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판사 휴직 사태' 조국 재판부는 어떻게 대법 판례를 오독했나
'주심판사 휴직 사태' 조국 재판부는 어떻게 대법 판례를 오독했나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2.02.15 15:47
  • 수정 2022.02.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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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대법' 채택한 강사휴게실 PC '조국 1심' 배제
'유관증거' 개념과 '실질적 피압수자' 개념 혼동한 법리 대형사고

조국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민유숙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 대법관)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핵심 증거인 '총장님 직인' 이미지 파일이 발견된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전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등을 확정했다. 그에 앞선 지난해 12월 24일 조 전 장관 부부를 공범으로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는 해당 증거능력을 배제했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이 사건 주심 김상연 부장판사는 '휴직 발령'을 자처했다. 증거 배제 결정 직후 검찰이 낸 기피 신청에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를 바라보는 법조계 시선은 당혹스러움에 가깝다. 정 전 교수 구속기간 만료가 임박했었다는 점에서 상고심 선고기일은 늦어도 2월 중순으로 예상됐었다. 대법원과 같은 쟁점을 심리 중이던 형사합의21-1부의 1심 선고는 나중 일이었기에 굳이 핵심 증거의 채택 여부를 미리 밝혀 유죄 심증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김 부장판사의 휴직 배경으로 이 사건 재판장 마성영 부장판사의 재판 지휘에 대한 불만을 의심하는 것도 '당혹스러움의 연속'에서 보면 오히려 자연스럽다. 부장판사들로 구성된 대등재판부에서 대형사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출처=연합뉴스]
지난해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 [출처=연합뉴스]

결국 대법원 2부와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가 다른 결론을 낸 배경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해석 차이가 있다. 두 재판부 모두 지난해 11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한 판결을 인용했다. 이 판례는 크게 정보저장매체를 제출한 제3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의무와 범죄사실 피의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의무로 구분돼 있다. 먼저 제3자가 정보저장매체를 임의제출하면 수사기관은 여기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제출범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저장매체 임의제출 의사를 확인하면서도 전자정보 제출범위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압수범위는 '피의자의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유관정보)로 한정된다. 두 번째는 전자정보를 수사기관이 탐색·복제할 때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것이다. 대법원은 이때 실질적 피압수자를 "정보저장매체의 소유·관리자"라고 정의했다. 

때문에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가 강사휴게실 PC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려면 우선 정 전 교수가 실질적 피압수자인지부터 따졌어야 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PC에서 조 전 장관 부부 범죄사실 유관정보가 다수 나왔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천착했다. 이들 증거를 수사기관이 추출하는데 조 전 장관 부부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니 증거능력이 없다는 변호인 논리를 재판부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변호인은 최초 임의제출 현장에서 검찰수사관이 "조국 폴더다"라고 외쳤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강사휴게실 PC를 조 전 장관 부부 PC로 동일시했다. 변호인은 법정에서 "대법 전합 취지에 따르면 이 사건에 쓸모가 있는 증거라고 파악된 순간 피고인에 연락하고 하나하나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합 판례에서 유관정보는 실질적 피압수자인 정보저장매체의 소유·관리자를 판단할 때 쓰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관정보는 실질적 피압수자 이전의 피압수자가 전자정보 제출범위를 정하지 않았을 때 '압수의 한계'를 결정짓는 개념에 그친다. 

지난해 11월 26일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 심리로 열린 20차 공판. 재판부는 공판을 열기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전합 판례에 대한 입장 정리를 지휘했다. 검찰은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전자정보는 동의 없이 압수수색이 가능하다는 게 대법원 판결"이라며 강사휴게실 PC 임의제출자인 조교 김씨의 참여 없이 추출된 사문서위조 범행 관련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이 문제 없다고 강변했다. 수사 당시 검찰은 강사휴게실 PC에서 정 전 교수의 사문서 위조 수법인 '직인 오려내기' 수법을 증명하는 정황증거를 다수 수집했다. 이런 정황증거는 전합 판례가 말하는 유관증거의 일종으로 수사기관이 피압수자인 제3자에게 제출범위를 확인받지 않았다 해도 증거로 쓸 수 있다. 검찰이 무관증거인 다른 전자정보 추출에서만 김씨 참여가 필요하다고 반복한 이유다. 

반면 변호인은 유관정보 탐색·추출에도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서는 무관정보에 대해서 참여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는데, (전합 판결은) 유관정보에 대한 전자정보 압수·추출에도 피의자 참여권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라며 변호인 손을 들어줬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와 검찰의 이같은 극명한 입장차는 사실 실질적 피압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혀 쓸모 없는 것이 된다. 검찰은 일단 조 전 장관 부부는 강사휴게실 PC의 소유·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 피압수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을 취했다. 참여권 보장은 제3자인 김씨가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권을 보장받은 김씨는 스스로 참여를 포기했다. 김씨는 동양대 공용물건 관리자로서 강사휴게실 PC의 임의제출과 반출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에는 참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자신이 서명이 들어간 '정보저장매체 제출 및 이미지 증 참관여부 확인서'로 확실히 했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으로서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의 범죄사실인 사문서위조 범행 유관정보만 압수하면 그뿐이다. 

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법정에서 조 전 장관 부부가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근거를 밝힌 적이 없다. 당시 법정에서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강사휴게실 PC 두 대가 있는데 소유자를 누구라고 주장하나"라고 물었을 뿐이다.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PC 소유·관리자가 조 전 장관 부부여야만 강사휴게실 PC에서 검찰이 압수한 유관정보 탐색·복제 과정에 조 전 장관의 참여가 필요한지 따질 수 있다. 유관정보 구분은 결국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을 위한 것인데, 조 전 장관 부부가 실질적 피압수자로 인정될 수 없다면 유관정보에 대한 참여권 보장은 당연히 필요 없다는 게 전합 판례가 내비친 법리이기 때문이다. 정 전 교수가 일시적으로 강사휴게실 PC를 전속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이내 소유권을 상실했다면 피압수자는 조교 김씨이고 참여권 보장도 김씨가 받아야 한다. 

천대엽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천대엽 대법관. [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대법원 2부는 "2016년 12월경 이전에 이 사건 각 PC를 피고인의 주거지 등으로 가져가 전속적으로 이용한 바 있다"는 정 전 교수 주장을 "피고인을 이 사건 압수·수색에 관하여 실질적인 피압수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기각했다. 정 전 교수는 2016년 12월 이후 해당 PC를 강사휴게실에 방치했고 조교인 김씨는 이 PC를 "동양대에서 공용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했다는 게 이 사건 주심 천대엽 대법관 판단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만장일치의 전합 판결 법정의견을 작성한 당사자다. 천 대법관은 '조국 폴더'가 강사휴게실 PC에서 발견됐으니 조 전 장관 부부가 실질적 피압수자라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단지 피의자나 그 밖의 제3자가 과거 그 정보저장매체의 이용 내지 개별 전자정보의 생성·이용 등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 과정에서 생성된 전자정보에 의해 식별되는 정보주체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그들을 실질적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당사자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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