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심층 진단] "월패드 해킹은 시작일 뿐...시장 전반의 개혁이 필요"
[홈네트워크 심층 진단] "월패드 해킹은 시작일 뿐...시장 전반의 개혁이 필요"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1.12.17 12:45
  • 수정 2021.12.17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와 비대면 시대의 도래로 집의 개념은 변화하고 있다. 단순 주거 개념에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돼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가전제품 시장을 포함해 통신 및 건설 등 다양한 산업계도 변화를 맞이하며 아파트 주거자들의 편의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가전을 포함한 모든 사물을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과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다. 이들은 가전제품은 물론 에너지 소비 장치, 보안기기 등을 인터넷을 통해 제어할 수 있어 주민들의 편리함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하며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해외의 한 다크웹(추적차단을 위해 특수 웹 브라우저로만 접근할 수 있는 IT 웹페이지) 사이트에서 국내 아파트 홈네트워크 시스템 월패드가 해킹을 당한 사건이 발생하자 전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홈네트워크 시스템 월패드는 매우 편리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지만 철저한 보안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보안이 무너진 것이다. 피해 규모는 국내 아파트 700여 곳으로 추정된다. 가장 편해야 할 공간이 위협받고 있다.

아파트 홈네트워크는 하나의 네트워크(통신망)를 전체 세대가 공유하며 모든 세대는 동일한 스마트홈 기기들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인데, 외부 혹은 아파트 내부의 해킹 시도로 한 세대의 월패드를 해킹하게 되면 모든 세대는 해킹을 당하는 위험한 도미노 방식이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담을 예정인 홈 IoT 보안 규정에 ‘세대 간 망 분리’ 의무화 조항을 담기로 밝혔다. 그 동안 ‘세대 간 망 분리’ 조항에 대한 의무화가 꾸준히 주장되어 왔지만 월패드 제조업체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해 왔다.

이로써 월패드 보안 문제 우려는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세대 간 망 분리’ 조처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새대 간 망 분리' 조처는 현재 불거진 대규모 해킹 사건 방지를 위한 당연한 조치이며, 이번 사건을 비롯해 홈네트워크 산업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홈네트워크 산업을 구성하는 주축은 건설, 가전, 통신업계인데, 문제는 이들이 자체 네트워크 망을 이용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사 제품에 대한 서비스만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 네트워크 망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이유이지만, 여기에는 보안은 물론이고 여러 불편함이 따른다.

표준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 추후 업데이트나 다른 가전과 연동 및 보안 등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된다. 뿐만 아니라 일부 세대의 장비가 고장이 나면, 모든 세대와 공용설비를 동시에 교체하지 않는 이상 고장이 난 장비만은 별도로 교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10년 넘은 아파트를 방문해보면 대부분 세대의 월패드는 고장이 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에는 절차적 결함의 문제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공사법에 의해 건축심의를 할 때는 홈네트워크 설치에 동의를 구하게 된다. 설치에 동의가 이뤄진다면, 홈네트워크 기술 기준에 만족하는 지를 검토한 뒤 표준화된 네트워크 망을 구성하는 등 사전 작업이 완료된 후에 시공에 착수하고 제조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선제작업이 이뤄진 후 제조업체를 선정하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로 업체를 먼저 선정한 뒤 해당 업체의 선제작업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보안을 비롯해 고장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들은 네트워크 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당초 설치했던 제조업체 외 제품으로는 교체를 할 수가 없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된다.

제품간 또는 기기간 호환성을 갖추도록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치 및 기술기준 고시에는 KS 표준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누구도 지키지 않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키지 않는 이들을 규제할 누군가도 없다는 사실이다. 2010년과 2011년에 표준화, 방화벽, 보안 등을 위한 선제 준비가 활발히 이뤄지며 표준 기준이 제시됐다.

그러나 과거 한 언론매체에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직원이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는데 굳이 해야 하나"라고 발언하며 업계 상황의 심각성이 대두됐지만 지금까지 제자리 걸음이다.

이후 10년 넘게 규제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흘러오다 보니 암묵적인 시장의 규칙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완공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들은 유사한 상황이며 이 문제를 향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심각한 문제다. 모두를 뒤집어엎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KS 표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과거에 아마 규제 완화 차원에서 불합리하게 규제 완화가 되면서 발생한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앞으로도 의무사항인 KS 표준을 산업체들이 지키도록 규제할 의지가 있는지도 다소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세대 간 망 분리' 조처가 홈네트워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며 "망 분리는 망 분리대로, 근본적인 문제는 별도로 보고 병행처리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아무리 방화벽을 단지에 설치해도 제대로된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며 "표준화, 유지관리 보수 미흡, 시공의 하자 등과 네트워크 구성을 관장하는 기관이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문수 기자]

doorwater0524@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