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X파일(114) 클린턴 ‘북폭 시나리오’에 김영삼 “한반도 전쟁터 절대 안된다” 거세게 반발하다
청와대-백악관X파일(114) 클린턴 ‘북폭 시나리오’에 김영삼 “한반도 전쟁터 절대 안된다” 거세게 반발하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1.15 07:04
  • 수정 2022.01.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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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미국의 클린턴 정부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에 대해 김영삼 정부는 적극 반대했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반격으로 전면전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1994년 6월, 김영삼 대통령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순간에도 북한 핵 문제는 긴박한 대치 상태로 치닫고 있었다. 3일 오후 7시 15분 크렘린궁 내 영빈관에 머물고 있던 김 대통령에게 로마를 방문 중이던 클린턴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왔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막 북한과의 핵 협상 실패를 선언한 직후였다.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은 3일 유엔안보리에 출석해 ‘연료봉 교체에 대한 사찰 실패로 북한의 과거 핵 물질 전용 여부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해졌다’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다. (김일성은 이에 대해 ‘완전히 벌거벗느니 전쟁을 택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김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35분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협의했고, 현 시점에서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안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 대통령에게 “6일쯤 안보리에 對北 제재 결의안을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북한 핵문제가 대화로 풀리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한국 정부는 이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다룰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협력을 요청했다.

북한은 IAEA와 협상을 결렬시킨 직후 ‘현재의 핵개발 계획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척시킬 것’이라고 위협하며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하는 등 시간을 끌어보려 했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미·북 3단계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는 등 對北제재가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북한 영변핵시설 위성사진. [연합뉴스]
북한 영변핵시설 위성사진. [연합뉴스]

  16일 오전 안보수석으로부터 김대통령에게 이런 보고가 올라왔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가 내일 기자회견을 합니다.”

그 내용인 즉 ‘회견 직후 주한 미군 가족과 민간인 및 대사관 가족을 서울에서 철수시킨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군 가족이나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이 전쟁 일보 직전에 취하는 조치였다. 미국은 유엔 제재와 별도로 北爆(북폭)을 감행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레이니 대사도 딸과 손자·손녀에게도 한국을 떠나라고 지시해 두었다는 말도 청와대에 흘러들었다.

청와대는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유사시 영변을 폭격할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것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항공모함과 순양함이 북폭에 대비해 동해안으로 접근해 있었다.

영변과 평양은 대대적인 미군 폭격기의 공습과 함포사격의 사정권 안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미군의 폭격이 이뤄질 경우 그 즉시 북한은 휴전선 가까이 전진배치되어 있는 엄청난 규모의 화력을 남한을 향해 쏟아 부을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폭격으로 저지할 수 있겠지만 가공할 인명 살상의 참화가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민족의 공멸을 가져올 ‘선제 북폭’을 감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6월 16일 오후, 김영삼 대통령은 비밀리에 집무실로 레이니 주한미국대사를 불러 단독으로 1시간 동안 요담했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김영삼 대통령은 한반도가 초토화될 것이라며 레이니 대사에게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PG=KBS]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폭격할 경우, 김영삼 대통령은 한반도가 초토화될 것이라며 레이니 대사에게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PG=KBS]

그는 레이니 대사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다.

“레이니 대사, 당신은 나와 오랜 친구가 아닙니까.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면 그 즉시 우리 남한도 북한의 포격에 의해 초토화됩니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있는 한 전쟁은 절대 안 되고 가족 등 미국인들의 소개도 안됩니다. 지금 바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연락해 내 이야기를 분명히 전하세요. 나는 한국군의 통수권자로서 우리 군인 60만 중 절대 한 사람도 동원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우리 땅을 빌려서 전쟁을 할 수는 없어요.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레이니 대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대사관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레이니 대사는 백악관의 클린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김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날 새벽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강하게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 이게 말이 됩니까.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전쟁이 나면 남북에서 군인과 민간인이 수없이 죽고 경제는 완전히 파탄 나며 외국자본도 다 빠져나가게 돼요. 당신들이야 비행기로 공습하면 되지만, 그 즉시 북한은 휴전선에서 남한의 주요 도시를 일제히 포격할 겁니다. 우리가 6·25 때 수없이 죽었는데 지금은 무기도 훨씬 강력해졌어요. 전쟁은 절대 안 됩니다. 나는 우리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지을 수는 없소.”

김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에 클린턴 대통령은 억지로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끝냈다.

통화 후에도 클린턴의 확답은 안했지만 ‘북폭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결심을 굳히는 듯 했다.

[위키리크스한국= 최석진, 최정미, 한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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