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기업 철수하면 국유화"… 韓 기업들, 러시아 철수 동참 '진퇴양난'
[우크라 침공] "기업 철수하면 국유화"… 韓 기업들, 러시아 철수 동참 '진퇴양난'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19 07:06
  • 수정 2022.03.19 0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대러시아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중고차) 업계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에 중고차가 가득 차 있다. [출처=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대러시아 중소기업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중고차) 업계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중고차 수출단지에 중고차가 가득 차 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전례 없는 제재를 취하면서 전 세계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이 절반 넘게 동결돼 당장 사용 가능한 달러화 자산이 크게 줄어들었고, 루블화 가치 폭락과 인플레이션 심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 철수까지 더해져 국가부도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일시 철수 혹은 사업 중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예일대 경영대학원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380여 개의 외국기업이 러시아 사업 중단이나 철수를 선언했다.

다국적 식품 기업인 맥도날드, 펩시, 코카콜라, 스타벅스와 빅테크 기업 구글, 애플 등이 철수한 데 이어 GM·도요타·테슬라·인텔·AMD 등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잇따라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필수 의약품을 제외하고 사업을 줄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바티스,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러시아 사업 중단·축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국적 금융그룹도 악화되는 여론에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14일(현지시간) 월가의 라이벌 은행들에 이어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씨티그룹은 러시아에서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을 더욱 줄인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지난주 러시아 사업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했다.

러시아에서 철수한 일부 기업은 일정 기간 현지에서 고용한 러시아인들에게 기본급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결국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러시아인들은 실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경제 단체와 연구기관들도 한목소리로 러시아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국제 제재가 올해 러시아 경제를 13.5~24% 후퇴시킬 것으로 내다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로 감소한 GDP가 2%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러시아 경제의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목소리다. 경제 제재 충격에도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 중 전면 철수를 계획한 곳은 아직 없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 악화로 자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 가능성이 있지만 철수 이후 시장 축소에 비춰봤을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TV 공장. [출처=삼성전자]

전자 업계에선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를,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현지 생산에 따른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0%대로 1위다.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지난 2010년 상트페테브루크 공장을 거점 삼아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6440억 달러)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특히 자동차와 부품은 전체 러시아 수출의 40.6%를 차지한다. 삼성·LG는 러시아에서 스마트폰, 가전제품, TV, 반도체 칩 등 점유율이 높고, 현대차그룹도 러시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철수 시 매출 타격이 큰 상황이다. 그동안 쌓아온 러시아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도 무너질 수 있다. 

특히 러시아 검찰은 철수나 사업 중단을 발표한 기업에 대해 경영진 체포와 자산을 압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업 관계를 단절하면 해당 기업 러시아 사업체의 경영권을 뺏는다고 경고했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선 러시아를 이탈하는 외국 기업 자산 국유화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철수는 아니더라도 일부 기업은 제품공급을 중단해 러시아 제재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6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 "현재 러시아에 대한 제품 공급은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사업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다양한 방면의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어 면밀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