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네거티브에 밀려난 '과학기술' 공약… '낙하산 인사' '경직된 연구문화' 뜯어 고쳐야
[취재파일] 네거티브에 밀려난 '과학기술' 공약… '낙하산 인사' '경직된 연구문화' 뜯어 고쳐야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12 08:50
  • 수정 2022.03.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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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출처=연합뉴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제20대 대선은 네거티브 공방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책 공약 검증은 소홀해졌다. 후보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을 헐뜯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계속되며 공약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건설적인 논쟁은 뒷전으로 밀렸다. 

12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양당의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지쳐간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전부터 지속돼 논란거리로 삼은 양 후보에 대한 의혹,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형수 욕설 녹음파일과 윤 후보의 보복 정치 및 삼부토건 수사무마 의혹 둥과 아내 리스크 또한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은 정확한 비유였다.

양당의 네거티브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에게 '공약 검증'은 어느새 잊혀져 갔다. 그중 '과학기술' 분야 공약은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선 후보들은 미래 국가 경쟁력에 원천이 되는 연구개발(R&D)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토론이나 유세에서 과학 분야 공약은 조명받지 못했다.

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은 지난해 11월 토론회 자리에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사태와 올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미중 공급망 전쟁은 우리 국회와 정부에 큰 각성을 불러 일으켰다"면서도 "이번 대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측면에서 과학기술패권국가라는 국가적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임에도 과학기술분야의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신설과 기후에너지부 신설, 청년미래부처 설립을 예고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항공우주청 및 디지털혁신부 설립을 제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 과학기술 혁신방향으로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첨단기술 선도국가로'를 목표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민‧관 과학기술위원회 신설 ▶정치적 목적으로 과학기술정책 흔드는 사태 원천 차단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연구환경 조성 ▶미래 선도할 연구, 10년 이상 장기지원 ▶청년 과학인들 위한 도전과 기회의 장 마련이었다.

민관 과학기술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될 예정이다. 과학기술에 바탕해 국정 의사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약으로 내건 항공우주청 설립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우주 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도 국가 주도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우주 산업 진흥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과기부 산하에 국가우주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우주청으로 지위를 격상해서라도 독립적인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해 10월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를 계기로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산업 생태계를 이끌어간다는 방침은 윤 당선인 체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다만 국가가 과학기술 발전에 개입하고 통제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많다. 다수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았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서 기존 연구비를 삭감당하거나, 비전문가로 불리는 소위 '낙하산 인사' 내정에 따른 불필요한 간섭 심화, 정권 말 치적을 위한 기술성과 독촉 등 우려가 크다는 것.

낙하산 인사의 경우 지난 문재인 정부에 임명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김 전 수석은 문 정부 초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로 임명됐는데, 항공우주와 방산에 문외한이었던 '코드 인사'였다. 내부 관계자는 "KAI 사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두 친정부 인사로 채워져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사기업인데도 대주주가 수출입은행인 만큼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실패를 용인 못하는 경직된 연구문화를 고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누리호 발사 당시에도 실패·성공 여부만 조명되고, 정권을 위해 '보여주기' 식의 성과만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라며 "당·정·청이 본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우주 산업을 이용하고 성과를 닦달할 것이 아니라 실패, 모험을 감당할 수 있게 연구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공약으로 정치적 목적에 따라 과학기술정책 흔드는 사태를 원천 차단하고,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연구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언급했듯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기술 패권경쟁 시대에서 한국의 유일한 생존방법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윤 당선인이 공약대로 낙하산 인사와 정권 선전을 위한 성과 닦달은 배제하길 기대한다. 아울러 '돈이 되지 않는 연구'에도 장기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이제 더이상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죽고 사는 문제가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5대 강국(G5)에도 들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원자력, 수소, 콘텐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5개의 초격차 과학기술을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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