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비밀문서] 신군부의 12-12 쿠데타 ‘퇴각 가능성…’ 미국의 오판이 상황 악화시켰다
[WIKI 비밀문서] 신군부의 12-12 쿠데타 ‘퇴각 가능성…’ 미국의 오판이 상황 악화시켰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1.11.24 08:46
  • 수정 2021.11.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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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8일 10.26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
1979년 10월 28일 10.26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 /연합뉴스

지난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90세 일기로 사망했다. 1979년 보안사령관 자격으로 12-12 신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그는 이듬해인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을 무자비하게 유혈진압한 실질적인 최종 지휘자로 알려졌지만, 눈을 감을 때까지 유가족들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1980년 5월의 광주민주화 항쟁과 무자비한 탄압의 비극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1979년 12월 쿠데타로 잉태된 것이라는게 상당수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12․12 쿠데타 당시 미국은 초기 상황을 오판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1979년 12월 12일 국무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당시 국무부는 서울에서 군의 핵심인사들을 주축으로 쿠데타가 진행 중이지만 협상의 여지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 핵심부를 장악한 상황에서도, 퇴각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고 수시간 이내에 일반적인 쿠데타로 발전하지 않고 상황이 잘 마무리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론을 펼쳤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당시 군은 중요한 병력을 이동시킬 때 한미연합사령부의 승인을 얻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을 주축으로 하는 일당의 쿠데타 세력이 임의로 병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미국이 초기 쿠데타 상황에서 강경하게 대응했더라면 상황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무부는 워렌 크리스토퍼 장관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서에서 “서울 시간으로 12월 12일 초저녁(워싱턴 시각으로는 새벽), 보안사령관 전두환 장군과 1군사령관 황영시 중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한 일단의 한국군 장교들이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장군을 체포하고, 한국 군부 내에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는 어떤 책략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현재 초기 단계의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사적인 경로를 통해 세 가지 요구 조건이 전달됐다”며 “그들은 계엄사령관의 교체와 3군사령관의 교체, 그리고 한 명의 하위 장교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요구조건들은 시작에 불과하고, 계엄사령관이 교체된다면 권력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체포된 이후 정국은 급속히 쿠데타 세력 중심으로 개편됐다.

만일 당시 미국이 이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보고 신군부를 압박했다면 광주 유혈항쟁이라는 ‘비극의 씨앗’을 초기에 자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 백악관과 최규하 대통령의 '헛발질'은 12-12 쿠데타 이후에도 지속됐다.

쿠데타 이후 미국 정부는 신군부가 더 이상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가지 않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려 했다.

최규하 당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가 '잠시' 권력을 장악하려 했던 것으로 믿었다. 민주화 일정을 강행하려 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려했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당시 한국 외무부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친서가 최규하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주한미국대사관을 매개로 미국 국무부와 실무협의를 벌여나갔다.

위키리크스가 입수한 주한미대사관-국무부 문건에 따르면 양국 정부가 실무적 차원의 친서(카터 -> 최규하) 문구 조율 과정에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내용이 확인됐다.

“글라이스틴 대사와 위컴 장군은 귀하와 각료들에게 왜 미국이 한국 군 내의 갈등을 걱정해왔는지 명백히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더 큰 격동으로 쉽게 발전될 수 있고, 북한에 대한 방어에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으며, 한국의 정치 발전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분열은 외부의 신뢰를 무너뜨려 한국의 안보와 경제복지에 대해서도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걱정에 귀하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 미국이 한국과 함께 잠재적인 위험을 축소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도 좋습니다...” (1979. 12.29 글라이스틴 대사가 국무부에 보낸 수정안)

이듬해인 1980년 1월 9일. 백악관은 최종 내용에 카터의 서명을 넣어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친서를 보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다음날 최대통령에게 이른 전달했다. 정치적 화해와 헌법개정에 관해 언급한 최대통령의 취임사를 치하한 후 카터 대통령은 12 · 12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미 양국 간에 합의된 지휘체계가 심각하게 침해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는 경우 “양국 간의 긴밀한 협조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사는 친서 사본을 전두환과 육군 참모총장에게도 전달했다.

하지만, 최규하 대통령은 이미 허수아비 역할을 하는 국가원수에 불과했다. 카터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도 서슬퍼런 전두환 장군을 넘어서지 못했다. 역사의 시계는 북태평양 고기압은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하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대 비극 '5.18 광주민주화 항쟁'으로 치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정미 기자]

MILITARY POWER PLAY IN SOUTH KOREA

Date:1979 December 12, 00:00 (Wednesday) Canonical ID:1979STATE320837_e
Original Classification:SECRET Current Classification:UNCLASSIFIED
Handling RestrictionsEXDIS - Exclusive Distribution Only

From:Department of State

To:Secretary of State | White House

INCIPIENT COUP D'ETAT IS IN PROGRESS IN SEOUL,
2. KOREA, BUT VARIOUS NEGOTIATIONS ARE NOW UNDERWAY AND LINES
OF RETREAT HAVE NOT BEEN CLOSED OFF, SO IT IS STILL POSSIBLE THAT THE SITUATION WILL BE RESOLVED WITHIN NEXT FEW
HOURS WITHOUT A CLASSIC COUP SITUATION DEVELOPING.
3. IN THE EARLY EVENING HOURS DECEMBER 12 SEOUL TIME
(EARLY MORNING WASHINGTON TIME), A GROUP OF ROK ARMY
OFFICERS CENTERED APPARENTLY ON DEFENSE SECURITY FORCE
COMMANDER GENERAL CHON TU-HWAN AND FIRST CORPS COMMANDER
LT. GEN. HWANG YONG-SI, ARRESTED ARMY CHIEF OF STAFF AND
MARTIAL LAW COMMANDER GENERAL CHUNG SUNG-HWA AND BE N
MANEUVERS APPARENTLY DESIGNED TO ESTABLISH THEIR IT '
TO MAKE CERTAIN DEMANDS ON THE ARMY. IN THE PROCESS A FEW
SHOTS WERE FIRED NEAR MILITARY HEADQUARTERS IN SOUTH
CENTRAL SEOUL (YONGSAN) BUT NO DEATHS HAVE BEEN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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