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산업] 엑시트·VC·M&A…스타트업의 꿈, 저커버그는 '이렇게' 해냈다
[영화로 읽는 산업] 엑시트·VC·M&A…스타트업의 꿈, 저커버그는 '이렇게' 해냈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23 07:45
  • 수정 2021.12.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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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4차 산업혁명 도래 이후 산업계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기업들은 독자적인 생존방식을 더욱 고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기민하게 돌아가는 산업계 이슈와 동향을 영화로 쉽고 재밌게 소개하고자 마련됐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불리는 영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전달한다. [편집자주]

11월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br>참석한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11월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참석한 스타트업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엑시트(Exit). 스타트업들에게는 최종 관문이자 꿈과 같은 목표다. 엑시트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단계다. 기업 공개(IPO)나 다른 기업에 피인수되는 인수합병(M&A), 혹은 장외매각이나 투자금 상환, 프로젝트 투자 등을 통해 창업 시기의 투자금을 몇 배로 돌려받을 수도 있다. 엑시트를 위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힘쓴다.

IPO는 비상장기업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기 위한 주식 공매 절차로, 투자 유치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인수합병(M&A)를 통한 엑시트도 선망 대상이다. 소셜커머스 회사 '씽크리얼스'를 창업한 김재현 대표는 9년 전 카카오에 인수되는 엑시트를 이뤄냈다. 김 대표는 이후 중고 사기를 원천 차단하는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을 만들어 다시 카카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당근마켓은 창립 6년 차인 현재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의 대표적 사례로는 알리바바가 있다. 21년 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에게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투자를 제안할 20분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주어졌다. 손정의 회장은 6분 만에 마윈 창업자의 말을 끊어버리고 투자를 결심했다. 손정의가 투자한 2000만 달러의 투자금은 후대에 알리바바가 상장되면서 무려 578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가치로 3000배의 대박을 냈다.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 시총을 한참 뛰어넘으며 '청출어람'의 본보기가 됐다. 

손 회장은 그 날을 회상하며 "다른 사람은 돈을 투자해달라고 했는데 마윈은 투자해달라는 말은 않고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떻게 돼야 하는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마윈도 "대화를 시작한 지 5분 만에 손 회장이 자신의 돈을 가져다 쓰라고 하더라"며 "손 회장이 5000만달러를 가져가라 했는데 중간쯤인 2000만달러로 타협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100% 투자하는 구글벤처스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후 M&A나 애크 하이어(acq-hire·인수고용) 형태로 시너지를 강화한다. 애크 하이어는 인재를 얻기 위해 아예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실리콘밸리의 우수 인재들이 취업보다 스타트업 창업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인재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 방법이다. 구글벤처스는 현재 4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이 스타트업 '알리바바'를 단번에 알아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듯 초기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액셀러레이터(투자자) 입장이나 창업자 입장이나 3년 이하 초기 창업 단계는 기업의 방향을 선도할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 '소셜 네트워크', 결점 많은 '너드(nerd)'의 성공신화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출신 로이 레이몬드는 백화점서 아내 속옷 사는 게 창피해서 고급 속옷 가게를 구상하게 돼. 4만 불 융자 받고 장인한테 4만 불 빌려서 오픈한 게 '빅토리아 시크릿'이야. 첫해에 50만 불을 벌어. 매장 3개를 더 오픈했고 5년 후엔 회사를 레슬리 웩스너에게 4백만 달러에 팔았어. 해피엔딩 같지? 2년 뒤 회사 가치는 5억 달러가 됐고 로이는 금문교에서 뛰어내렸어. 아내 스타킹 사주려다 목숨까지 끊게 된 거지."

지난 2010년 개봉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現 메타)의 창립과 성장 과정을 다룬 영화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은 2004년 하버드생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친구 왈도 세브린이 창립했다. 영화가 나온 2010년은 페이스북의 나스닥 시장 IPO 이전으로 당시 기업가치는 28조였는데, IPO 이후 현재 시가총액이 1000조에 달하는 만큼 완벽한 엑시트를 이뤄냈다.

거대 제국 페이스북은 사소한 곳에서 시작됐다. 소개팅에서 퇴짜를 맞은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 서버를 털어 TV 프로처럼 여학우들의 외모를 비교하는 사이트를 연 게 시작이었다. 사교성은 떨어지지만 최고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보유한 저커버그가 만든 이 사이트의 이름은 '페이스매시(Facemash)'였다. 새벽 4시에 하버드 네트워크까지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스탠퍼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와 수백개에 달하는 미국 대학으로 저변을 넓힌 뒤 최종적으로 '페이스북(facebook)'으로 이름을 바꾼다.

영화는 이런 페이스북 창립과 성장 과정 외에도 공동 창립자이자 절친했던 왈도, 페이스북 초기 모델을 구상했던 윙클보스 형제와의 소송 장면을 교차시킨다. 불화와 의견 차이, 모종의 사건으로 적이 된 그들과 수백억원 규모의 소송 장면, 페이스북 성장기의 과거 장면, 기타 회상 장면들을 감각적이고 화려한 교차 편집으로 생동감 있게 전한다.

작중에서 재무책임자(CFO)였던 왈도는 하버드생 이메일만 가입할 수 있는 극초반의 페이스북에 광고를 달자 제안한다. 그때 왈도 말대로 광고를 달았다면 페이스북이 지금과 같은 위치가 됐을지는 의문이다. 광고에 질려 사람들이 떠나가거나, 마이스페이스라는 SNS도 있었기에 시장에서 도태됐을지도 모른다.

반면 중반부 이후 등장한 숀 파커는 페이스북이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광고주에 목맬 때가 아니라고 한다. 숀 파커는 광고가 아닌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숀 파커는 음악 무료 공유 사이트 냅스터를 창시한 혁신적인 사업가이지만 냅스터를 포함한 2번의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환락을 좋아하는 특유의 건방진 성격이 문제이지만, 그 실패 경험들에서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 

왈도는 이후에도 뉴욕에서 인턴십하냐라는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하루 몇시간씩 지하철을 타며 광고주와 투자사들을 찾아다닌다.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왈도 말대로 했다면 페이스북은 정말 거기까지였을지도 모른다. 숀 파커가 언급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창립자에 대한 이야기가 이를 대변한다.

■ 투자 규모 성장했지만...중장기보다 초기 창업지원 위주

중소벤처기업부/ 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연합뉴스

영화에서 보듯 투자 유치는 매우 중요하다.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당장의 수익화를 위해 광고를 달면 이용자들이 떠나갈 위험이 있다. 시장에서 조금이나마 지배력을 쌓아야 할 마당에 광고를 넣는다면 이용자들이 질려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투자 유치는 스타트업의 중요한 성장 밑거름으로 꼽힌다.

다행히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모임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이 약 9조40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투자 기관들이 집행한 규모(9조815억원)와 비교하면 10월에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여기에 10억원 이하 소규모 투자, 전략 투자, 개인 투자 등을 더하면 금액은 더 커진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가 급증한 것은 정부 지원정책과 창업 분위기가 진작된 영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모태펀드를 1조원 이상으로 조성하며 투자 마중물 역할을 했다.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우수 인재가 많이 유입됐고, 창업도 활성화됐다. 그 결과 유니콘 기업이 16개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제2벤처 붐이 일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4대 벤처강국 도약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창업·벤처인들과 함께한 제2벤처붐의 성과와 미래 점검을 위한 'K+벤처'(K애드벤처) 행사에서 "창업부터 성장, 회수와 재도전까지 촘촘히 지원해 세계 4대 벤처강국으로 확실하게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4대 벤처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로는 기술창업 활성화, 인재·자금 유입 촉진, M&A 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기술창업과 관련해 "연간 23만개 수준의 기술창업을 2024년까지 30만개로 늘릴 것"이라며 창업지원에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재 유입 촉진 방안으로는 "스톡옵션의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춰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제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확충보다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정책 방향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에서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全) 과정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 사업화 자금의 70%를 지원하는 '초기 창업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해 8년 정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 단계에 창업 지원이 집중돼 있어 플랫폼 기반 사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의 한 창업자는 "코로나19 전후로 기술창업을 통한 스타트업은 굉장히 많이 생겨난 것 같은데 이에 따라 생존을 더욱 담보할 수 없게 됐다”며 “초기에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지만 액셀러레이터들의 중장기 투자는 미흡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부보다 기업 차원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겸하며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경우가 다수라는 지적이다.

■ 불공정 경쟁 취약…"IPO·M&A 등 엑시트 환경 조성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치고 나가기엔 규제나 자본 부족 등 어려움에도 대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의 경우 제2의 타다를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와 다르게 아직 그에 맞는 스타트업 소식은 요원하다. 국토부는 지난 5월 말 플랫폼운송사업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빌리티 기업들에게 사업자 신청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 받은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 '파파',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로 화제를 얻은 '코액터스', 레인포컴퍼니 등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등록된 차량과 회원이 많은 카카오·SK텔레콤 등 대기업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핀테크 산업도 녹록치 않다. 미국의 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지난 4월 발표한 전세계 유니콘 기업은 610개로, 그중 94곳이 핀테크 기업에 해당할 정도로 투자가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몇년째 토스 1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핀테크 사업은 전통 금융 시장과 같은 수준인 1000개 이상의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점유율 대부분을 흡수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스타트업의 엑시트 M&A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위축됐다는 지적도 있다. 전경련의 스타트업 엑시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유니콘 세계 5강의 경우 82.8%가 M&A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M&A 비중이 52.9%에 그쳤다. 나머지 비중은 IPO와 프로젝트 투자 등이므로 스타트업 엑시트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IPO 또한 침체돼 있다. 유니콘 출신으로서 현재 코스피나 코스닥에 입성한 '1호' 기업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모주 청약 경쟁이 불붙긴 했지만 조 단위 유니콘을 소화하기에 국내 공모시장 자체가 협소하다는 평가다. 국내 상장을 노리던 야놀자가 해외 IPO로 선회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정부에선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 정책이 대기업-벤처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올해 말 시행 예정으로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등을 전재로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완전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이 정책은 대기업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벤처생태계를 질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LG그룹 등이 규제 완화에 힘입어 CVC 설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는 관측이다. 문화일보가 전경련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7개사 가운데 '향후 3년간 벤처기업 M&A 의향이 없다'고 밝힌 곳은 89.5%였다. 인수 의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 기업 43.1%는 '투자할 만한 유망 벤처가 없다'고 답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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