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위드코로나' 실행후 하루 확진자 5만명 급증... 방역완화가 치명타
英, '위드코로나' 실행후 하루 확진자 5만명 급증... 방역완화가 치명타
  • 정세윤 기자
  • 승인 2021.10.20 17:40
  • 수정 2021.10.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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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거 푼 ‘자유의 날’인 7월19일(현지 시각) 오전 출근 시간대에 대부분의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런던브리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영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거 푼 ‘자유의 날’인 7월19일(현지 시각) 오전 출근 시간대에 대부분의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런던브리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최근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명에 육박하는 일일 확진자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이 너무 성급하게 마스크를 벗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만8703명을 기록했다.

인구가 6800만명인 영국의 일일 확진자수 주간 평균은 4만414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또한 영국 내에서 28일 내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환자 수는 223명으로 집계되면서 지난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올해 7∼10월에 발생한 확진자 수만 30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영국이 자랑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재 다른 질병 등으로 병원 치료를 대기 중인 환자 수는 57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29부터 이달 9일까지의 잉글랜드 신규 확진자 데이터를 분석한 영국 통계청(ONS) 자료를 보면 7∼11학년(우리나라의 중1∼고2에 해당) 최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을 나타낸 학생들의 비율은 8.9%로, 조사 초기(2.6%)에 비해 크게 올랐다.

방역 규제 완화가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영국은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쓰기 규제를 완화하고, 모임 인원제한을 없애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국민들에게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자"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에도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한 위험 요인이라면서도 영국이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한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마스크'로 하원 출석한 영국 총리와 여당 의원들 [출처=연합뉴스]
'노마스크'로 하원 출석한 영국 총리와 여당 의원들 [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영국 국민들은 느슨한 방역 규제를 만끽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임페리얼대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국민들은,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서유럽 인접 국가 국민들보다 '더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마스크의 감염 차단 효과가 명백한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 완화 조치가 최근 재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백신으로 확보한 면역력이 약해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따르면,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 그 면역 효과가 약 6개월 이후 크게 약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환자들이 증상 모니터링 앱에 입력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영국에서 백신을 1차 이상 접종한 비율(12세 이상)은 86.0%, 접종 완료율은 78.9%에 이른다.

그러나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해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그 효과가 미약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최대 75만명이 넘던 신규 백신접종자 수가 최근 2만∼3만명대에 정체된 것도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런던 퀸매리대학의 역학 전문가 딥티 굴다사니는 CNN에 "정부는 그동안 팬데믹이 끝났고,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메시지만 내 왔다"고 비판했다.

런던보건대학원의 매키 교수도 CNN에 "팬데믹이 끝났다고 정부가 말하는데 뭐하러 굳이 백신을 맞으려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델타의 자손 변이' 바이러스가 확진자 증가세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델타 플러스'로 불리는 이 변이는 최근 영국 내 신규 확진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고틀리브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트위터에서 "델타 플러스가 더 전파력이 높은 건지,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긴급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도 영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존슨 총리는 완화된 방역 조치와 '부스터샷' 접종 등으로 겨울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료 체계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마스크 의무화 등을 담은 '플랜B'를 적용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크리스티나 페이즐 교수는 "확진자 수가 늘고 입원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감염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즉각 플랜B로 돌입하고, 백신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학 전문가 굴다사니도 "몇 달째 하루 확진자 수가 3만∼4만명에 이른다"며 "하지만 영국에서는 이제 이정도는 보통이 됐다"며 "어떤 의료진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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