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 '재판부 문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尹 입건했는데.. 대법원 "처벌 불가"
[단독] 공수처 '재판부 문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尹 입건했는데.. 대법원 "처벌 불가"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21.11.11 17:50
  • 최종수정 2021.11.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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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건 엿새 뒤 대법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법 처벌 대상 아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개인정보처리자' 행정법원 법리 무너져
'손준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전제 尹 공범 입건 근거도 소멸
직권남용죄 적용하려면 '부당한 지시받은 사람' 특정부터 해야
손준성은 이미 가해자로 입건, 반부패부장은 오히려 공범 구도
마지막 경우의 수 '피해자는 불법 사찰 판사' 피해 입증 어려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재판부 불법 사찰' 혐의로 입건하며 근거로 내세운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재판부 분석 문건" 행정법원 판시에 배치되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검찰청 같은 공공기관과 그 소속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안설명을 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출처=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제안설명을 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재판부 불법 사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진욱(사진) 공수처장은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지난 2월 서울고검의 불기소 결정에서 인정된 것이 달라 수사로 사실 인정을 다시 할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며 입건 이유를 직접 밝혔다. 

앞선 9월 16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용석 부장판사)는 윤 전 총장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하며 법무부검사징계위원회가 의결한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와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를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 첫번째 징계사유 결론 부분에서 "원고(윤 전 총장)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을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이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보고받은 뒤, 이를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이라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적시했다. 지난 2월 9일 서울고검 감찰부가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윤 전)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재판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당사자를 윤 전 총장으로 본 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 검찰총장'이 아닌 공공기관 대검찰청'인 까닭이다. 윤 전 총장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징계위가 밝힌 제15조 '개인정보 수집'과 제17조 '제3자 배포' 조항에서 주어는 '개인정보처리자'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윤 전 총장이 개인정보처리자 지위에 있는지 별개로 '윤 전 총장이 위법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배포한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대검 수정관실에 문건 작성을 지시한 범위는 '재판부 사찰'이 아닌 '재판부 자료'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입증된 사실관계를 뜻하는 '인정사실'에서 윤 전 총장이 지시한 범위를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인 주요 사건 재판부의 소송지휘 방식, 과거 판결례 등 자료'로 특정했다.

재판부는 대신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볼 증거는 없으나"라면서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고 위 문건을 반부패·강력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 부분은 징계위가 '개인정보 제3자 배포'로 본 대목이다. 그런데 대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는 대검의 일부이지 제3자가 될 수는 없어서 '배포 지시'도 성립하지 않아 "원고 개인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재판부가 판단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주체는 윤 전 총장 지시 범위를 넘어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로 보인다. 재판부는 "공소유지와 관련된 정보의 수집은 대검찰청(수사정보정책관실)의 소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해 이 사건의 실질적인 개인정보처리자를 대검 수정관실로 봤다. 재판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결론을 내면서도 그 주체를 대검 또는 대검 수정관실로 한정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앞부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을 주목해 윤 전 총장을 입건한 모양새가 됐다. 윤 전 총장은 개인정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기에 입건이 되려면 위반 주체인 대검 수정관실의 '공범'이 돼야 한다. 실제 공수처는 문건 작성 당시 대검 수정관을 지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이 사건 피의자로 함께 입건했다. 

문제는 공수처 입건을 뒷받침하는 이같은 한정적인 행정법원 판시도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일주일만에 나왔다는 점이다. 

공수처 입건 엿새 뒤인 지난달 28일 대법원 2부(조재연 민유숙 이동원 천대엽 대법관)는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컴퓨터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접속해 개인적으로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주소지와 수배 여부를 조회한 형사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이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 이유는 단순했다. KICS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건 담당 사법경찰관이 개인정보처리자인 건 맞지만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는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양벌규정인 제74조는 처벌 대상을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으로 한정한다. 공공기관과 그 소속 개인정보처리자는 법인 또는 개인이 아니다. 

지난 2018년 7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동원 당시 대법관 후보자. [출처=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동원 당시 대법관 후보자. [출처=연합뉴스]

대법원 판결 주심 이동원(사진)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대하여도 위 양벌규정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을 위 양벌규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고, 그 경우 행위자 역시 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 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공공기관과 그 소속 개인정보처리자(행위자)를 처벌 대상으로 따로 정하지 않은 한 처벌은 불가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윤 전 총장 행정소송 사건에서도 대법 수정관실은 '공공기관 개인정보처리 행위자'여서 처벌 대상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수정관실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전제로 윤 전 총장을 공동정범 관계로 묶지 못한다. 주범이 처벌 대상이 아닌데 공범이 처벌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전 총장이 국가공무원법상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고 행정법원이 본 것도 항소심이 대법원 판결을 따르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행정법원은 윤 전 총장이 "문건의 작성이 완료된 뒤 이를 보고받았음에도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삭제 혹은 수정하도록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 부분이 '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상 '부당한 지시'라고 봤다. 그런데 '부당한 지시를 받은 검찰청 공무원'은 수사정보정책관이다. 대법 판결에 따라 손 보호관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징계 목적이 아닌 형사처벌 목적의 형사재판에선 '부당한 지시'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공수처가 행정법원 판결문상 '부당한 지시'에 근거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윤 전 총장에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부당한 지시'는 직권남용 상대방의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데, 이 구도에선 손 보호관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구도와 맞지 않는다. 

공수처가 직권남용 상대방인 피해자를 대검 반부패부장과 공공수사부장으로 바꾸려 해도 행정법원은 이미 '부당한 지시를 받은 자'를 '직무관련공무원인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좁게 봐 어렵다. 또 반부패부장과 공공공수사부장은 행정법원이 인정한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배포받은 '제3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직권남용 상대방이 아닌 공범 위치에 가깝다. 윤 전 총장을 사법처리하는 남은 경우의 수는 '재판부 분석 문건'에 적힌 판사를 직권남용 상대방으로 보는 건데, 직권남용죄는 기수범죄만 처벌하고 '재판부 불법사찰'은 미수범죄여서 실현이 어렵다. 판사들이 입은 '사찰 피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징계위 의결에서도 행정법원 판결에서도 언급된 바 없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입건 때 적용 법조가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본지 질문에 아무런 입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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