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FOCUS] “러시아‧우크라 전운에 치솟은 ‘원자재’ 가격”…건설업계, ‘수급대란’ 우려
[건설 FOCUS] “러시아‧우크라 전운에 치솟은 ‘원자재’ 가격”…건설업계, ‘수급대란’ 우려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2.19 17:45
  • 수정 2022.02.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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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전쟁 우려에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자재 가격 폭등
알루미늄·니켈 인상폭 2008년 이후 최고…선물가격 3300달러
알루미늄 가격, 전년 대비 51.5%↑…‘4만3000원→6만5000원’
중국도 일부도시서 코로나 따른 봉쇄로 알루미늄 생산 중단
관련업계 “원자재값 폭등 당분간 계속될 듯…안정세 불투명”
알폼 등 거푸집 제작 업체, 높아진 부담에 자재 값 약 2배 올려
석고보드·레미콘 등 기타 원자재 납품사, 릴레이 가격인상 불가피
원자재 가격 폭등 CG. [사진출처=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폭등 CG. [사진출처=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국경 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으며, 니켈은 11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거푸집 재료로 자주 사용하는 알루미늄폼(알폼) 가격이 작년 대비 50% 이상 상승하는 등 알루미늄 공급망 불안으로 연내 추가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알루미늄 가격 폭등에 수급 대란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사실 가격 상승은 둘째 치고 자재 공급이 원만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지난해 초기에도 철강재 가격 폭등으로 건설업계가 자재를 공급하지 못해 공사가 미뤄질 정도로 타격이 컸다. 올해도 알루미늄 가격 폭등으로 수요에 차질이 생겨 일부 알폼 생산업체들이 건설사의 수요를 맞추지 못한 나머지 계약을 해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런던금속거래소가 공개한 알루미늄 선물가격은 톤당 331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7월 11일 도달한 사상 최고가 3380.15달러에 도달한 지 14년 만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해 1월만 해도 톤당 2000달러 미만에 거래됐으나 10월 320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가해지면 가장 영향을 받는 원자재는 알루미늄과 니켈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의 26%, 니켈의 49%를 책임지고 있다.

알루미늄 대란. [사진출처=연합뉴스]
알루미늄 대란. [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2018년에도 미국·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알루미늄 가격은 18%, 니켈은 20% 가까이 뛴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인상폭은 컸지만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수요가 적었던 탓에 장기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 현재 알루미늄 재고량 자체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가격이 언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치솟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가격 급등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LME에 등록된 알루미늄 재고량은  83만톤 규모에 불과하며, 지난해 3월 190만톤 대비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게다가 알루미늄 주요 생산지역인 중국 남서부 광시자치구 도시 ‘바이써’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천연가스가 주된 연료 사용되는 데 연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점도 한몫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써의 연간 알루미늄 생산력은 170만톤에 이른다.

점점 커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우려도 원자재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고 요소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전세계에 천연가스를 송출하는 수송관 ‘노스스트림2′가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알루미늄 가격이 오른 것이다. 실제로  알루미늄 생산국인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제재위협을 받으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게다가 유럽이 생산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면서 생산업체들이 전체 생산수준을 낮춘 것도 가격을 밀어올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다이엘 브리에즈만 코르메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알루미늄 가격이 오른 것은 공급 우려에서 비롯됐다”며 “유럽의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 만 톤의 생산이 지연되고 있고, 중국에서도 인구 수 백만명의 도시(바이써)가 지난 주말 코로나19 신규 확진으로 봉쇄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비싼 가격에 거래되자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다. 각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앞다퉈 시행되고,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및 세계 최대 공급처인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 등이 가해지면서 원자재마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작년부터 시작된 원자재 시장 대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쇼크를 견디지 못해 수요가 ‘파괴’되지 않는 인상은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위기에 버금가는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자재 가격 폭등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경기도 고양 소재 한 시멘트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경기도 고양 소재 한 시멘트 공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큰 곳은 단연 건설업계다.

알루미늄과 니켈은 모두 건설업계 중요한 자재인 만큼 원자재 가격폭등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알루미늄만 해도 도금강판과 거푸집에 주로 사용된다. 건설은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30%를 흡수하는 소비주체다. 니켈 역시 철근과 강판 등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만큼주요 철강재 생산에 없어서는 안되는 원료다. 다만 원자재를 납품하는 기업들 역시 자재값 부담 탓에 건설사 가격을 통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에 석고보드와 마이톤 천장재 제품을 납품하는 KCC는 각 대리점과 건설사에 일부 제품에 대해 기존 대비 15% 이상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PF보드와 글라스울 단열재 가격이 3월부터 추가적으로 최소 10% 오른다.

전국의 지역 레미콘 협의회 등 레미콘 업계도 건설협의회 측에 공문을 보내 3월부터 25% 이상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 상황이다. 추가 인상 요구를 수용할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협의회 차원에서 지난해 하반기 1년 적용을 조건으로 이미 가격협상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멘트사들이 이달부터 레미콘의 주원료인 시멘트 납품가격을 17∼19% 올린 만큼 레미콘 업계도 가격 인상 명분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 폭등 여파로 알폼(알루미늄폼) 업계도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최근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하면서 알폼자재 가격 인상이 불기피해진 것이다.알폼은 거푸집 제작과 기초공사에 주로 사용된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알폼 가격(아파트 20층 규격 기준)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당 4만3000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초 6만5000원으로 51.5% 폭등했다. 이에 국내 알루미늄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알폼 업체에 판매하는 자재 값을 2배 가까이 올린 것이다.

대우건설이 개발한 '갱폼(외벽 거푸집) 인양을 위한 자동화 장비(DSG)'가 청라국제도시 '푸르지오 시티' 현장에 시범적용했다. <br>​​​​​​​[출처=대우건설]
청라국제도시 '푸르지오 시티' 현장에 사용된 외벽 거푸집(갱폼). ​[사진출처=대우건설]

알폼이란 알루미늄을 이용해 만든 거푸집이다. 반영구적 자재다 보니 2000년대 들어 아파트 현장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됐다. 건설사들은 임대 형식으로 알폼사와 연간 계약을 한다.

건설업계는 잇따른 원자재 가격의 인상이 공사 지연 및 분양 물량 위축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가격이 올라도 분양시장이 호황이었던 데다 시멘트‧철근‧알루미늄 등 원자재 수요가 대형건설사들 자력으로 충당할 수 있다 보니 인상폭을 감내할 여력이 됐으나, 올해부터는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건에 한계가 있다보니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자재가격이 어느 수준까지 오를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자재 수급이 가능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올해 공급할 분양 계획 수립조차 내놓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대한건설협회 관게자는 “지난해 초 중국발 리스크로 철근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원자재 가격폭등 현상을 한차례 경험한 만큼 이번 알루미늄 원자재 인상 등 비합금철 자재값 상승세가 직격탄까지는 아니더라도 건설업계에 연쇄적으로 충격타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지금시점에서는 산업용 자재 가격 폭등은 물가 인플레이션과 직결되는 데다가, 정세 변화와 맞물리며 더는 개별 건설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만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러시아발 리스크로 인해 알폼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가격 상승보다는 자재 수급 불안을 더 크게 우려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자재 수급 안정화를 이뤄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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