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시행] "반도체 대폭지원" 약속하던 국회, 결과는 '맹탕' 법안
[반도체특별법 시행] "반도체 대폭지원" 약속하던 국회, 결과는 '맹탕' 법안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2.08 07:35
  • 수정 2022.02.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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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명에 반도체 빼고 국가첨단전략산업 변경
R&D 및 세제 지원·기술보호·인재 양성만 언급
업계 "조항 모호하고 인력 확보 어려워"…호소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올해 첫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올해 첫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2차전지(배터리)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이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업계에선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 연구·개발(R&D), 인력 등 지원과 규제 혁파에 대한 호평도 있지만, 당초 업계에서 요구한 조항들이 빠지고 '첨단전략산업'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맹탕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개최된 제5회 국무회의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 공포안이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공포안은 국가·경제 안보와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과 관련 산업 육성·보호를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신설하고,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을 포함한 첨단산업 분야에 인력과 인프라 등의 투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부장관은 5년마다 전략산업등의 육성·보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

핵심은 지정요건에 부합하는 산업기술을 심의·의결을 거쳐 전략기술로 지정하는 것이다. 지정 요건은 ▲산업 공급망 및 국가·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 ▲성장잠재력과 기술난이도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산업적 중요성 ▲수출·고용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총 5가지다. 미·중 패권 전쟁 등으로 공급망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1분기 중으로 전략기술 선정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전략기술로 선정이 되면 투자, R&D, 인력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촉진을 위해 특화단지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특례, 특화단지 우선 기반시설 구축, 민원 처리, 펀드 조성, 세액공제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세액공제는 R&D의 경우 대·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까지, 시설의 경우 대기업 6~20%, 중견 8~12%, 중소 16~20%까지 받을 수 있다.

기술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정부의 R&D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기술수출, 기업의 인수·합병 등이 있는 경우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력 지원도 중요한 항목이다.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계약학과, 특성화대학(원) 설치·운영을 지원하고, '전략산업종합교육센터'를 구축해 실무 역량을 향상하며, 해외 우수 R&D 인력 유치를 위한 사증 특례를 지원한다. 산업부는 지원 내용·절차를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화하고, 3~4월 중 입법예고를 통해 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연합뉴스]

산업부가 의견 수렴을 앞두고 있으나 업계에선 벌써부터 '맹탕'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법안은 '반도체특별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당내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판단"이라면서 "국회 차원의 반도체지원특별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과학기술패권국가'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 특별법은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해서 당대표의 대표 발의로 통과 직전에 있다. 그에 따른 조세특례제한법도 오늘 상임위원회에서 심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예타 신속처리 의무화' '인프라 시설 의무 지원' 등에 반대하면서 법안은 해를 넘겨 겨우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졌던 법안이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뭉뚱그려져 법안 취지가 희석됐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반도체산업 특별 지원이 사라지고, 반도체 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도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대폭지원을 약속하던 국회가 되려 첨단산업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법안을 후퇴시켰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약속한 인력 지원 조항도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는 원하는 수준의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넘어 적극적인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입학 이후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지원 받는 데다 취업도 보장된다. 업계에선 석·박사급 이상 전문인력이 더욱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도의 회로설계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필수인데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원 기피 현상 등으로 원하는 만큼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계약학과, 특성화대학(원) 설치·운영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정책만으로 당장 인력 확보는 어렵다고 말한다. 고도의 회로설계 역량은 단기간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실무형 교육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전문인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법안 처리에 나섰어야 했는데 올해 들어서야 법안이 통과된 점이 아쉽다"며 "원하는 수준의 인력 양성을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 당장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문승욱 산업부 장관 [출처=연합뉴스]

이에 국회에서도 후속 조치를 빨리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은 지난달 26일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인력 보호 및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특별법이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법안의 핵심이라고 여겼던 인재 양성 방안에는 낙제점을 매겼다. 양 의원은 특별법을 '미완의 숙제'로 규정하고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부장관은 "세계 주요국이 앞 다투어 자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육성·보호가 중요하다"면서 "하반기 법 시행과 함께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요 첨단산업의 역량 강화를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차질없이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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