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송戰] '노동계·시민단체 출신' 수탁위, 재계 저승사자 되나
[국민연금 소송戰] '노동계·시민단체 출신' 수탁위, 재계 저승사자 되나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2.01.17 14:37
  • 수정 2022.01.17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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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요 20개 기업에 배임·횡령 자료 제출 요청 서한 발송
개정안 통해 경영자 소송 권한, 기금운용본부→수탁위 변경 추진
재계 "노동계·시민단체 구성된 수탁위, 전문성·소송 남발 우려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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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노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주주대표소송감'이라고 찍힌 기업들을 선택해 최근 소송 사전 준비를 위한 서한을 발송했다. 국민연금은 이와 더불어 내달 중 내부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보유한 기업에 대한 소송권한을 노동계·시민단체 출신 등이 참여한 외부 위원회(수탁위)에 넘기는 방안도 언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재계는 이를 두고 '917조 원의 국민 노후 자금으로 연금이 기업을 압박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1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는 지난달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기업 20여 곳에 서한을 보냈다. 내용은 공정거래 이슈나 배임, 횡령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란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서한을 보낸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그간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소송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곳들이다. 최근 참여연대 측 변호사가 "기업 총수가 SNS에 쓴 개인 발언도 주주대표소송감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서한 발송 필요성을 언급한 신세계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통상적 서한"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이 기업을 지정하고 수탁위가 이 기업들을 압박한 사례는 주총을 앞두고 매번 반복됐다. 지난해엔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익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수탁위는 공교롭게도 삼성물산 등 7개사에 해당 방안 논의를 요청했다.

수탁위가 이처럼 시민단체와 참여연대 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받고 있는 이유는 위원 구성 과정에 있다. 수탁위 위원은 총 9명으로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단체 등이 3명 씩 추천한 인물로 구성된다. 사용자 측 위원과 근로자 측 위원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잦아 민감한 사안일 경우 사실상 지역가입단체 추천 위원 3명이 결정권을 쥐게 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이 이 3명 중 2명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원이 재계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불만이 새어나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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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탁위의 권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확대됐다. 17일 기준 보고자별 지분 대량 보유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한 기업은 약 30개로 파악된다. 현대, 기아, 삼성SDI, LG생활건강, 넷마블, KCC글라스, 메리츠증권, IS동서, SK케미칼, 한국콜마, 한국가스공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대상에 포함했다는 의미는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일반투자는 임원 선임 및 해임, 정관변경, 배당 확대,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 참여가 가능한 단계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탁위는 다음달 예정인 기금운용위에서 '국민연금 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사 대부분에 경영 간섭까지 가능해지고 경영진에게 주주로서 책임을 묻는 소송 여부도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지니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영계는 수탁위가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남발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한 경영권 관계자는 "이사진이 위법행위를 자행해 패소할 경우 모든 소송비용을 이사진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을 기금운용위원회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게 구상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질 않는다. 결국 국민연금이 패소하면 그 소송 비용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성도 부족하고 아무런 책임조차 지니지 않는 수탁위가 대표 소송을 전담할 경우 무분별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이를 강행하고자 한다면 소송 제기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령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는 약 917조 원이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272개에 이른다"면서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독립성 부족이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장관 등 6인의 정부 인사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어 "기금운용과 무관한 농업어인, 노동조합 등 각계 이해관계자 단체들이 추천한 위원 12명도 포함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혁부터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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