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 논란에 "고객 마음 헤아리지 못했다" 사과
포토존·응원메시지 등 경직 분위기 없애고 소통 강화

500만명이 넘는 주주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제53회 정기 주주총회를 1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최근 갤럭시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책임경영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 회사는 또 주주들이 응원메시지나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등 소통 행보를 강화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1600여명, 기관투자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표결 결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86.34%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97.96%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98.04%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 86.11%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이날 주총장의 뜨거운 감자는 GOS 사태였다.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GOS 기능이 사실상 강제돼 이용자의 선택권이 배제된다는 논란이 인 것이다. GOS는 게임 실행 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GOS 문제로 삼성폰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는 고객도 속출했다.
이달 초 GOS 논란이 본격화된 이후 이용자를 향한 공식 사과가 나왔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주총장 앞에서 트럭 시위를 하는 등 현장에서도 행동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노태문 후보(MX사업부장)가 GOS에 대해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을 시켜주지 못했고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른 주주들에게 노 후보의 선임에 반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주주는 GOS 사태에 대해 "(삼성전자가) S22의 성능을 제한해 놓고서 또 한편으로는 최대 성능이라고 과대 광고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회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사과의향이 있나"라고 물었다.
한종희 부회장은 관련 질문을 받고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 발언을 할때 허리를 숙였다. 그는 "GOS는 게임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적정 한도까지 CPU, GPU의 성능을 제한해 발열은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노 사장을 향한 지적에는 "노태문 후보는 2013년 이후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이자,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며 "MX사업부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노 사장은 실제 표결 결과 97.96%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주주들의 높은 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부회장은 지나친 원가 절감이 최근 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고객이 원하는 핵심기능 위주로 기기 사양과 프로세스 전반을 최적화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리미엄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을 양보하지 않는다. 향후에도 완성도 높은 제품 경험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제품을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으로 "저희가 GOS에 대해 사죄도 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했다"며 "회사가 성장하고 저희 제품이 많이 팔리는 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1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응원메시지를 남기는 모습. [출처=삼성전자]](/news/photo/202203/123495_106400_1044.jpg)
일부 주주들의 칼 같은 지적에도 삼성전자는 소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고려해 '주총 참석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설치했다. 삼성전자는 주식투자 열풍 속에 504만명(작년말 보통주 기준)의 주주를 보유하게 됐고, 특히 20~30대 '젊은 주주'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포토존 외에도 삼성에 바라는 점등을 메시지로 작성해 부착하는 '응원메시지 월'도 마련됐다.
행사 시작 전에는 다국적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주주들께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환영 영상을 방영했다. 삼성전자는 의안 상정에 앞서 한 부회과 경계현 사장이 사업부문별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 참석 주주 외에도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는 주주들의 질문에도 답변하도록 했다.
여기에 주주 편의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사전 신청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 또 2020년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해, 주주들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를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진행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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