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길어지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건강과 삶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인들 (상)
[WIKI 프리즘] 길어지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건강과 삶이 무너지고 있는 미국인들 (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12.20 06:37
  • 수정 2021.12.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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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코로나19 검사소에 줄 선 사람들 [사진=연합뉴스/AFP]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코로나19 검사소에 줄 선 사람들 [사진=연합뉴스/AFP]

<워싱턴포스트>는 19일(현지 시각) 길어지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해 건강을 잃고 삶의 기반을 상실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티파니 파티노(28)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인생 계획이 좌절되기 전까지는 지금쯤이면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녀와 남자친구는 할머니의 배려로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는 매릴랜드 주 교외의 지하방에서 이사해, 자기들 집에서 아이도 키우고, 잘하면 자동차도 새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었다.

그러나 파티노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1년 이상 병석에 누워지내고 있다.

그녀는 병세가 나아지기는 커녕 만성피로 등의 증세가 지속되면서 식당 일자리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목표하던 경제적 독립도 타격을 입고 있다. 그녀는 지난달로 코로나19에 걸려 자리보전을 한 지 1년째 되는 날을 맞이하면서 스스로 그날을 ‘헬니버서리(hell-iversary)’라고 자조적으로 불렀는데, 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수입이 떨어짐과 동시에 심신이 지치고, 육체적 통증과, 숨이 차고, 기억력이 감퇴하며, 속이 더부룩하고, 몸이 붓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는 이제 겨우 28세밖에 안 됐는데도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는 일도 힘에 부친다.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할 경우 유모차를 보행보조기처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금 제가 사는 삶은 그냥 생존에 불과합니다. 바라던 대로의 삶은커녕 악몽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의 삶을 살고 있는 거지요.”

미국 전역에서 거의 5000만 명에 달하는 코로나 감염자들은 몇 가지 지속적인 증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견디기 힘든 피로 등의 증상 때문에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엄청난 빚더미에 시달라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는 입수할 수 없고, 추정만 난무하기는 하지만 일부 의료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와 환자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75만 명에서 130만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코로나19로 얻은 병이 장기간 길어짐에 따라 완전한 직장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길어지는 코로나19 후유증은 의료 시스템뿐만 아니라 정부의 사회안전망까지 한계가 어딘지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현정부의 사회안전망은, 진단이나 치료 계획이 확립되지 않은, 새롭게 출현하는 만성 질병을 찾아내고 보호하는 데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보험회사들은 일부 검사들에 대한 보장을 거부하고, ‘공공 장애 지원 제도(public disability system)’ 또한 밀려드는 신청 건들을 승인하기를 망설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장기 장애 보험(long-term disability insurance) 가입자들조차 보험금 수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고용주들도 한계가 어딘지 시험대에 올라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직원들을 완전한 일자리로 복귀시키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현실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극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며, 그 드라마는 그들의 삶을 바꾸고 그들을 경제적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예일 대학교와 예일 뉴 헤이븐 병원의 심장학자이자 과학자인 할란 쿠름홀츠 박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그로스 포인트 우즈의 한 상점 창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주 그로스 포인트 우즈의 한 상점 창문에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워싱턴포스트>는 전국에 걸쳐, 코로나로 인한 질병이 길어짐에 따라 갑작스럽게 경제적 위기를 겪게 된 30명 이상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스스로 그만두거나, 가게 문을 닫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세, 주택 대출금 이자, 자동차 할부금을 못 낼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는 집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울부짖고 있다.

코로나19 증상이 장기화하면서 발생하는 끔찍한 예후(豫後) 중 일부인 우울증과 불안은 소득 감소에 따른 절망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의료 종사자들과 영세 상인들에서부터 정부 공무원들과 창고 관리자들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환자들은 영원히 일자리로 복귀할 수 없을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로나 ‘장기 후유증 환자(long hauler)’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을 경험하다가, 만성피로와 숨 가쁨, 착란, 기억 상실, 불규칙한 심장 박동, 급격한 혈압 상승, 통증을 동반한 발진, 찌르는 듯한 통증, 위장 장애 등이 몇 달간 이어진다.

정부는 위와 같은 증상을 ‘코로나 감염 급성 후유증(post-acute sequelae of SARS-CoV-2/PASC)’이라고 부른다. 미국 국립보건원(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이 증상 연구에 11억5000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이 증상은 가끔씩 가라앉는 느낌을 주면서, 환자들에게 병이 나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도 하지만, 진공청소기를 돌린다거나 정원에서 낙엽 쓸기를 하는 등의 단순한 집안일을 한 후에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킨다.

티파니 파티노는 혹시 떨어뜨릴까 봐 아기를 오래 안고 있을 수가 없다. 그녀는 매일 낮잠을 잔다. 그녀는 식당 점원이나 매니저 일자리로 복귀했을 경우 몸이 아파 출근을 못해서 바로 해고될 것을 걱정한다.

“갑자기 너무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너무 피곤합니다. 매일 여러 증상과 시름하다보면 꼭 로또를 고르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장기 후유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이 증상은 인종과 계급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 환자들 중에는 길어지는 코로나 증상 때문에 장기간 일을 쉬고 있거나, 아예 일을 포기했거나, 해고당했거나,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수백 명이 됩니다.”

워싱턴 의과대학 재활의학 임상학과 부의장인 자나 프리들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와 그녀의 팀은 이곳에서 코로나 장기 후유증 환자들의 재활과 업무 복귀를 돕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환자들은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수입 감소 외에도 회사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액 보험 혜택을 받다가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더 이상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어 저를 찾아온 많은 환자들을 만납니다.”

프리들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길어지는 코로나19 증상 치료는 언제나 복잡한 비용 문제를 야기한다. 이 증상이 체계가 잡혀있는 종래의 진단과 치료 목록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어떤 검사는 보장을 거부하기도 한다.

보험회사들은, 의무 검사 명령이 폭증함에 따라, 데이터로 입증된 규약이 마련되어 장기 코로나 증상에 대한 최적의 검사와 치료를 보장하는 보험 정책을 꾸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잡다한 수단을 다 동원하는 대책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매사추세츠 주의 비영리 보험회사인 ‘포인트32헬쓰(Point32Health)’의 수석 의료책임자 마이클 셔먼은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어떤 검사와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발표될 때까지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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