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1분 만에 다 팔린 3,000평짜리 강남땅
[메타버스 시대] 1분 만에 다 팔린 3,000평짜리 강남땅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1.12.27 07:08
  • 수정 2021.12.2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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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코리아, 서울 땅 매각 상황. [식신 제공]
트윈코리아, 서울 노른자 땅 완판 상황. [식신 제공]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역 사거리 일대와 청담동, 삼성동 등 서울 강남에서 3,000평짜리 땅 수백 필지가 나온 지 1분 만에 다 팔렸다. 무지막지하게 비싼 데다 종부세 양도세 무서워서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는 엄두를 못 낼 강남땅을 “동작이 늦어 내 걸로 만들 기회를 놓쳤다”며 땅을 치는 사람들이 땅바닥에 널려 있다.

강남 땅만 그런 게 아니다. 같은 날 나온 여의도 금융가 일대와 용산과 홍대 앞, 성수동 등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강북땅도 1분 만에 다 팔렸다. 땅 판다는 소식을 늦게 들은 탓에 이번에 못 산 사람들은 “다음에는 반드시 사고 말겠다”며 눈 부릅뜬 채 각오를 다진다.

진짜 강남땅 거래를 이야기하는 건 물론 아니다. ‘메타버스’ 뉴스를 읽어온 사람들은 지난 20일 있었던 ‘트윈코리아’의 사전 청약 첫날 소식인 걸 금세 안다.

트윈코리아는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회사인 ‘식신’이 만든 메타버스 속 대한민국이다. 식신은 이 대한민국 땅 중 우선 서울 땅을 가로, 세로 각각 100m, 약 100㎡(약 3,000평)인 셀(Cell) 4만6,000개로 쪼개 20일 사전 분양 신청을 받았다. 1셀이 1필지인 셈인데, 을지로, 도산공원, 가로수길, 강남역, 삼성동, 한남동, 홍대, 청담동, 여의도, 용산 등지의 셀은 청약 개시 1분 만에 청약 완료됐고 나머지 지역도 9시간 만에 다 나갔다.

식신이 트윈코리아를 분양하기 전인 지난달 18일에는 ‘앤씨티마케팅’이라는 기업이 만든 ‘세컨서울’이 사전 분양 개시 24시간 만에 모두 분양됐다. 세컨서울 역시 서울을 6만9,300개로 나눠 ‘타일’이라는 단위로 분양됐는데, 역시 현실 세계에서 인기 높은 광화문과 강남·서초 일대 및 마용성(마포· 용산·성동), 한남동 등의 고가 주거지역이 포함된 타일이 다른 지역 타일보다 훨씬 일찍 마감됐다.

트윈코리아와 세컨서울은 봉이 김선달이 팔아먹었다는 대동강물의 21세기 버전인가,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서울 땅을 분양한 개발자들은 1925년 “파리 에펠탑이 고철로 나왔다”는 거짓말로 거액을 챙겼던 희대의 ‘콘맨(Con Man, 사기꾼)’ 빅토르 뤼스튀그의 후예인가?

나이 든 사람이라면, 메타버스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던져볼 이런 질문에 두 회사 사람들은 펄펄 뛸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각각에게는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으며, 트윈코리아나 세컨서울 같은 가상 부동산 매매는 미국에서 이미 활성화되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대활황이라는 미국의 가상 부동산 이야기는 뒤에서 알아보기로 하고, 그들이 말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자.

먼저 트윈코리아. 트윈코리아를 개발한 기업 ‘식신’은 2010년부터 전국의 맛집 정보를 구축해온 업체로 매달 30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당연히 맛집의 위치, 메뉴, 가격, 고객 리뷰 등 정보가 쌓여 있다. 트윈코리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 빅데이터가 기반이다. 고객(유저)이 강남구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후기를 올리거나 영수증 같은 것으로 다녀온 사실을 인증하면 유저와 셀 소유주는 식신에서 각각 보상포인트를 받는다. 적립된 포인트는 실제의 식당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식당만이 아니고 상점을 이용해도 보상으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셀 소유자는 또 자신의 셀에 있는 실제 식당이나 상점이 광고나 마케팅을 집행하면 거기서도 일정액을 받게 된다. 식신은 사전 분양자들에게 셀당 10만 원씩 받아 그 돈(46억 원)을 초기 보상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셀 소유자는 자신의 셀을 팔 수도 있다. 셀 속 업소가 영업이 잘 되면 비싸게, 영업이 안 되면 싼값에 내놓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속 부동산이 거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세컨서울' 사전 신청 상황. [연합뉴스]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세컨서울'. 사전 신청에서 완판됐다. [엔씨티마케팅 제공]

세컨서울 역시 약 180평 크기의 타일 소유자들을 실제 식당이나 상점 운영자 등 소상공인과 광고 등으로 연결해 타일 소유자들에게 수익이 생기도록 해주고, 그 결과 타일값(땅값)이 오르면 제3자에게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 모집 등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22년 12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서울의 두 가상부동산이 순식간에 완판된 이유는 지난달 디센트럴랜드의 디지털 상가를 약 29억 원(240만 달러)에 사들인 캐나다의 가상부동산 투자회사 토큰스닷컴의 CEO 앤드루 키구엘이 잘 설명해준다. 디센트럴랜드는 미국의 가상부동산 업체며, 240만 달러는 지금까지 디센트럴랜드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부동산 가격의 두 배 이상이다. 키구엘은 이 거래 직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는 250년 전 맨해튼 개발 초기에 투자자들이 땅이나 건물을 사들였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좋은 목에 있는 땅을 사서 제대로 개발하면 이익이 나는 건 실제 부동산이건 가상부동산이건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비록 미국의 경우라지만, 메타버스에서 가상부동산이 실제로 거래되고 있고, 값도 오르고 있으며, 가상부동산에 투자하고 개발하는 전문회사가 성업 중이니 한국, 그것도 언제나 땅이 모자라는 서울의 가상부동산 투자에도 전망이 있다고 본 젊은이들이 “그까짓 10만 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라며 트윈코리아의 서울 땅 투자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그 젊은이들이 영혼을 끌어모아도 땅 투자는커녕 평생 서울에 집 마련하기를 포기한 한국의 흙수저 MZ세대라면 가상의 세계 속 부동산이라도 내 땅 내 집을 갖겠다는 욕구가 더욱 강렬했을 것이다.

실제의 땅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가격이 떨어질 뿐 물건은 남아 있다. 그러나 가상부동산은 만에 하나 부실 경영 등의 이유로 운영회사가 망하면 동전 한 닢 손에 쥘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원래부터 메타버스 세계에만 존재하는 가상부동산이기 때문이다. 가상부동산 개발자와 운영자들이 만일 그런 상황을 맞게 되면 “21세기의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 정숭호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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