있어야 갑작스럽게 발생한 외상환자를 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비용을 누군가는 내줘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 지금 코로나 환자들은 국가에서 그 병상을 만드는 것도 지원해 주고, 또 환자를 보면 그 병상의 몇 배의 수가를 준다. 비어있는 병상에 대한 수가도 환자를 보는 것보다 더 준다. 그러면 비워 두게 되더라도 일단 만들어 두면 좋은 일이 된다. 그런데 외상에는 절대 그게 안 된다.”

장 교수 “권역외상센터 같은 경우는 그게 어느 정도 되고 있다. 건물도 지어졌고, 비어 있는 병상 적자를 지원하는 수가도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어느 것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외상센터팀. 박효선 외상 코디네이터, 이신애 전임의, 장예림 교수, 박찬용 교수, 김영민 교수, 이정무 교수(왼쪽순). [제공=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외상센터팀. 박효선 외상 코디네이터, 이신애 전임의, 장예림 교수, 박찬용 교수, 김영민 교수, 이정무 교수(왼쪽순).

- 마지막으로 강조할 메시지가 있다면.

장 교수 “저희가 하고 있는 연구와 사업은 많다. 공공보건의료진흥원과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심포지엄과 서울시 외상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암환자 환우회 처럼 외상환자 모임을 만들어 치료 이후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중증외상환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환자분들도 있는데, 이분들이 생존 이후 통증, 심리적인 부분들, 사회적 복귀, 사회적 관계 등과 관련해 오롯이 혼자 감당하고 있다. 유경험자들은 이런 정보에 대해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면서 어려워 한다. 지금 서울대병원에 외상환자를 위한 다학제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정신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가정의학과 선생님들이 있다. 이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논의를 하고 있다. 외상환자에게 치료 이후 전문적인 의학적 지원이 반드시 이뤄졌어야 했던 건데, 우리나라에서 이게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에 대한 학문적·제도적·사회적 시스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박 교수 “그동안 외상센터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이전에는 말하기 어려웠던 점이 차후 치료가 제대로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라포가 생기지만, 병원과 환자 사이에 라포는 생기지 않는다. 서울대병원이 좋은 것은 차후 치료로 양평에 위치한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대병원과 국립교통재활병원은 함께 다학제 회의를 진행하면서 외상환자에 대해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상환자들이 겪는 우울증에 대한 치료와 재활 치료를 해주는 국립교통재활병원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외상 환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권역외상센터와 다른 게 서울대병원이 가진 장점이라고 하면 바로 이러한 점이 될 것 같다.”

장 교수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몇 개월 전부터 외상환자를 받겠다고 하면서 굉장히 시스템을 잘 구축해 가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4명의 환자가 전원을 갔다. 매주 미팅을 하면서 전원 간 환자의 경과를 듣고, 상의하면서 다시 와야 하는 타이밍이 있다면 맞춰가고 있다. 특히 그 곳에 있는 교수님이 매주 수요일 마다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를 오신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고무적이다.”

박 교수 “외상환자 치료단계는 아우디 그림을 그리면 첫 번째가 예방이다. 두 번째가 병원 전 단계, 세 번째가 병원 단계, 마지막이 재활이다. 재활단계 까지가 외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단계다. 우리가 살려도 다시 또 죽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장애를 얻게 된 사람들의 경우인데, 그 사람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지원이 중요하다. 재활 치료와 정신의학적 지지는 치료 영역에서 연장선상에 있다.”

[위키리크스한국=김 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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