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층간소음 잡아라”… 민간건설사, ‘자체기술 개발·바닥 성능강화’ 잰걸음
[건설FOCUS] “층간소음 잡아라”… 민간건설사, ‘자체기술 개발·바닥 성능강화’ 잰걸음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3.31 11:42
  • 수정 2022.03.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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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 8월부터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도입…완공 후 바닥 충격 검증
바닥충격 성능검사 시 ‘기준치 미달’…건설사, 보완시공 or 손해배상 조치
민간건설사, 작년부터 ‘층간 소음’ 대책 마련…기술개발 및 현장 검증강화
건설업계 “층간소음, 시공사 차원에서 책임져야… 지자체도 조례 보완 필요”
층간 소음 CG. [사진=연합뉴스]
층간 소음 CG. [사진=연합뉴스]

층간소음에서 비롯된 갈등이 폭행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진 가운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등 정부당국이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고자 칼을 빼들었다. 민간건설사들 역시 층간 소음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오는 8월 4일 부터 아파트를 완공한 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도입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동안 시공 이전에만 성능검사를 해왔지만, 시공 이후에도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층간소음 대책을 예고하면서 건설사들도 덩달아 움직임이 빨라진 모습이다.

30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바닥충격음 성능검사를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포함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을 입법 예고하고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에 대한 행정예고를 실시한다.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실제 아파트를 지은 뒤 층간소음이 발생하더라도 개선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점을 수용한 것이다.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층간소음 실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건설]
서울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층간소음 실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건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동주택을 시공한 이후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을 검사하는 성능검사 기준을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49dB(데시벨)로 일원화했다. 그동안 시공 전에만 검사를 진행해 경량충격음 58dB, 중량충격음 50dB 이하로 기준치를 설정했으나 앞으로는 시공 이전과 이후 모두 경·중량충격음 49dB로 조정한 것이다. 사실상 공동주택 시공 전·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검증하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다.

경량충격음은 비교적 가볍고 딱딱한 충격, 중량충격음은 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의한 바닥충격음을 의미한다. 중량충격음(무겁고 부드러운 충격에 따른 소음) 측정 방식도 기존의 뱅머신(타이어)에서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했다. 임팩트볼은 어린이 발소리 등 실생활 소음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대상 샘플 세대 선정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무작위 방식으로 추출하며, 이는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관으로는 국토안전관리원 지정을 검토 중이다.

만약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가 기준치에 미달해 사용검사권자가 보완시공, 손해배상 등의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 사업주체는 시정조치 기한 등을 정해 10일 이내에 조치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추후 조치 결과도 별도로 보고해야 한다.

강태석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과장은 “이번 법안 개정을 계기로 공동주택이 지어진 이후 바닥충격음 성능 검사를 실시해 건설업계의 기술 개발과 견실한 시공을 유도하는 동시에 입주민이 층간소음을 확실히 줄이는 등 실제 체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층간소음의 가장 간단한 해법은 바닥을 두껍게 만들면 되지만 시공 과정에서 층수가 낮아지게 되는 데다가 조합과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그동안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뒤늦게라도 대책이 마련돼 다행이며, 계기로 층간 소음과 더불어 소음 피해를 야기하는 세대간 소음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했다.

DL이앤씨가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진행한 중량 충격음 실험. [사진출처=DL이앤씨]
DL이앤씨가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진행한 중량 충격음 실험. [사진출처=DL이앤씨]

대형건설사 역시 층간소음을 해결하고자 기술 개발 등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우선 DL이앤씨는 자체적으로 층간소음 차단 기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디사일런트2 바닥구조를 선보이며, 층간소음 저감 1등급 성능을 확보한 것. 경기 화성 일대에 짓고 있는 e편한세상 현장에 이 바닥구조를 시공하고 성능 검증에 착수했다. 국가공인시험기관(KOLAS)에서 시험 측정을 진행, ‘중량 충격음 저감 1등급’ 수준의 성능을 공식적으로 인증 받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외 층간소음 알리미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층간소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해당 세대 입주민에게 월패드와 모바일 기기로 알려준다. 단순히 최고 성능의 바닥구조로 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입주민 자체적으로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H 사일런트 홈시스템 I’
현대건설이 개발한 ‘층간소음 저감시스템 단면도’.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층간소음차단 1등급 기술을 확보해 선보인 바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H 사일런트 홈시스템 I’을 개발한 이후 바닥구조를 업그레이드해 바닥구조를 개선했다. 해당 시스템은 고성능 완충재에 특화된 소재를 추가 적용한 바닥구조시스템으로 충격 고유 진동수를 제어한 것이 특징이다. 그해 10월 기관 평가를 통해 39dB(데시벨) 성능을 확보하며, 중량충격음 차단 1등급 업계 최초로 거머쥐게 됐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전담인력을 구성해 연구시설을 구축, 층간소음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 적용하기 시작한 현대건설의 15가지 저감기술은 고성능 특화 바닥구조, 시공관리와 품질점검, 튼튼한 골조, 층간소음 알림시스템, 최첨단 소음 예측기술 등 5단계로 적용된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특허권을 보유한 슬래브 강성보강, 레이저 스캔을 통한 골조 시공 품질관리, 고성능 완충재, 슬래브 두께 상향, 고강도 기포콘크리트 등의 기술도 함께 도입된다.

삼성물산 직원이 '뱅 머신'(Bang Machine)을 이용해 중량충격음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 직원이 '뱅 머신'(Bang Machine)을 이용해 중량충격음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지난 10일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하KCL)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앞서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이 서울 강남, 부산 지역 래미안 단지 건설 현장에서 총 4개의 중량충격음 차단 기술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중량 충격음은 무게 약 7.3kg 타이어 구조물을 0.9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뱅머신’으로 측정한다.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은 아래층에 전달되는 소음이 40dB 이하일 경우에 획득할 수 있다. 이는 위층의 강한 충격음을 아래층에서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성능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한 바닥충격음 차단 기술은 실험실의 측정값이 아닌 실제 공사가 이뤄지는 래미안 공사 현장에서 실증을 통해 확인한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과 부산 지역의 래미안 건설 현장에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시험 적용해 검증을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오는 4월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安(안) LAB' 의 개관할 방침이며, 외부 연구기관에도 시설을 개방해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산·학 협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 외 삼성물산은 다각도로 층간소음 완화 기술 개발을 위해 바닥 모르타르층 무게를 높이고, 완충재의 충격 흡수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이번에 인증받은 기술은 국토교통부 지정 인증기관의 등급 인정 취득을 거쳐 현장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추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건설도 지난해 9월 '하이브리드'형 바닥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인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콘크리트 기초바닥과 고차음 완충재 위에 철재 환봉과 공진저항 모듈판을 덧대어 복합구조를 얹고, 전체를 고강도 몰탈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시스템은 국가인증기관인 KOLAS(한국인정기구)로부터 중량충격음 2등급, 경량충격음 1등급을 인정받은 바 있다. 중량충격음 2등급의 소음 측정 수치는 41~43dB로 1등급 40dB 기준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2월 자체 특허출원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 ‘스마트 3중 바닥구조’.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지난해 2월 자체 특허출원한 층간소음 저감 기술 ‘스마트 3중 바닥구조’.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지난해 2월 층간소음 저감 기술인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선보였다.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특허 10-2210028호)을 마쳤고 구조의 시공 기술 2건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스마트 3중 바닥구조는 내력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 강화 모르타르 3겹으로 구성돼 기존 아파트바닥 구조보다 재료의 두께가 두껍고 강화된 성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중량충격음을 저감시키기 위해 콘크리트 슬래브의 강도를 높이고 자체 개발한 건식 패드를 설치해 모르타르 두께는 기존 40mm에서 70mm로(강화 모르타르), 차음재 두께는 기존 30mm에서 40mm(고탄성 완충재)로 증가시키는 방식을 적용했다. 해당 기술은 인정바닥구조 성적서 취득 후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롯데건설 역시 지난 2015년 60㎜ 두께의 층간소음 완충재를 개발한 데 이어 오는 4월 새롭게 개발한 완충재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까지 층간소음 저감 기능은 물론 친환경 성능까지 확보한 완충재 기술을 개발해 롯데캐슬과 르엘 현장 등에 시범 적용한다는 목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당국이 층간소음 대책을 예고한 이후부터 건설사 내부에서도 시공사 차원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층간소음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체 기술 개발, 바닥구조 설계 강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면서 “향후 현장에 적용되는 층간소음기술을 한층 더 강화하는 한편 성능 인증 실험을 확대해 정부 당국이 새롭게 마련한 지침을 차질없이 준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뒤늦게라도 대책을 마련해 실행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과연 제대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완공한 이후 관할 감독기관이 사용승인 불허를 내리면, 다 허물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규정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며 “국토부만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할 것이 아니라 관할 감독 기관인 지자체 차원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조례와 법규 등을 일괄적으로 정립해야 시행착오가 없다”고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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