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로 읽는 산업] 한일 경제전쟁에 '플루오린'이 있다?
[주기율표로 읽는 산업] 한일 경제전쟁에 '플루오린'이 있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4.08 07:32
  • 수정 2022.04.08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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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성·독성 가장 높아… 반도체 산업에 필수
한일 수출규제 핵심 품목… "대일 의존도 줄이자"
불화수소 품질 평가 중인 표준연 연구팀. [출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불화수소 품질 평가 중인 표준연 연구팀. [출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올해 일본 수출규제 3년을 맞아 국내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화가 활발히 진행 중인 가운데, 8일 업계에 따르면 수출규제 3개 품목 중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플루오린화 수소(불화수소)의 국산화가 조명받고 있다.

'불소(불화수소)'로 익숙한 플루오린은 주기율표의 아홉 번째(17족 2주기) 화학 원소로, 기호는 F다. 비금속인 17족 원소는 '할로겐(할로젠)'으로도 불리는데, 1족에 속하는 알칼리 금속과 화합해 물에 녹기 쉽다. 강력한 산화 작용을 나타내는 만큼 반응성이 매우 세며 소금과 비슷한 염을 만든다. 플루오린은 할로겐 원소 중 가장 가볍고 반응성도 가장 높다.

플루오린은 이때문에 헬륨(He), 네온(Ne)을 제외한 모든 원소와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독성도 매우 강해 1886년 프랑스 과학자인 앙리 무아상이 플루오린 분리에 성공하자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를 제치고 1906년 노벨화학상을 받을 정도다. 

독성을 이용해 플루오린과 나트륨과 화합시켜 치약 등 충치를 잡는 데에도 쓰이지만, 산업계에선 불산(플루오린화 수소)이라는 화합물로 널리 활용된다. 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휘발성 액체로 특히 반도체 산업에 필수 화학물질로 꼽힌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식각 공정'과 ‘세정 공정’에서 사용되는데, 식각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는 것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린 후, 필요한 회로 패턴 외에 나머지 패턴을 제거해 패턴을 구현하는 것이다. 

'세정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 세척이다. 반도체 세정액은 불산을 섞어 만든다. 불산은 금이나 백금을 제외한 금속 대부분을 녹일 정도로 부식성이 강해서 실리콘 웨이퍼 불순물 제거에 활용된다.

불산의 부족은 반도체 제조 차질로 이어진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수요가 늘어났지만, 불산 원재료인 형석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 형석 생산량 가운데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형석 생산량을 줄였기 깨문이다.

일본, 대한국 3개 품목 수출규제[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본, 한국 3개 품목 수출규제. [출처=연합뉴스]

우려는 3년 전 현실이 됐다. 일본은 지난 2019년 6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허가 없는 전략물자 수출을 불허했고 비민감품목에 대한 간소화 혜택도 폐지시켰다. 이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 성향이 짙었다. 수출규제 3개 품목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소재인 불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포함돼 있었다.

삼성·LG 등 한국 기업들은 타국 부품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일본 소재업체들이 잇따라 타격을 입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11월부터 스텔라케미파의 불소 대신 한국 솔브레인 제품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불소 일부를 국내 업체에서 조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출규제 1년을 맞은 2020년 6월 "한일 정부 간 적대감이 일본 산업 현장에 근심을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규제 3개 품목의 통관 수입실적을 분석한 결과 불소는 대일(對日) 수입 의존도가 수출규제 전 대비 33% 포인트 감소했으며 벨기에와 대만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 수입액은 2019년 3630만달러에서 지난해 1250만달러로 66% 감소했다. 폴리이미드는 초박막 유리로 대체해 일본산 수입이 없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이를 두고 탈(脫)일본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산은 위험성이 매우 높아 기업 입장에선 '산재 리스크'에 벌벌 떨 수 밖에 없다. 단시간 내에 고농도를 다량 흡입하거나, 소량이라도 장기간 가까이 할 경우 눈과 호흡기, 뼈 등이 크게 상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9월 경북 구미 제4산업단지 '휴브글로벌'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23명(사망 5명)의 사상자를 냈고 공장 근처 주민 최소 3000명 이상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212헥타르의 농작물과 4천여 마리의 동물도 희생됐다. 주민보상액만 380억원에 달했다. 

사고 10주기를 맞는 올해는 노동자가 숨지거나 시민들에 중대피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법도 시행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월 기업의 안전관리 등 담당자 78%가 중대재해처벌법 상 경영책임자 처벌이 과도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는 등 재계 일각에선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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