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HDC현산, 퇴출 위기서 기사회생했지만…건설업계, ‘파격 제안’ 설왕설래
[건설FOCUS] HDC현산, 퇴출 위기서 기사회생했지만…건설업계, ‘파격 제안’ 설왕설래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3.02 08:00
  • 수정 2022.03.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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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사고 후 관양 현대·월계 동신 재건축사업 잇따라 수주
올해 정비사업 수주 규모 총 7000억원…1조원 클럽 입성 눈 앞
일반 분양가 100% 보장·이주비 지원 등 조합원 틈새 민심 공략
서울에 짓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출처=연합뉴스]
서울에 짓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전경. [출처=연합뉴스]

광주 붕괴사고' 이후 정비업계에서 퇴출위기에 처한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쟁사를 제치고 관양현대아파트와 월계동신 아파트 수주에 성공하며 재기에 나선 모습이다.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덕분이다.

다만 사고가 벌어진 광주에서는 HDC현산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조합원들의 요구로 기존에 확보한 시공사 지위를 내려놓는 등 냉기류가 여전해 계속 순항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 27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조합원 887명 중 800명이 참여해 총 800표 중 739표(득표율 92.4%)를 얻어 경쟁사 코오롱글로벌을 누르고 월계동신을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앞서 1차 입찰에서도 단독 참여해 HDC현산의 시공사 선정이 유력했으나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2차 입찰에서 코오롱글로벌이 뛰어들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한 조합원은 “광주에서 큰 사고가 2번이나 발생하다 보니 (조합내부에서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여전히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데다가 HDC현산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제안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재건축 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출처=HDC현대산업개발]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재건축 정비사업 조감도. [사진출처=HDC현대산업개발]

실제로 월계동신 재건축 사업은 HDC현산이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인 사업지 중 하나다. 게다가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지와도 가까워서 오래 전부터 공들여왔다.

이로써 HDC현산은 지난달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두 차례 연속 수주전에서 승기를 거머쥐며 역전 드라마를 썼다.

앞서 HDC현산은 이달 초 경기도 관양현대 재건축사업도 수주한 바 있다. 2월 초에는 사고가 발생한 초창기인 만큼 55% 득표율 얻으며, 경쟁사(45%)와 득표율 차이가 10% 안팎으로 근소했다.

월계동신 재건축은 노원구 월계동에 총 107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2826억원, 관양현대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총 1305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가 4240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어진 월계동신 수주전에선 경쟁사와 큰 차이를 벌이며 수주에 성공, 사고 이후 벌써 7000억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이처럼 HDC현산이 연이어 수주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최상의 사업 조건을 제시한 것이 통했다는 평가다. 광주 사고 이후 일부 조합원들이 안전 문제와 대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H HDC현산은 '강북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면서 파격적인 제안책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HDC현산은 월계동신 재건축 조합에 △광운대역세권 브리지 연결 △미분양 시 대물변제 100% △글로벌 건축디자인업체 SMDP와 협력해 명품 설계 적용 △미분양 시 아파트 대물변제 100% △사업촉진비 4500억원(가구당 최대 5억원)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앞서 관양동 현대아파트 수주전에서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이주비 등 사업비 2조원 조달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지급 △평당 일반분양가 4800만원 100% 보장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러나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에선 HDC현산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시공사 재선정을 검토하는 등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특히 사고가 일어난 광주에선 이같은 움직임이 더 거세진 데다가 앞으로 예정된 대부분의 신규 수주 사업장에서도 선뜻 HDC현산이 ‘아이파크’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앞서 광주 운암3단지 조합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컨소시엄 중 현산만 배제하는 방안’과 ‘3개 컨소시엄 모두 계약 해제하는 방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481명 중 1360명(92%)가 현산만 배제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이에 HDC현산은 지난 25일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에 모든 시공 권한을 공동 시공사인 GS건설과 한화건설에 위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HDC현산이 시공에서 배제되고 컨소시엄 주간사는 GS건설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조합 측은 단지 명을 놓고 GS건설의 '자이', 한화건설의 '포레나', 제3의 브랜드 등을 사용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아파트 공사는 참여할 수 없게 됐으나 지분만 유치한 채 기존 계약에 잔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광명11구역에서도 최근 HDC현산의 시공참여 및 ‘NO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HDC현산에 추후 지분 참여에 따른 이익분만 가져갈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한편 건설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제안들이 자칫 잘못하면 공수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쉽게 말해 재건축사업은 일반분양을 통해 돈 버는 구조인 데 일반분양가를 100%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분양가가 하락하면 약속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다름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은 조합도 그렇고 건설사도 이윤이 생명인데,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파격적으로 제안한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손해를 감수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리스크로 돌아올 것”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DC현산이 제시한 일반 분양가를 보면 현 시세에 비해서도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에 (건설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함께 입찰한)경쟁사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는 등 손해를 보면서까지 입찰에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들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이익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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