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프리즘] 양보 없는 미중 수출규제 논쟁...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반도체 프리즘] 양보 없는 미중 수출규제 논쟁... 산업계에 미칠 파장은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1.17 16:42
  • 수정 2021.11.1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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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출처=연합뉴스]

"미국-중국 경제전쟁 때문에 우리 기업의 관계 임원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연일 초비상 상황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미국과 중국이 미중정상회담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한 가운데,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 산업계가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 업계에선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6일 9시 46분(미 워싱턴 시간 15일 오후 7시46분)에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은 중간 휴식시간을 빼고 전반 1시간 56분, 후반 1시간 18분 합쳐서 총 194분간 진행됐다.

서로 오바마 정부 당시 부통령, 후진타오 주석 당시 부주석 자리를 역임하며 친분을 쌓았기에 유화적인 회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날선 논쟁을 이어갔다.

두 정상은 화웨이와 반도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과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수출 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시 주석 측에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앞세워 중국 기업을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화웨이와 SMIC같은 자국 기업을 향한 미국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정부는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에 대한 강경대응책을 이어가고 있다. 취임 전만 해도 '공산당의 치어리더'라는 오명을 쓰며 친중 논란이 짙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압박 기조를 높이고 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도 패권주의 외교로 동맹관계를 냉각시키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우방국을 규합해 중국을 전방위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과 같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툭툭 건드리는 등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 안보와 산업의 토대인 반도체 생산력의 72%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에 편중된 것을 우려한다. 미국의 생산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는 전량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각각 세계 메모리와 파운드리 1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에게 공장 준공과 공급망 정보 제공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압박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170억 달러(약 20조)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가 테일러시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윌리엄슨 카운티와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센티브 결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키는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매체인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은 "텍사스 재무부 대변인은 해당 신청서가 지난주 철회됐다고 확인했다"며 "삼성전자가 오스틴을 후보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하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TSMC도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입해 공장 준공에 들어갔다. C.C. 웨이 TSMC 최고경영자(CEO)는 애리조나주 공장을 통해 5나노미터 생산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 대량생산을 2024년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공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텍사스 오스틴공장. [출처=삼성전자]

반면 중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반도체 등 자국 첨단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정치를 강화하는 대신 중국 규제는 전임때와 같이 강경하게 진행하고 있다.

전임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견제를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이 SMIC에 반도체 생산 기술과 장비, 부품을 수출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게 했다. 국가 안보에 위험이라는 이유로 미국인이 SMIC 주식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했다.

중국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기업들을 독려했다. 외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 구축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원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올해 들어 반도체 기업 상징이었던 칭화유니그룹이 파산하고,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도 폐업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반도체 집적회로(IC·반도체 칩) 생산량은 지난 9월의 304억 개보다 줄어든 301억 개에 그쳤다. 중국의 반도체 칩 생산량은 지난 8월 321억 개로 고점을 찍은 뒤 두 달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화웨이 제재도 유지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마찬가지로 화웨이·ZTE 퇴출 등 대중 강경 정책은 변함 없이 추진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통신망 구축에 18억9500만달러(약 2조1700억원)를 배정한 예산안에 따라 (화웨이와 ZTE 장비 철거) 명령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물량에서 중국 비중은 39.6%에 달했다. 중국은 사실상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가장 큰 손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돌리고 있다. 중국도 언제든지 미국처럼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발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났듯 중국이 원자재를 무기로 삼아 공급망을 흔들거나 미국이 중국 내 사업을 제한하려 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 입장에서 양국의 패권주의에 구애받지 않는 독자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1등에 안주하지 않고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에 171조을 투자하는 배경도 이와 관련있다.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양국 정부가 충돌로 가지 않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중의 패권경쟁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국내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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