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현의 시선] 저승사자와 싸우는 ‘서울대 외상센터’
[조필현의 시선] 저승사자와 싸우는 ‘서울대 외상센터’
  • 조필현 기자
  • 기사승인 2021.10.22 10:00
  • 최종수정 2021.10.22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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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외상센터팀. 박효선 외상 코디네이터, 이신애 전임의, 장예림 교수, 박찬용 교수, 김영민 교수, 이정무 교수(왼쪽순).
서울대병원 외상센터팀. 박효선 외상 코디네이터, 이신애 전임의, 장예림 교수, 박찬용 교수, 김영민 교수, 이정무 교수(왼쪽순).

“외상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신뢰 관계가 돈독하게 유지될 수 있는 건 저승사자 손에 이끌려 가던 사람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외상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찬용 교수는 환자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결코 멈출 수 없다. 박 교수는 여차하면 저승사자를 따라갔어도 이상하지 않는다며 외상환자와 의료진 관계는 마약 같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1년 교통사고·추락사고·총상 등에 의한 중증외상환자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중증외상센터를 개소했다. 당시 중증외상팀은 서길준 센터장을 비롯해 외과 2명과 흉부외과·신경외과 각 1명, 정형외과 1명 등 모두 6명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서울대 외상센터팀은 오래가지 못하고 폐소했다. 의료진들이 과 소속이 아니고 센터 소속으로만 되어 원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구조적인 뒷받침이 안됐기 때문이다. 또한 결정적 이유는 적자를 면할 수 없었던 현실이 컸다. 그 이후 10여 년 만에 서울대 외상센터팀이 부활했다. 서울시가 가장 높은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올해 3월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를 개소한 것이다. 4개소(고대구로병원, 고대안암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를 지정,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센터별로 6억3,000만원의 예산을 전액 지원한다. 지정 기간은 2020년 9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새롭게 꾸려진 서울대 외상센터팀에 박찬용 교수가 있다.

서울대 외상팀 개소 이후 환자 수는 증가했다. 3월 개소 당시 3명 환자에서 9월 기준 29명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기적 같은 환자 생존 소식은 의료진들에게 가장 큰 보람이었고, 외상팀이 유지 존립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 외상팀은 11층에서 추락한 20대 여성을 살려냈다. 기적 그 자체다. 지난 8월 26일 아파트 11층에서 추락한 20대 여성이 서울대 외상팀에 도착했다. 도착 당시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다. ISS(Injury severity score) 점수는 손상중증도를 나타내는 점수로 평균 15점 이상이면 중증에 해당한다. 이 여성 환자 ISS 점수는 무려 57점이었다. 내원 초기 혈압은 60/42, 맥박수 120회로 다발성 외상에 의한 출혈성 쇼크였다. 기도삽관과 색전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저녁쯤 혈압 저하와 산소포화도 감소에 의한 급성호흡곤란증후근으로 위기를 맞았다. 최후 선택으로 에크모 삽입을 시도했다. 에크모가 제거되기까지 여성은 20팩의 수혈을 받았다. 다행히 혈압 및 산소포화도 수치가 유지되면서 에크모 사용은 일주일 뒤 종료됐다. 여성은 입원기간 동안 3차례 수술과 최소 11번 이상의 시술을 받았고, 입원 19일만인 9월 14일 첫 식이를 진행했다. 입원 28일째인 9월 23일 일반 병동으로 전동, 9월 28일 기관절개튜브 제거와 함께 스스로 말을 했다. 여성 생존자는 <위키리크스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해 주셨다.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 같다”며 “재활을 열심히 받아 선생님들께 걷고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것도 아주 예쁜 필라테스 옷을 입고 뛰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간 내에 병원으로 이송,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서울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전국 최고치’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빅5’ 병원 등 최고 의료시설을 자랑하는 서울이 외상 사망률 1위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러니’하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서울에 제대로 갖춰진 외상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의 납치로 석해균 선장이 총상을 입었을 때도 서울 중증외상환자 치료시스템 부재 논란이 빚었다. 석 선장이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밀집한 서울권역을 제치고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서울권역에 외상환자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고, 그중 절반이 서울에 상주하고 있다. 서울에 제대로 갖춰진 외상센터가 시급해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조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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