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월드] “아빠, 5분 뒤면 출발해요.”... 영불해협 참사 난민의 안타까운 사연
[WIKI 월드] “아빠, 5분 뒤면 출발해요.”... 영불해협 참사 난민의 안타까운 사연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11.30 06:45
  • 수정 2021.11.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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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지난주 영국으로의 밀입국을 노리고, 프랑스를 출발해 영불해협을 건너던 난민 보트가 전복되면서 2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이 영국과 프랑스 간 난민 문제를 더 꼬이게 하는 가운데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서로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 참사의 사망자 대부분은 이라크 북부에 거주 중인 쿠르드족 출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BBC가 29일(현지 시각) 이번 참사 희생자의 이라크 내 가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리즈가 후세인이 딸 하디아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지난 23일 밤이었다.

하디아는 프랑스 북부에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곧 배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녀는 드디어 영국에 가게 되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리즈가는 가족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다음날 리즈가는 TV를 통해, 영국해협을 건너던 27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은 아무나로부터라도 어떤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리즈가는 BBC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리즈가는 영국해협 참사 소식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는 이라크 거주 쿠르드족 중 한 사람이다.

한편, 이번 참사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이라크 북부 출신의 24세 여성 마리암 누리 모함메드 아민이 유일하다.

리즈가의 아내 카잘 후세인(45)과 큰딸 하디아(22), 아들 모빈(16), 막내딸 헤스티(7), 이렇게 세 사람 모두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서 유럽행 난민 길에 올랐다.

리즈가는 가족의 유럽행을 원치 않았으며, 만일 자신까지 망명길에 올랐다가 실패하면 현재 경찰로 있는 직업조차 잃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영국에 가서 더 나은 삶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다. 그는 그들의 정착이 성공하면 나중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은 너무 가고 싶어했습니다. 모두 평화롭게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여기 있는 남녀노소 누구에게 물어봐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리즈가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망명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리즈가의 가족이 해외 탈출을 결심한 것은 넉 달 전이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그들은 먼저 터키로 들어간 후 육로와 해로를 통해 이탈리아로 밀입국했다. 그들은 이탈리아 난민 캠프에서 3주를 보냈다.

그들은 이후 프랑스 북부로 들어가, 이곳에서도 난민 캠프 생활을 했다. 리즈가는 하루에도 여러번 가족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내 자신들을 영국에 데려다주겠다는 난민 밀무역업자와 접촉하는 데 성공했지만, 영국행 시도를 세 번이나 실패했다.

첫 번째는 출발하려다가 프랑스 경찰에 적발되었고, 두 번째는 보트에 연료가 떨어져 해안가로 떠밀려와야 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보트의 엔진이 고장나 경찰에 의해 다시 한 번 육지로 강제 이송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주 화요일 딸 하디아가 드디어 전화를 걸어왔다.

“하디아가 ‘아빠, 5분 뒤면 출발해요. 모두 배에 탔어요.’”라고 했고, 저는 “알았다. 조심해라.”라고 답해주었지요.

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100번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날 리즈가는 TV에서, 영국해협을 건너다 27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으며, 혹시라도 가족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나 않을까 언론을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다.

“먹지도 자지도, 아무것도 못하겠습니다. 미칠 것만 같습니다. 무슨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나 사진을 볼 때까지는 어떤 말도 믿지 않을 겁니다.”

리즈가의 장모 쿼드리아 아민도 딸 카잘과 외손자들의 위험한 영국행 망명길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가지 말라고, 말할 생각이었습니다. 익사할 수도 있으니 바다행은 선택하지 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카잘은 음식과 물이 부족한 이라크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카잘의 오빠도 이라크를 벗어나 현재는 그리스에 거주 중이다.

“카잘은 ‘나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으며, 엄마로서 그 꿈을 이루어줄 책무를 무겁게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쿼드리아는 이렇게 회상했다.

하디아는 영국에서 의사가 되고 싶어했다.

쿼드리아는 영국해협 참사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딸과 외손자들의 안위를 기원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그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부모는 다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요.”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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