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프리즘] 'NEC·히타치·도시바'... 몰락한 日 반도체, 기업 유치 나선 속내는
[반도체 프리즘] 'NEC·히타치·도시바'... 몰락한 日 반도체, 기업 유치 나선 속내는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1.11.04 13:01
  • 최종수정 2021.11.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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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마이크론 日 공장 건설 추진
보조금 논란에도 일본 정부 '러브콜'
'NEC·히타치·도시바' 몰락에도
기업 유치로 전략 선회
소재·장비 분야는 여전히 선두
대일 의존도 문제 해결 '난항'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출처=연합]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품귀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면서 반도체 민족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대만의 약진 속에 뒤로 밀려난 일본 반도체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에 공급이 수요를 절대적으로 못 따라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대만·미국이 동맹의 일환으로 일본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신규 공장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이에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한 기업 유치로 자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할 태세다.


TSMC 이어 마이크론까지... 보조금 논란에도 '러브콜'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기업 TSMC는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최근 결정했다. TSMC는 내년 소니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구마모토현에 일본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4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TSMC는 지난 6월 일본 구마모토현에 300㎜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7월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일본 첫 신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운을 뗀 바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TSMC 신공장 투자액의 절반인 5000억엔(약 5조1903억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조금을 주는 방법에 따라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소니 또한 TSMC와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도토키 히로키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8일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TSMC의 일본 공장 설립을 돕기 위해 TSMC, 일본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토키 CFO는 투자도 TSMC와의 협력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결정이 내려지면 공식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일본 히로시마현에 D램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 등의 마이크론이 히로시마현에 있는 기존 시설 인근에 공장 부지를 매입할 계획이라고보도했다. 새 공장에는 6천억∼8천억엔(약 6조2284억~8조 3045억원) 정도가 투자돼 TSMC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신문은 이번 투자가 2000~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NEC·히타치·도시바' 몰락했지만... 기업 유치로 전략 선회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 지원 의사까지 밝히며 공장 유치를 밀어붙이는 이유로는 자국 반도체 산업의 낮은 경쟁력이 꼽힌다. 1980년대~1990년대까지만 해도 히타치·도시바·NEC로 대표되는 일본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공동산맥을 이뤘다. 한때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데다 반도체 톱 기업 10개 중 일본 기업이 6개였을 정도로 시장을 휩쓸었다. 

약 30년이 지난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위상은 몰락했다. NEC, 히타치, 미쓰비시가 합작 설립한 엘피다는 2012년 파산했다. 2017년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했고 파나소닉은 2019년 반도체 산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반도체 완제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곳은 낸드플래시 2위인 키오시아에 불과하다. 이 회사도 업계 3위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인수를 추진하며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여타 장비 등 반도체 시장 전반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10.0%다. 미국은 50.7%, 한국은 19%, 유럽은 10%, 대만은 6%, 중국은 5% 순이다.

조급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 정부는 되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위주로 하는 ‘주식회사 일본’ 전략을 공식 폐기한 상황이다. 자국 기업이 반도체를 생산하기 보다 패권 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심산이다. 최근 TSMC·마이크론 등 대만·미국 기업을 위주로 유치를 추진하는 까닭은 동맹 정치 강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KIEP는 "일본은 현지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을 세계적 파운드리 공장의 부재로 본다"며 "이에 일본 정부는 메모리와 로직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의 열세를 인정하고 현지 반도체 소재·제조장치 산업의 강점과 결합해 외국의 첨단 파운드리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소재·장비 분야는 여전히 선두... 대일 의존도 문제 해결 '난항'


생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는 패권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공장을 지으면 소재와 장비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기업의 세계 실리콘웨이퍼 점유율은 60%, 레지스트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노광장비 또한 ASML에 크게 밀리긴 하지만 나머지 점유율을 니콘·캐논이 채우고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도 일본은 여전히 주요 수입처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극자외선(EUV) 공정에 필요한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이후 대일 의존도가 43.9%에서 13.0%로 크게 줄었지만, 포토레지스트는 91.9%에서 85.2%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정부에선 대일 의존도를 줄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 성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큰 상황이다.

업계에선 대일 의존도를 확 줄일 수는 없다며 수년 간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수입처 다양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소부장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장관들은)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주길 바란다"며 "이제는 대일 의존도가 큰 품목들에 대한 지원을 넘어 소부장 산업 전반으로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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