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건강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의사의 건강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21.10.21 13:05
  • 수정 2021.10.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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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0일 한 장의 보도자료가 미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아마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체이스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의 비대하고 고착화된 의료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세우겠다 발표한 것이다. 이들이 만든 헬스케어 법인의 이름은 헤이븐(Haven), 안식처란 의미이다. 그리고 6개월 후 이 회사의 CEO가 발표된다. 바로 의사이자 뉴요커의 유명 칼럼리스트 아툴 가완디. 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이다. 아톨 가완디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를 받은 이력의 의사로, 당시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교수이자 브리검 여성병원의 의사였다. 작가로도 의미있는 책들을 발표했는데,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등의 냉철하면서도 깊은 시선으로 의료계의 중요한 문제를 다루었다. 그 중에서도 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현대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게 하는 책 이자, 가완디의 저작 중 가장 강렬하고 감동적인 책으로 꼽힌다.

의학과 공중보건학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의 삶의 궤적을 바꾸어 놓았다. 불과 반세기 만의 죽음의 모습도,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노년의 삶의 공간도 달라져 버렸다. 현대의학은 죽음의 신호들을 억제하며 죽음을 유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죽는다. 이 책은 저자의 가족과 이웃,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저마다 다른 삶의 마지막 여정을 그려내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존엄한 죽음, 인간다운 삶의 마지막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아무리 건강했던 노인도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더이상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가완디는 현대의학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데 능숙하며 대장암, 고혈압, 관절염 등 특정 질환에 걸린 환자가 찾아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고혈압과 무릎 관절염으로 인해 자신이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을 모두 잃어버릴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지 못한다고 의학의 한계를 고백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간 보건의료체계는 요양원이라는 보호 시설을 만들어 노인들을 안전하게 수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고, 노년에 직면하는 각종질병들을 공격적으로 치료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하지만 요양원이나 공격적 치료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바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요양원의 경우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을 만큼 쇠약해진 상태의 노인을 위한 효율적이고 안전한 시설일 수 있다. 하지만 규칙과 안전에 집중하는 탓에 유치원생만큼의 자유 갖지 못하는 이 시설에는 ‘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기 결정권과 자율성을 빼앗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많은 노인들이 ‘늙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느낌’을 마주하며 남은여생을 살아간다. 결국은 오고 마는 죽음을 조금이라도 연기하기 위한 의학적 투쟁, 죽어가는 사람이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때까지 계속되는 소모적인 치료도 이제는 바뀔 필요가 있다. 저자는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심신의 능력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려면 순수한 의학적 충동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깊이 개인하고 손보고, 제한하려는 욕구를 참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 이제 의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완디는 의료관계자가 이 여정의 안내자가 될 것을 제언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선결 과제가 있다. 첫째는 노인의학에 대한 관심이다. 관절염, 당뇨병, 고혈압 등 개별질환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노년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관리하는 의학의 필요성이다. 둘째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환자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이런저런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를 해석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처가 무엇인지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죽음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용기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조금이라도 그 시기를 늦추는데 온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른 환자들이 원하는 게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데만 있지는 않다. 환자들이 치료에 매달리는 건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더 큰 가치를 실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위험이 있다면 어떤 환자도 맹목적인 생명 연장을 원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자각과 인정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고 남은 삶을 내 것으로 살게 하는 힘이 된다. 그를 통해 우리는 ‘아름다운 죽음’은 없지만 ‘인간다운 죽음’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헤이븐의 야심찬 실험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헤이븐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해체하게 되고, 가완디는 전염병 연구에 전념하며 다시 공중보건학자로서의 임무에 매진한다. 당연한 결과이다.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의 도입만으로는 이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생명유지를 향한 의료 집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지금의 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다움’을 중심에 둔 의료의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건강책방 일일호일 책방지기 김민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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