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이재용 부회장 "냉혹한 글로벌 시장 절감... 한국 반도체 자생방안 마련"
[WIKI 프리즘] 이재용 부회장 "냉혹한 글로벌 시장 절감... 한국 반도체 자생방안 마련"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1.25 14:25
  • 수정 2021.11.2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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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반도체 대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은 일본 구마모토현에 70억 달러를 들여 공장 건설을 시작한데 이어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0~40%인 TSMC는 벌어들인 이익을 기술 개발 및 설비에 과감하게 재투자하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태계 조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펀드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첨단 칩 설계 자산, 각종 반도체 소프트웨어 도구, 패키징 기술 등으로 고객사가 수월하게 자사의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이 앞다퉈 반도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 대란을 겪은 주요 선진국이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기술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전쟁은 기업들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수준이 아니다.

EU(유럽연합)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일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EU 반도체법(EU Chips Act)’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산업에 최대 450억유로(약 61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이 담기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 법안을 기반으로 현재 9% 수준인 유럽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미국에서는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이 하원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520억달러(약 62조원)를 투입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제조업과 공급망 강화를 위해 45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중국 기술 굴기 견제 등의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을 가결했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했다. 

반도체 공급망 정보 제출 이후 미국 정부와 처음으로 접촉하는 데다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건설할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소재지를 결정하던 터라 막중한 출장길이었다.

이 부회장은 책임을 통감하듯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4시께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투자도 투자이지만, 이번에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게 됐다"며 "마음이 무겁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일정 중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선다 피차이 구글 CEO 등 경영진들을 차례로 만났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 및 미 의회 핵심 의원들과 만나 제2파운드리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공급망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연방의회에서는 반도체 인센티브 법안을 담당하는 핵심 의원들을 만나 반도체 인센티브 관련 법안의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 오른 이후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각) 미국에 제2파운드리 공장의 소재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최종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렉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선정 사실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테일러시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공장 유치를 열렬히 구애했다. 테일러시는 앞으로 10년간 재산세 92.5%, 이후 10년은 90%, 추가 10년은 85%를 보조금 환급 형태로 감면하기로 했다. 테일러시가 있는 윌리엄슨 카운티도 10년간 90%, 그 다음 10년 85%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런 인센티브를 통해 삼성전자는 향후 20년간 10억달러(약 1조190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주지사 트위터 제공]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주지사 트위터 제공]

지역 정계는 환영 의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텍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텍사스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텍사스가 첨단 기술분야의 리더는 물론 역동적인 경제 강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 최고위 인사들도 이례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디스 위원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우리의 공급망 보호를 돕고 제조업 기반을 활성화하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미중 간 패권경쟁 심화에도 한국 반도체가 가야할 길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권주의 노선을 걷는 두 나라 사이에서 어느 한 쪽에 의존하지 않는 실용적인 판로를 개척했다는 평가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15일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노력을 펼쳤지만 경제·산업 분야에서 협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대립각을 더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 기업들이 중국 규제 심화, 제조업 침체, 원자재값 상승 등 여파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라며 "한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우리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긴밀하게 공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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