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프리즘] 로마시대 폼페이의 초호화 저택, 메타버스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다
[테크 프리즘] 로마시대 폼페이의 초호화 저택, 메타버스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4.10 06:32
  • 수정 2022.04.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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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가상현실 상에서 되살아난 고대 로마제국의 호화주택 내부 모습 [룬드대학교 제공]
메타버스 가상현실 상에서 되살아난 고대 로마제국의 호화주택 내부 모습 [룬드대학교 제공]

일단의 과학자들이 고대 로마 디자인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로마제국 당시 초호화 저택이었던, 일명 ‘그리스 경구가 새겨진 집(House of the Greek Epigram)’을 가상현실 세계에서 되살려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의 화산이 분출해 폼페이 전역을 덮친 결과 수천 명이 사망하고, 도시의 상당 부분이 화산재에 덮여 그대로 보존되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최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폼페이에서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게 지어진 주택 하나를 복원해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연구진은 ‘폼페이 프로젝트’와 협력, 이른바 ‘그리스 경구가 새겨진 집(House of the Greek Epigram)’을 메타버스 가상현실 상에서 구현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아레츠(haaretz)에 따르면 이 거대한 주택의 명칭은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된 많은 방들 중 하나의 벽에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와 장면 들이 글자로 새겨져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고대 로마 주택 건축 기술을 들여다보는 데 있었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룬드대학교 지도 프로젝트(mapping project)가 생성한 자료들을 활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상에서 폼페이 거리를 재생하고, 19세기 발굴 자료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당시 주택 모습을 재현하는 등 로마제국 건축 기술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있었다.

‘앤티쿼티(Antiquity)’라는 저널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서 과학자들은 면적이 거의 2.1평방Km에 달하는 2층짜리 호화주택을 비디오게임 엔진인 ‘유니티(Unity)’를 통해 어떻게 되살려냈는지를 설명했다. ‘유니티’는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에 사용된 엔진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메타버스 헤드셋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되살아난 이 주택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부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지를 살폈다.

“이 집에서는 하루 중 일과 일상이 뒤섞였습니다. 주택은 소유자와 그 가족의 권위를 대변했지요.”

룬드대학 박사과정 학생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다닐로 마르코 캄파나로는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 이 집의 소유자가 방문자에게 자신의 권위와 부를 어떤 식으로 피력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캄파나로와 그의 동료 지아코모 란데치가 '하아레츠'에 설명한 것처럼 이 저택은 두 가지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일반 대중은 집의 외관에만 주목한 반면에 집 안으로 초청된 방문객은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주택 외부는 고대 로마 시절 가정의 수호신 ‘라라리아(Lararia)’를 숭배하는 표식이 세워졌고, 내부에는 로마인들의 은밀한 로망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들을 묘사한 벽화들이 더 많았다.

관람객이 메타버스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 상에서 되살아난 고대 로마제국의 호화주택을 둘러보는 모습 [룬드대학교 제공]
관람객이 메타버스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 상에서 되살아난 고대 로마제국의 호화주택을 둘러보는 모습 [룬드대학교 제공]

그리고 연구자들은 관찰자들이 가상현실 상에서 이 주택을 탐사하면서 어떤 물건, 프레스코 벽화, 요소 들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살펴보았다.

“시각 추적 기술(eye-tracking technology)과 가상현실은 고대 공간의 시각적 요소들을 평가할 수 있는 획기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지아코모 란데치는 이렇게 말했다.

룬드대학의 이번 연구가 ‘그리스 경구가 새겨진 집’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 폼페이 호화주택과 관련된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1870년대 발굴된 이 주택은 은제 물품과 보석, 악기류를 포함해서 160종의 로마제국 시절 유적을 세상에 드러냈다.

하지만 <하아레츠>는 이 호화주택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발굴자들은 귀족이었던 발레리(Valerii) 가문 출신의 루시우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의 서명이 새겨진 반지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플라쿠스가 단순한 방문객이었다가 반지를 떨어뜨린 것인지 아니면 진짜 이 집의 주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찌되었든 ‘그리스 경구가 새겨진 집’을 메타버스에서 되살린 것은 로마제국 시절 주택 건축 양식을 돌아보고 방문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연구로 가상현실 상에서 재건축된 폼페이 주택을 시각적으로 둘러보며 자료들을 수집하고, 수량화하며,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와 같이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면 로마제국 시대의 주택 건축 연구에 신기원이 확립될 것이며, 고대인들 사이에서 주택이 권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회정치적으로 조망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고대 호화주택을 둘러본 사람들의 시각적 반응을 연구하는 것을 뛰어넘어 고대 로마의 방문객들이 무엇을 들었으며,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도 알기를 바란다.

“연구의 다음 단계는 이번 연구 결과와 후각 및 청각이 포함된 다감각(multisensory) 연구를 결합하는 것입니다.”

란데치 연구원은 이렇게 밝혔다.

이같은 방법을 통해 연구자들은 시간 속에 영원히 잠들어있는 도시 폼페이를 깨울 수 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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