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해부下] 올해 4대 그룹이 주목하는 분야…'로봇·모빌리티·반도체'
[M&A 해부下] 올해 4대 그룹이 주목하는 분야…'로봇·모빌리티·반도체'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1.12 16:55
  • 수정 2022.01.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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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M&A 후보군으로 '차량용 반도체·가전' 유력
로봇·자율주행·모빌리티 키우는 현대, 지분 인수 '촉각'
LG, 미래 먹거리 전장 사업 낙점…대형 인수 사례 주시
SK, 인텔 낸드 인수 마무리·SK스퀘어 포트폴리오 강화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 그룹 내 신사업을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을 단행한다. 삼성전자는 DX(가전·모바일)와 DS(부품) 부문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M&A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로봇 등 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관련 기업에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M&A를 단행한 만큼 올해도 해당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 삼성전자, M&A 후보군으로 '차량용 반도체·가전' 유력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출처=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M&A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기조연설을 진행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가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M&A 의사를 밝힌 만큼 대형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력 업종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D램·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가 절실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코로나19와 한파, 폭설, 가뭄 등 재해 영향으로 밀려오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공급 부족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수요는 향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매년 7.6%씩 성장해 2025년에는 37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7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투자 방안 발표와 미국에 준공할 제2파운드리 공장 소재지도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대(對) 중국 반도체 제재 조치로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대량생산이 필요한 부품의 생산량은 크게 낮아져 경쟁력이 높아진 상황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다수의 전동화 제품 출시를 예고함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잠재력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을 공개했다. 통신칩, 프로세서, 전력관리칩 등 3종 시스템반도체를 공개했으며, 고성능 SSD와 그래픽D램 등 성능이 강화된 첨단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 후보군으로는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등이 거론된다.

공급망 관리 중요성이 높아진 가전 시장에서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한 부회장은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bespoke)'를 통해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사장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즉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비스포크 출시 국가를 50개 이상으로 늘리고 품목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로봇·자율주행·모빌리티 키우는 현대차, 지분 인수 '촉각'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주력 사업인 수소·전기차 외에도 로봇,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 분야를 강조한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구체적 목표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2020년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앱티브는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한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3개 계열사로 나눠 2조4000억원을 투입해 각각 26%, 14%,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투자를 통해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만큼, 기술력 확보를 위해 다른 자율주행 기업으로 추가 인수가 이뤄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마크 레이버트 MIT 선임연구원이 1992년 학내 분사 기업으로 세운 해당 기업은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독(Big Dog)'을 시작으로 이후 '리틀 독(Little Dog)', '스팟(Spot)' 등 4족 로봇들을 잇달아 내놨다. 구글이 2016년 매물로 내놓은 이 회사를 현대차는 올해 6월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최종 인수했다.

로봇공학으로도 불리는 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기술과 융합될 수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기조가 일상화되면서 로봇은 대표적인 비대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 기술을 물류 로봇에서 시작해 서비스 로봇을 거쳐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현대로보틱스'와의 시너지 강화를 위해 로봇 기업의 지분 인수에 나설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UAM 분야도 놓치지 않을 기세다. '하늘을 나는 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은 지상과 항공을 연결하는 3차원 도심 항공 교통체계로, 도심 상공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지난해 초 UAM 콘셉트 'S-A1'을 선보인 현대차는 오는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을 시장에 최초로 선보이고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대한항공과 협력해 시장을 키우기로 한 만큼 유력한 후보군이다.

■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 사업, 대형 인수 사례 나올까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LG그룹]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LG그룹]

LG그룹은 전장 사업을 그룹 미래 먹거리로 적극 밀고 있다. 전장 시장은 성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전장 시장 규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7.4% 성장할 전망이다.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4000억 달러(약 478조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이끌던 2013년 자동차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회사 V-ENS를 인수해 전장사업만 전담하는 VC(Vehicle Components) 사업을 출범시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전장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LG그룹의 각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전자제품은 LG전자, 배터리는 LG화학, 통신부품과 일반모터는 LG이노텍,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같이 협력할 수 있다. 

LG는 전장사업을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등 3개 축으로 재편해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7월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와의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은 LG전자 전장사업 가운데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등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부품, 구동시스템(모터·인버터·감속기가 모듈화된 형태), 차량 탑재형 충전기 등을 담당한다.

이를 위한 M&A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벨럼(Cybellum)의 지분 63.9%를 확보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LG전자는  사이벨럼과 함께 전장사업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물론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사이버보안 시장을 조기에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잇는 대형 M&A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의 오디오·전장 기업 하만을 무려 80억 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금액 중 최대로 삼성의 전장 사업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LG 또한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조명 등 각 분야에서 알짜 기업 인수를 추진하거나 종합 기업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 SK그룹, 인텔 낸드 인수 마무리·SK스퀘어 포트폴리오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 / 출처=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 출처=연합뉴스]

'M&A 큰 손'으로 불리는 SK그룹은 올해도 다수의 M&A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신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지난해 4대 그룹 중 가장 많은 M&A를 단행했다. 한경비즈니스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와 함께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 계열사들의 M&A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그룹은 20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SK그룹은 지주회사와 소속 계열사들이 20건의 M&A에 12조120억원을 투자해 인수 건수와 규모 면에서 다른 그룹들을 압도했다. SK에코플랜트가 폐기물 처리 업체들을 비롯해 10곳에 달하는 기업을 인수하며 가장 활발했다. SK텔레콤이 4건(로크미디어, 스튜디오돌핀, 와이엘피, 굿서비스) SK(주)가 4건(파킹클라우드, 시그넷이브이, 이포스케시, 부산정관에너지), SK머터리얼즈 1건(에어프로덕츠코리아), SK증권 1건(피티알자산운용)으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마무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인텔(Intel)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국 규제 당국이 기업결합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데 따른 결과다.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자회사의 사명은 '솔리다임(Solidigm)'으로 정했다. 인수가 완료되면 낸드 업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SKT는 인적분할을 통해 지난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미래를 이끌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를 신설한 바 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ADT캡스, 콘텐츠웨이브,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16개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ICT 투자와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에 집중한다. SK그룹 신사업 자회사를 총괄하는 중간지주사인 동시에 글로벌 투자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출범 이후 SK스퀘어는 첫 M&A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선택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약 900억원을 투자하고 2대 주주에 올랐고, 3D 디지털휴먼 제작 기술을 보유한 온마인드의 40% 지분을 인수해 메타버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12월에는 농업 혁신기업 그린랩스에 약 350억원을 투자했는데, 향후 지분 확보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M&A를 위해 카카오와 협력할 수도 있다. SKT와 카카오는 지난 2019년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통신·커머스·디지털 콘텐츠·미래 ICT 등 4대 분야에서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SKT가 투자를 단행한 온마인드는 카카오계열 넵튠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양사가 중요성을 공감하는 메타버스·AI·모빌리티·구독·OTT 등에서 공동 투자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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