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4국 반도체 동맹 제안한 美, 원자재 패권 뒤흔들 中... 공급망 전쟁 격화
[이슈 포커스] 4국 반도체 동맹 제안한 美, 원자재 패권 뒤흔들 中... 공급망 전쟁 격화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3.31 07:38
  • 수정 2022.03.31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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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요소수·희토류 등 공급망 교란 위험
"공급망 위기 속 산업·통상 정책 유기적 연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와 주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공급망, 이른바 칩4 동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국인 일본과 대만에도 이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며 '쿼드(Quad)', '오커스(AUKUS)' 미국 주도 연합체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반도체 동맹은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산업계 일각에선 중국 현지 공장과 수출 의존도, 원자재 패권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조사통계월보 3월호'에 실린 '국내 주요 신성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및 리스크 요인 평가'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신성장산업의 주요 리스크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취약성 증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 수급 안정성 저하를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 신성장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면서 경제 성장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완화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봤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망 취약성 증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원자재 수급 안정성 저하를 리스크로 꼽았다. 또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 과정에서 신성장분야의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생산·투자·수출 증대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국 등 해외 후발기업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국내 신성장산업의 글로벌 시장 주도권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요소수 긴급 공급 [출처=연합뉴스]
요소수 긴급 공급 [출처=연합뉴스]

원자재 패권의 경우 가까운 예로 중국의 요소수 사태가 있다. 중국은 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났듯 원자재를 무기로 삼아 우리나라 공급망을 흔들 위험이 여전하다. 중국은 전력난과 석탄 생산 차질이 겹쳐 비료 공급난이 불거지자 작년 10월 요소 등 화학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수출이 통제됨에 따라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심각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산업계에서도 요소수 사태를 대표적인 공급망 교란 사례로 언급했다. 산업부가 30일 서울에서 개최한 '제2차 FTA 전략포럼'에서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은 "최근 요소수 사태 등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공급망 교란은 예상치 못한 산업 부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통상당국과 산업계 간의 원활한 소통 및 긴밀한 협력채널 구축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산업분석실장도 중국발 요소수 사태와 미국의 러시아 제재 조치 관련 해외직접결제제품규칙(FDPR) 예외 인정 등을 거론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전기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무기 삼아 다시 공급망을 흔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으로, 지난 2018년부터 심화된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할수록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희토류는 자성과 광학적 특성을 가진 광물에서 찾을 수 있는 17개 희귀 원소를 일컫는다. LED(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터빈, 방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이중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2021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97.7% 점유율에 비하면 크게 줄었지만 패권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광산 및 광물 관련 3개 기업을 합병시켜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을 출범시킨 만큼 패권을 강화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알루미늄그룹, 중국우쾅그룹, 간저우희토그룹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 등 총 5개 기관이 통폐합된 중국희토그룹이 정식 출범했다.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거대 희토류 단일 기업을 통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삼성전자]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가장 큰 손이기도 하다. 반도체 전체 매출 중 26%(2020년 기준)를 중국에서 거둔 만큼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도 돌리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칩의 절반 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D램 생산량의 15%에 해당한다.

하이닉스는 당초 우시 공장에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들여 반도체 제조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규제의 일환으로 노광장비 수출을 규제하면서 진퇴양난 상황에 놓여 있다. 

산업연구원 이준 산업정책연구본부장은 이날 포럼에서 "예기치 못한 공급망 충격에 대한 대응체계 및 회복력 확보는 국가의 역량으로 직결된다"며 "산업, 기술, 시장의 지렛대를 확장하는 통상전략, 산업전략과 상호 보완적 관계의 통상전략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세계적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우리 핵심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확보하는 통상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면서 "공급망, 기술경쟁, 디지털, 탈탄소 등 신통상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국가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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