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제 시행 후 월세 전환자 늘어
서울의 지난해 월세 거래량이 7만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 값 상승 여파로 보증금 부담이 심화된 데다 전세 대출금리가 올라 월세 전환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이날까지 신고된 건수를 기준으로 총 7만 10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임대차 계약은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된다. 이 중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전세를 제외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포함한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은 종전 최다였던 전년도의 월세 거래량(6만 783건)을 넘어서며 최다치를 경신했다. 월세 거래량은 2011∼2012년 2만 7000∼2만 8000건대, 2015년 5만 4000건대로 증가세를 보였고 2020년 6만건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또다시 최다치를 경신했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치솟았다.
지난해 월세가 낀 거래의 임대차 계약 비중은 37.4%로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특히 금천은 지난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월세 비중(56.1%)이 전세 비중(43.9%)보다 높았다. 직전 해까지는 금천구의 월세 비중이 30%를 넘은 적은 없었다.
이처럼 월세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임대차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전세자금 대출까지 막히고 금리가 올라 무주택 서민들에게 전세가 더욱 요원한 상황이 된 것도 월세 전환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신규 취급되는 대출에서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이 되는 등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
여기에다 기준금리 상승 압박도 계속되면서 계약갱신청구 기간 2년이 도래하는 올해 8월부터는 전세 세입자들 가운데 상당히 많은 가구가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전월세 상한제 시행 후 전국의 전세값이 급등했다"며 "이때부터 전세값 상승분을 월세로 전환한 세입자들이 많이 늘었는데 최근에는 대출 금리까지 올라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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