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프랑스 대통령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푸틴...내달 대선 앞두고 '푸틴 이슈' 사분오열
[월드 프리즘] 프랑스 대통령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푸틴...내달 대선 앞두고 '푸틴 이슈' 사분오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3.15 06:39
  • 수정 2022.03.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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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후보들. 왼쪽부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극우 지도자 마린 르 펜, 보수당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 극우 무소속 후보 에릭 제무르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 대선후보들. 왼쪽부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극우 지도자 마린 르 펜, 보수당 후보 발레리 페크레스, 극우 무소속 후보 에릭 제무르 [사진 = 연합뉴스]

내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 정치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푸틴에 대한 태도를 놓고 심하게 분열되어 있다.

르몽드 지는 14일(현지 시각) 칼럼니스트 질 패리스(Gilles Paris)의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프랑스 대선 후보들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망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중도좌파 후보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aubira)가 야닉 자돗(Yannick Jadot)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좌파 통합의 여정에 파란이 일고 있다.

이는 프랑스 정치권에 어떤 의미를 던져 주고 있는가?

보름 전 비공식 프라이머리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던 전직 법무부장관 출신의 크리스티안 토비라는 이렇다 할 전기를 마련하지도 못했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신뢰감도 심어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수많은 사건들과 연관되어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다.

그녀의 사퇴는 온건 개혁론자인 안 이달고(Anne Hidalgo)에게 영향을 미쳐 야닉 자돗을 지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좌파 후보 중 수위(首位)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 좌파의 수장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 후보들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중재하려는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력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간단히 두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측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는 세력으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극우 그룹과 트로츠키주의 후보들을 제외한 강경 좌파 그룹이 이 문제에서 보조를 함께 하고 있다. 프랑스 공산당은 누가 러시아를 이끌든 그를 지지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증오하는 친푸틴 계열의 파비엔 루셀(Fabien Roussel)은 서방의 동맹 해체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좌파 계열의 장뤼크 멜랑숑은 미국을 경멸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병합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의제를 테이블에 올린 적이 없다.

“프랑스는 서방 동맹과 보조를 함께 해서는 안 된다.”

그는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진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주장한다.

좌파 정당인 프랑스앵수미주(France Insoumise)의 후보인 장뤼크 멜랑숑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마크롱이 외국 지도자들과 계속 통화를 시도하고, 푸틴을 달래기 위해 모스크바로 날아가는 것도 못마땅하다.

“나는 마크롱 대통령이 저러고 다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강조하고 하고 나섰을 때 이렇게 비난했다.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4m짜리 긴 테이블에 앉아 정상회담을 하는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 연합뉴스]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4m짜리 긴 테이블에 앉아 정상회담을 하는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 연합뉴스]

프랑스 국민은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프랑스를 둘러싸는 동맹을 결성하려 할 경우 프랑스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우리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에 긴장 완화가 필수적이다”라는 말을 극우 지도자인 에릭 제무르(Eric Zemmour)가 했는지, 아니면  장뤼크 멜랑숑이 했는지 헷갈린다.

나아가 극우 성향의 에릭 제무르는 지난 7일 “만일 러시아가 쿠바나 멕시코에 핵미사일이나 군대를 배치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까지 했다. 이 말은 마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을 직접 펼치기라도 하는 듯이 들렸다.

극우 성향이면서도 반미주의자인 에릭 제무르는 푸틴의 열성 지지자 중 한 명으로, 그는 푸틴은 그냥 러시아의 애국주의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입에서 우크라이나의 애국자들을 지지하는 같은 어조가 나오리라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푸틴이 러시아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 미국이 푸틴을 자극하는 도발적 행동을 너무 많이 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은 거론하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다른 극우 성향의 후보인 마린 르 펜(Marine Le Pen)도 우파 경쟁자 에릭 제무르만큼이나 러시아와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에도 대(對) 러시아 제재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와 정상적 관계로 복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크렘린과의 관계 증진’은 푸틴의 정치자금을 미화할 때 동원되는 수사이다. 러시아 은행들이 과거 마린 르 펜 측에 1000만 유로의 차관을 제공한 사실은 그녀의 수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만은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수당인 프랑스 공화당(Les Républicains)은 자당의 대선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Valérie Pécresse)가 범대서양주의자(서유럽과 미국 간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드골 세력(Gaullist)의 반나토적 정서가 이 당을 흔들고 있다.

또,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뛰었던 공화당 소속의 전직 총리 프랑수아 피용(François Fillon)은 러시아 국영 석유화학기업의 이사회 멤버이다. 그런가 하면 현 공화당 대표 크리스티앙 자코브(Christian Jacob)는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사회당의 안 이달고 후보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강조하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독재자라고 대놓고 비난한다.

환경운동가 후보인 야닉 자돗(Yannick Jadot)이나 중도좌파 후보 크리스티안 토비라(Christiane Taubira)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2019년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가 뇌사상태에 놓였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그 이후 푸틴의 움직임에 따라 서방 동맹이 부활했으며, 러시아 문제를 놓고 프랑스에서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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