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재계 결산] 로봇·UAM·전기차 집중한 현대차, 미래 사업에 가속도
[2021 재계 결산] 로봇·UAM·전기차 집중한 현대차, 미래 사업에 가속도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31 08:17
  • 수정 2021.12.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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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전 상용차 수소연료전지 적용
아이오닉5·EV6 전기차 도약… RE100 가입
미래 먹거리 신사업으로 '로봇·UAM' 낙점
반도체 수급난 타개할 협력은 과제로 남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출처=연합뉴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입니다.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겠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말 서울에서 개최된 P4G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올해 현대차그룹의 핵심 키워드는 '수소'와 '전기'였다.

■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수소연료전지 적용

'수소 전도사'로 통하는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현대차그룹이 개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수소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수소사회 조기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자동차 회사 중 처음으로 2028년까지 이미 출시된 모델을 포함한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하고, 향후 출시되는 모든 상용차의 신모델은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70만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수소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구가 직면한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수소라고 보고 있다. 그는 7월 미국 방문 당시에도 주요 인사들과 만나 "수소는 사업의 난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몇년 전부터 수소사회 구현을 위해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올리는 등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설립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 '수소위원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2019년 1월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취임하며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템 구축을 제안했다.

작년 초 마크 메네제스 미국 에너지부(DOE) 당시 차관을 만나 미국 내 수소 저변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 주지사협회 동계회의 리셉션에도 참석해 수소의 친환경성 등을 설명했다. 작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등 '수소사회 구현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 '아이오닉5·EV6' 전기차 도약 원년… RE100 가입

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그룹]
아이오닉 5. [출처=현대차그룹]

글로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도 박차를 가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경쟁적으로 새 전기차를 출시하며 전동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테슬라는 보급형 세단 모델3와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를 내세웠다. 일본 완성차 업체 마쓰다(Mazda)는 2025년까지 총 13개의 전기차(EV)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폭스바겐 고급 스포츠카 생산 업체인 포르쉐는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생산에 나섰다.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차그룹 역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를 선보였다. 이중 아이오닉 5는 올 11월까지 2만1478대를 판매해 전기차 부문 1위를 고수했다. 아이오닉5와 EV6는 테슬라의 베스트셀링카 '모델3'를 제치고 전기차 국내 판매량 1, 2위로 올라섰다.

전기차 도약을 위해 유럽 시장에서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기로 했다. 2040년에는 국내에서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80%로 끌어올리기로 목표를 세웠다.

정 회장은 "그룹의 역량을 전동화에 집중하며 이미 전 세계에 13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앞선 연료전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승용차 넥쏘를 1만4천대 보급했으며 최근에는 수소트럭 등 상용차 분야로 수소전기차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서울, 울산, 창원, 광주 등 대한민국 주요 대도시는 수소전기버스 보급 확대를 위해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내연기관 차량과 유사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도 함께하고 있다"며 "그 결과 현재 100여대의 수소전기버스가 운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200대 이상의 수소전기버스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내년에는 대한민국 주요 도시 청소차도 수소전기트럭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23개 차종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넥쏘 후속 모델 등 다양한 수소차를 보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RE100'에 참여해 이런 탄소중립 실현에 힘을 실어줄 방침이다. 전세계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대체해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등 주요 5개사가 7월 중 ‘한국 RE100 위원회’에 가입신청서를 지난 7월 제출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100%’의 약자다.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과 글로벌 환경경영 인증기관인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캠페인이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가입 이후 1년 내에 중장기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 받는다. 현대차 측은 "5개사의 RE100 가입은 사업장 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대체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 미래 먹거리 '로봇·UAM' 낙점

정의선 회장은 수소와 전기 외에도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 분야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6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마크 레이버트 MIT 선임연구원이 1992년 학내 분사 기업으로 세운 해당 기업은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독(Big Dog)'을 시작으로 이후 '리틀 독(Little Dog)', '스팟(Spot)' 등 4족 로봇들을 잇달아 내놨다. 구글이 2016년 매물로 내놓은 이 회사를 현대차는 올해 6월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최종 인수했다.

로봇공학으로도 불리는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기술과 융합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기조가 일상화되면서 로봇은 대표적인 비대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 기술을 물류 로봇에서 시작해 서비스 로봇을 거쳐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UAM 분야도 놓치지 않을 기세다.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은 활주로 없이 도심의 교통 요지에 위치한 버티포트(Vertiport, UAM 이착륙장)를 환승센터, 터미널 또는 버스정류장처럼 활용해서 비행할 수 있다. 정부는 2025년 UAM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정하고 현재 제도 마련 및 기술 개발 등을 추진 중이며, 안전성 검증을 위한 실증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초 UAM 콘셉트 ‘S-A1’을 선보인 현대차는 오는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이고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한다. 

정 회장은 "전동화와 함께 자동차 제작사에서 UAM,로봇, 수소트램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반도체 수급난 타개할 협력 과제 남아 

11월 2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11월 2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가 대기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수급난으로 위기도 겪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로 차량용 반도체와 같이 대량생산이 필요한 부품의 생산량이 크게 낮아졌고, 타 반도체 기업들이 대신 생산하느라 타 분야의 반도체 공급량도 채우지 못하는 '반도체 대란'이 심화됐다. 반도체 주문에서 출고까지 소요되는 '리드타임' 기간이 지난 8월 역대 최고치인 20주를 넘어선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올해 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고, 국내 자동차 생산량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생산한 자동차는 총 76만1975대로, 코로나19 사태 타격이 컸던 작년 3분기(92만1583대)에 비해서도 20.9% 감소했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다수의 전동화 제품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소비량이 많은 전기차 생산 또한 성장이 예상돼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2만대에서 올해 420만, 내년에는 600만대 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후년은 돼야 수급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민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반도체 수급난 현황 진단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기업별 전망에 차이는 있으나 2022년 상반기에서 2023년 이후까지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 역량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에선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6대 기업과의 오찬 자리에서 "차량과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긴밀히 협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는 산업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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