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관 회장 “1조클럽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사람… 믿고 맡겨라”
구자관 회장 “1조클럽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은 사람… 믿고 맡겨라”
  • 안정은 기자
  • 승인 2021.10.19 08:49
  • 수정 2021.10.19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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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앙상블포럼' 10월 모임 현장
구자관 삼구그룹 회장(오른쪽)이 기업 성장의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앙상블포럼 제공

“기업을 연매출 1조원대 규모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우패션그룹 안병천 회장)

“기업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비결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믿지 못하면 채용을 하지 말고, 일단 채용했으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겁니다. 직원들이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아이디어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뛰면 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삼구그룹 구자관 회장)

1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선잠로 흘러트(HLUT). 성우 배한성씨가 최근 오픈한 고품격 가구갤러리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대표책임사원(삼구그룹 회장), 안병천 회장, 임채원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정지철 두남재ENT 대표, 김미영 블루스톤 갤러리 관장, 김정아 화가, 김재환 앙상블포럼 사무총장 등이 모였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모인 이날 앙상블포럼 10월 모임에서 구 회장은 ‘신뢰’를 기업인의 가장 큰 리더십으로 꼽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계열사들로부터 들어오는 급여가 연간 10억원쯤 됩니다. 그런데 제 비서가 모든 것을 맡아 처리하고 있어요. 세금 납부도 알아서 하고 있고요. 여기저기서 기부금 요청을 하는데 회사에서 경비 처리가 어려운 것은 제 계좌에서 처리합니다. 저는 제 통장에 얼마가 남아 있는지 묻지도 않고, 알지도 못합니다. 보고도 안받습니다. 그냥 믿고 맡기는 겁니다.”

구 회장이 일군 인력파견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이다. 청소로 시작해 경비 보안 건물 시설관리 환경 배송 물류 생산 판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도 다각화됐다. 국내 아웃소싱 업체들 중 직원 4만명, 매출 1조7000억원을 넘는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6만여개의 아웃소싱 기업 중 2위가 3,000억원 규모이니, 단연 압도적인 상황이다.  

2010년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긴지 8년 만인 2018년에 1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2015년에 미국, 2016년에 중국, 2019년에 베트남에 진출했다.

유산 하나 없이 걸레 하나에 하이타이 한 봉지, 염산 한통을 들고 출발한 변기 청소가 국내 130대 기업(외형 기준)에 들어선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게 재계의 평가다.

구자관 삼구그룹 회장(오른쪽)이 직원들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안정은 기자

그는 사업실패로 두번의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

가족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겨주기 위해 전신(全身)의 3분의 1에 화마(火魔)를 입기도 했고, 빚더미에 한강으로 차를 돌진했지만 결국 미수에 그쳤다.

그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청소업으로 재기를 시도했다. 먼지 듬뿍 마시고 만들었던 걸레 공장 경력과 음식점과 빌딩 변기를 닦는 청소 밖에는 어떤 기술도, 노하우도 그에겐 없었다. 당시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국풍81’이라는 대규모 행사와 함께 전시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국풍(國風)81에 이어 우주과학박람회 로봇과학전 주방기구전시회 체육전시회 등 대형 전시회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자리에서 열었다. 정부는 여의도광장(현 여의도공원 부지)에서도 대규모 행사를 했고, 이 행사에 공영방송인 KBS가 동원됐다. 두 달 동안 이어진 우주과학박람회 청소 입찰을 1300만원에 낙찰 받았다. 2000만원 정도는 돼야 적자를 면하는데 덤핑을 친 것이었다. 우선 일감부터 확보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따낸 사업이었지만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깡통을 하나에 10원을 쳐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하루에 5만개 깡통이 쏟아졌고, 그걸로 50만원이라는 부수입이 들어왔다. KBS는 이런 전시회를 86아시안게임까지 6년 동안 계속 했다. 그에겐 이 것이 재기의 밑천이 됐다.

IMF는 또다른 위기였다. 아웃소싱 청소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은 하루아침에 두 동강이 났다. 살아남기 위한 조치는 신속하고 혹독했다. 삼구도 구조조정을 피해나갈 수 없었다. 급기야 사무실 직원들이 넥타이를 풀고 경비 복을 입고 청소 도구를 들었다. 그리고 현장을 달려 나갔다. 사무실을 포기하고 현장에 자원해서 나간 것이다. 물론 보너스도 포기했다. 1800명 직원이 800명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직원들이 회사를 살려냈다.

1999년이 되니 일이 제대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가 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만들어 나간다고 느꼈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고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경영 이념은 이처럼 오랜 고난을 통해 다져진 것이다.

구 회장은 2003년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47%나 보너스로 나눠줬다. 부인과 동생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돼 있던 주식을 회수해 임직원들에게 골고루 배부했다.

당시 300주를 받은 운전기사는 지금 장외주가 시세(주당 40만원)로 1억2000만원이 됐다. 구 회장은 지금도 누구를 만나도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다.

삼구의 총괄사장이 공채 1기 출신이다.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한 케이스가 하나도 없다. 모두 신입사원에서 출발해 경쟁을 뚫고 임원 자리에 올랐다.

구 회장은 회사 자금집행에 결재를 하지 않는다. 모두 경영진에게 맡기고 있다. 

중국 사서 송사(宋史)에 ‘의인불용(疑人不用) 용인불의(用人不疑)’라는 말은 ‘의심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인데 작고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남긴 유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이 직원들을 신뢰하고 맡기라는 뜻은 기업이 성장할 때 직원들의 자발적인 열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안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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