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의 양혜왕상편(梁惠王上篇) 고사성어 중 가장 유명한 내용인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가 나온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위나라 혜왕(惠王)은 나름대로 국민 수 증가를 통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노력했으나 별 효과가 없자 맹자한테 한탄과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사성어다.
혜왕의 질문에 맹자의 대답은 “전쟁터에서 전쟁이 한창일 때 한 병사가 갑옷과 투구를 던져 버리고 도망을 쳐서 백 보쯤 가서 멈추고. 또 다른 병사도 도망치다가 오십 보쯤 가서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백 보 도망친 사람을 겁쟁이라고 비웃었습니다”
혜왕이 흉년이 들었을 때 백성을 도운 것은 전쟁을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혜왕 밑으로 모이는 백성은 더 늘지는 않았다.
‘오십(五十) 보(步) 도망(逃亡)한 자(者)가 백(百) 보(步) 도망(逃亡)한 자(者)를 비웃는다’라는 뜻으로, 서로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똑같이 잘못했다는 뜻이 올바른 풀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뜻은 목적이 정당하지 않을 때 결과를 놓고 한탄하지 말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작금의 정치가 이 오십보백보의 현실 속에 있다.
청와대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사면은 사면 자체보다는 그 속에 숨은 정치공학과 선거와 관련해서 나온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참으로 난감한 사면으로 이번 사면으로 불러오는 국민통합과 화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與. 野 양측의 반발과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에 바쁜 주말을 보내게 됐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명숙 총리와 정권 초기 사면을 받은 정봉주 前 의원의 경우가 비교되는 이유는 박근혜 前 대통령의 사면과 맞물려 과연 이것이 진정성 있는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이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정봉주 前 의원은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 협상단 단장을 맡으며 논란의 정점을 찍게 됐다.
이른바 보은성 사면에 내 식구 챙기기 위한 사면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또한, 이번 선거의 전략적 카드로 윤석렬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박근혜 前 대통령의 사면해 촛불정권의 지지자인 시민단체의 반발과 보수층의 떨떠름한 태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십보백보의 숨은 뜻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책의 목적이 중요하다는 데 있다. 전임 정권과의 국정운영 실적에 대한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사면으로 노리는 의미와 숨겨진 목적을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사면의 진정한 목적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위키리크스한국=정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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