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선별 입건 폐지, '한명숙 사건 수사방해' 尹 무혐의가 결정타
공수처 선별 입건 폐지, '한명숙 사건 수사방해' 尹 무혐의가 결정타
  • 윤여진 기자
  • 승인 2022.03.06 13:09
  • 수정 2022.03.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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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선별 입건' 사건조사분석관실 폐지 입법예고 배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과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며 도입한 '선별 입건' 제도를 폐지한다. 검찰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면 피고소·고발인을 피의자로 보는 '자동 입건'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고위공직자범죄만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사건을 골라 수사하겠다는 게 선별 입건이다. 

지난 4일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 개정에 따라 사건조사분석관실을 폐지하는 내용의 직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전 사건사무규칙 제13조는 '수리사건을 인수한 분석담당검사는 고소인·고발인 조사를 통해 수사 필요성을 분석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분석담당검사가 사건조사분석관이다. 사건조사분석관은 '사건을 고르는 검사'로 지휘부인 공수처 처장과 차장의 입김에 따라 입건한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특히 선별 입건을 명분으로 검찰총장에서 유력 대통령 후보로 직행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 수사력을 모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실제 지난해 11월 18일 공수처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입건 사건 23개 중 윤 후보 입건 사건은 4개였다. 때문에 공수처의 이번 선별 입건 제도 폐지는 윤 후보 수사 실패에 따른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출처=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출처=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6월 1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가진 김진욱(사진) 공수처장은 "조사분석 거쳐서 바로 입건되지 않도록 만든 게 현재 (공수처) 설립준비단부터 내려온 시스템"이라며 선별 입건 방침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윤 후보를 '공제7호'(옵티머스펀드 부실수사)와 '공제8호'(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지차금법 검찰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의혹 수사방해)로 입건한 게 '사실상 입건만으로 수사 당사자에겐 타격이 있다'는 질문이 나왔다. 당시 공수처는 입건 단계에서 사건을 공개해 중립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때 김 처장은 한 전 총리 사건 검찰 측 증인에게 '허위 증언'이 있었다는 재소자의 진정으로 시작된 수사를 윤 후보가 방해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입건에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공수처는 공제8호 사건 피의자였던 윤 후보와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이 받은 직권남용 혐의를 '혐의없음' 처분하며 이같은 선별 입건의 정당성이 없었음을 자인했다. 공수처가 이 사건 고발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에게 통보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대검 부장회의가 모해위증 의혹을 최종 '혐의없음' 결정했다는 게 불기소 핵심 이유다. 수사방해가 성립하려면 먼저 방해의 대상인 수사에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수사방해 방식으로 지목된 주임검사 지정과 재배당은 검찰청법에 따른 검찰총장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게 공수처가 내린 최종 결론이다. 

윤 후보가 방해했다는 사건은 이미 박범계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지난해 3월 19일 대검 부장회의가 '혐의없음' 결정한 사건이다. 윤 후보는 대검 감찰부가 들여다보던 모해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5월 22일 감찰부 감찰3과에 배당된 사건을 엿새 후 수사 기능이 없는 대검 인권부에 재배당하고 조사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진상조사에 맡겼다는 것이다. 같은 해 9월 7일 중앙지검은 '혐의없음' 종결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검찰 내 감찰 강화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부장검사를 '원포인트 인사'로 대검 감찰부 연구관에 발령했고 한동수 감찰부장은 재차 이 사건을 임 연구관에게 맡겼다. 이에 윤 후보는 총장직 사임 당일인 지난해 3월 4일 이 사건 주임검사를 허정수 당시 감찰3과장으로 지정한다는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의 결정을 재가했다. 다음날 허 과장은 한 전 총리 수사팀에 '혐의없음' 처분했다. 박 장관은 그달 17일 수사지휘권을 발동 대검 부장회의에서 '혐의없음'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틀 후 부장회의는 결론을 유지했다. 고발인은 일련의 이 과정 역시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기자회견 당시 "정치 일정을 본다든지 그런 상황에서 수사하는 건 아니다"라며 선별 입건에 정치적 목적이 없음을 해명한 바 있다. 윤 후보 입건으로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대선 사전투표 이틀을 앞두고 진행된 이번 입법예고는 거꾸로 선별 입건이 "정치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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