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이나 24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이는 지난 1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한 지 열흘 만이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길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출장 이후 1년 1개월 만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귀국 전후로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을 들여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소재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공장 소재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곳은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시다.
로이터통신은 윌리엄슨 카운티가 선두에 있다면서 보조금 혜택과 전력·용수 공급의 안정성을 이유로 제시했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미국 제1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시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준공이 확정되면 공장과 도로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는 480만여㎡(약 145만평)로, 이는 기존 오스틴 공장(약 37만평)보다 4배가량 큰 규모다.
당초 유력 후보지로는 텍사스주 오스틴이 주로 거론됐다. 오스틴에 삼성전자의 미국 내 유일한 파운드리 공장이 1997년부터 운영되고 있고, 근처에 공항이 있어 운송 측면에 있어서도 이점이 있다. 기존 공장 근처에 330만㎡(100만평) 이상의 부지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월 텍사스주 폭설 사태로 반도체 생산이 한 달 넘게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수요 증가에도 반도체를 그에 맞게 공급하지 못해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센티브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세제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현지 매체 ‘오스틴 비즈니스 저널’에 따르면 테일러시 독립교육구(ISD)는 삼성전자가 테일러에 투자할 시 총 2억9200만달러(약 3464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인센티브를 주기로 의결했다. 테일러시 독립교육구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의 재산세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여기에 반도체법을 통해 신규 팹 투자를 집행한 반도체 기업에 520억달러(약 61조원)와 인프라 투자에 500억달러(약 59조원)를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 정부·의회 관계자들과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결 방안, 연방정부 차원의 반도체 기업 대상 인센티브 부여 등 내용이다.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말 3차 화상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와 주문·판매 현황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시한 마감일(8일 자정, 한국시간 기준 9일 오후 2시)에 바짝 맞춰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 막판까지 자료 공개 범위를 고심하며 민감한 내부 정보를 제외하고 자료를 냈다. 고객정보는 물론 재고량 등 기업 내부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뺐으며, 제출 자료 모두 기밀로 표시해 일반에 공개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기업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은 반도체 공급과 관련한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미국 자동차 생산을 지연하고, 가전제품 부족을 초래하고 있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협조를 요구했다.
문승욱 장관은 제출된 자료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을 거쳐 분석이 진행될 것이라며 제출 과정에 한국 기업과 상무부 간 협의가 계속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한미 양국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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