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암호화폐로 자산을 숨기려는 러시아 정치 재벌들.... 성공 가능성은?
[월드 프리즘] 암호화폐로 자산을 숨기려는 러시아 정치 재벌들.... 성공 가능성은?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3.11 06:26
  • 수정 2022.03.11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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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모형 [출처=연합뉴스]
비트코인 모형 [출처=연합뉴스]

'러시아 수뇌부, 정치 재벌들의 숨겨둔 재산을 찾아라!'

최근 러시아의 친 푸틴 정치 재벌 '올리가르히'들의 호화 요트 두 대가 압류됐다. 또한 다른 요트들의 위치도 파악이 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러시아인들의 크립토 자산을 추적하는 것은 요트보다 더 까다롭지만, 그럼에도 올리가르히들이 이를 숨기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인터넷 매체 프로토콜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LVL의 최고감사책임자 마이클 파사넬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게 세계가 가한 주요 제재 중 하나는 디지털 자산을 표적으로 해 국가 수뇌부를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크립토 자산을 동결시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미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암호화폐의 거래를 금지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암호화폐 금지는 지금의 푸틴과 올리가르히를 표적으로 한 디지털 자산 공격에 비하면 그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이었다고 파사넬로는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시작되면서 러시아 루블 화를 통한 암호화폐의 거래가 폭증했고, 이는 올리가르히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관리국은 이 달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디지털 자산도 포함하며 법을 강화했다. 지난 주 민주당 상원 의원들은 재무부에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이 범죄 목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재무부의 금융범죄 단속 네트워크 핀센(FinCEN)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개인과 민간 조직 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전환이 가능한 암호화폐를 이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립토 분석회사 체인애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지난 해 암호화폐 범죄 규모는 140억 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이러한 암호화폐 범죄는 잘 노출된다는 독특한 양상을 갖고 있다. 명목화폐가 불투명한 페이퍼 컴퍼니에서의 거래를 통해 돈세탁이 되는 것과 달리, 암호화폐는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상에 영구히 기록된다. 당국이 이러한 거래를 실명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블록체인 상에서는 완전한 익명이 불가능하다. 일련의 숫자와 문자로 특정되는 암호화폐 계좌나 전자지갑이 네트워크 상에 보여진다. 이름이나 그 밖의 정보가 보여지지 않는다해도 모든 거래들이 추적 가능하다.

VPN 개발사 오키드 연구소(Orchid Labs)의 CEO 스티븐 워터하우스는 “탈중화화된 것이든 중앙화된 것이든 근본적으로 크립토는 추적이 아주 쉽다”라고 말했다.

계좌와 거래를 모니터하기 위해서는 전자지갑 주소만 있으면 된다. VPN 개발사 데이터캐피(Datacappy)의 CEO 마르코 벨린은 “전자지갑 주소로 크립토 계좌에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다. 한 계좌가 다른 계좌와 가지는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추적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바이낸스의 글로벌 정보 조사 부사장 티그란 감바리안은 규제를 피하는 데는 암호화폐가 최악이라며, 모두가 거래를 볼 수 있어 큰 돈을 이동시킬 때는 이를 숨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의 핀센은, 러시아 연방 같은 정부에 의한 전환 가능한 가상화폐를 이용한 대규모 제재 회피는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사넬로는 암호화폐 거래를 혼란스럽게 하는 도구들을 이용해 최고의 블록체인 분석 프로그램으로도 조사를 힘들게 만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지갑을 오프라인 상태로 보관해 조사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 하드웨어 지갑, 소위 콜드월렛(cold wallet)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는 암호화폐를 갖고도 올리가르히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워터하우스는 암호화폐를 콜드월렛에 저장해도 언젠가는 이를 이동시키고 처리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막대한 양을 움직일 때는 쉽지 않다.

일단 자산을 이동시키려고 한다면, 네트워크 상에 전자지갑이 노출될 것이고, 이러한 연결고리들이 추적될 수 있다. 연결고리의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가 뭔가에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암호화폐 자금을 세탁하려는 사람들은 거래 추적을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텀블러(tumbler)’나 ‘믹서(mixer)’라고 하는 도구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코인들을 모아 쪼개고 자잘한 거래들로 흩뜨려 놓는 식으로 추적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낸스의 감바리안은 이러한 도구들은 전형적으로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십억, 수억 달러의 돈을 이동시키기에는 아주 비효율적이다. 그러한 거래를 처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은 액수를 전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큰 금액을 전송하려고 한다면, 텀블러도 소용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워터하우스 역시 “여기서 이야기 하는 규모 상 이런 도구들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동의했다. 이러한 도구들로의 자산 이동을 막은 거래소들도 있다.

크립토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통해 은밀한 거래를 하려던 사람들은 오히려 발목이 잡힐 수 있게 됐다.

워터하우스는, 디지털 자산은 갖고 도망간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몇 년 뒤 누가 그랬는지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나쁜 자들에게는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디지털 자산을 바탕으로 올리가르히들이 최고의 해커들에게 접근해 자산을 빼돌릴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파사넬로는 지적했다. 그는 “올리가르히들은 오랫동안 자산을 숨기는 데 최고의 기술을 보여왔다”며, 이러한 기술이 최첨단 테크와 만나 금융범죄 전문가들에 맞설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러나 몇 년 간 숨겨온 것이 아주 사소한 실수로 들통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한 부부가 탈취된 4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돈세탁하려다가 월마트 기프트카드 구입으로 인해 추적되고 발각된 사례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크립토 자산을 노출시키지 않고 숨기고 있으면 안전하지만, 요트들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는지 훤히 드러났듯이 자신들의 부를 자랑하려는 경향이 올리가르히들의 약점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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