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간소화 올해도 물 건너가나"…보험-의료업계 대립 여전히 '팽팽'
"실손 간소화 올해도 물 건너가나"…보험-의료업계 대립 여전히 '팽팽'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1.12.06 15:58
  • 수정 2021.12.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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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3년째 표류중...보험·의료업계 입장차 커 타협 힘들듯
"의협 파워 워낙 세서 정치권에서도 실손 문제 얘기 못꺼내"
실손의료보험 (CG) [연합뉴스TV 제공]
실손의료보험 (CG) [출처=연합뉴스]

13년째 표류 중인 실손의료보험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물 건너갈 전망이다.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좀처럼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이든 후년이든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협 파워가 워낙 세다보니 정치권에서도 실손 간소화 문제는 섣불리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손보험은 병원 등에서 지출한 비용(실제 손해)을 보상해주는 것으로 일반적인 질병보험에 비해 보장규모는 작지만 적용범위가 넓어 보험금 신청 건수도 많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가입자 수는 3400만명을 넘어섰고, 연간 실손보험 청구건수만 해도 1억건이 넘는다.

◇보험업계 입장

문제는 절차다. 금융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짐에 따라 업무 상당 부분이 간소화됐는데 실손 청구를 위해서는 여전히 병·의원과 약국 등에서 발급받은 서류를 방문·팩스·우편·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제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각사 청구양식에 맞도록 의료기관을 방문해 3~5장가량의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보험사들 입장에선 연간 실손 청구에만 억단위의 서류가 쏟아지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실손보험 청구를 포기하는 주된 이유는 ‘불편함’이다. 실물 서류를 받아 작성하고 일일이 제출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청구 간소화가 이뤄질 경우 이 소비자들까지 실손청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회사로서는 추가 부담이 예고되지만 보험사들은 이를 감안하면서도 소모되는 인력이나 재원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실손 청구가 간소화되면 회사의 지출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건 맞지만 현재도 실손보험금 지출 대부분은 상위 10%정도에 집중돼 있어 추가 부담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라며 “현 시스템은 고객이나 저희나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간소화되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협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입법 개정안 폐기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협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입법 개정안 폐기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의료계의 입장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시작으로 법안까지 상정되며 양측간 논의가 이어져왔지만 13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료계는 실손 청구 간소화로 인해 병·의원이 사실상 보험사의 하위기관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손 보험금 청구가 있게 되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관련 서류 전송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에 따르면서 의료기관이 사실상 보험사들의 하위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보험사가 환자 개인 의료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보험금 미지급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의료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두고 심평원을 매개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도 했지만 의료계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이 실손 청구 중개역할을 하는 것은 본질에 반한다며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측 간 이견은 여전하지만 진척상황은 더디기만 하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몇몇 병원들과 계약을 맺고 간소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전체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비중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진 문제가 이제와 일사천리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고객들도 서류요청이나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문제로 불편하다고 얘기하지만 현재로선 저희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올해냐, 내년이냐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업계에서도 정치권이나 의료계에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소식이 없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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