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어류남획 막을 '인공 스시' 시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프 베이조스도 뛰어들다
[월드 프리즘] 어류남획 막을 '인공 스시' 시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프 베이조스도 뛰어들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4.09 06:51
  • 수정 2022.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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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스시 [사진 = 연합뉴스]

실험실에서 합성으로 제조된 인조 생선회가 세계적 어류 남획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CNN 방송이 보도했다.

훈제나 물에 데쳐 먹을 뿐만 아니라 불에 직접 굽거나 후라이팬에 익혀 먹기도 하고, 회로 먹기도 하는 연어는 그 인기만큼이나 요리법도 다양하고, 가치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류 상품에 속한다.

하지만 연어는 인기만큼이나 가격도 비싸며, 북대서양의 연어 개체 수는 1983년에서 2016년 사이 반으로 줄었다. 이 같은 연어 숫자의 감소는 보다 광범위한 어류 남획의 한 현상에 불과하다.

UN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해양 어류 자원의 거의 90%가 고갈되거나 남획됐다.

이러한 가운데 ‘와일드타입(Wildtype)’이라는 한 스타트업 기업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어류를 생산하는 방안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기업은 연어 알에서 추출된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스시(생선회) 수준의 연어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일드타입은 올 2월 기준 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는데, 투자자 중에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마존의 의장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투자회사 ‘베조스 엑스피디션스(Bezos Expeditions)’가 포함되어 있다. 현재 와일드타입은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서 실험실에서 배양된 어류를 세계 최초로 시장에 출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공동창업자 저스틴 콜벡은 말한다.

와일드타입은 주류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발효 탱크와 흡사한 강철 용기 안에서 영양 용액(nutritious solution)을 통해 세포를 배양한다.

‘비계(scaffold)’로 알려진 식물성 그물망(mesh)은 세포가 섬유질 또는 지방과 유사한 조직을 형성하는 데 사용된다.

콜벡 대표는 사업의 목표는 일종의 대안 가공 어류를 생산하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체 식품인 가공 어류는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이미 생산이 가능한 단계에 돌입해 있다.

“식물을 활용해 다진 어류 제품을 손쉽게 얻을 수는 있지만, 생선회 레스토랑에서 만날 수 있는 스시처럼 칼로 완벽하게 회를 친 결과물을 얻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콜벡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목표였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어류 모두가 자연산이어서 수산자원 고갈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기준으로 총 1억7900만 메트릭톤(metric ton)에 달하는 지구촌 어류 제품의 절반 가까이가 양식 어류였다.

하지만 양식 어류에는 단점도 있다. 양식 어류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 내성을 키우고, 미세 플라스틱을 함유하고,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해양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다.

와일드타입의 공동창업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아레이 엘펜바인은 세포 배양 어류의 경우에는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고, 중금속도 없으며, 미세 플라스틱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류의 먹을 수 있는 부분만 생산이 가능하다면 쓰레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와일드타입은 일반적으로 양식 연어가 성체로 성장하는 데 2~3년이 걸리는 데 비해 자사의 제품은 4~6주면 출시가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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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소재 터프츠대학교 생의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캐플란 연구원은, 연어의 인기몰이 때문에 기업들이 대체물을 찾는 데 더욱 혈안이 되어있다고 말한다. 캐플란 연구원은 와일드타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소비자들이 연어를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사업의 아이디어로 떠오르는 겁니다.”

그는 연어로 만든 케이크에서부터 연어 살코기 구이까지 다양한 잠재력이 여러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캐플란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실험실에서 배양된 어류 제품이 양식 어류와 가격 면에서 어떤 식으로 경쟁을 하게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그는 관련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배양 어류의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와일드타입 같은 기업들은 가격을 고려하기 전에 관련 분야에 필요한 규제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우선이다. 현재까지는 실험실에서 배양된 육류를 승인한 국가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FDA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캐플란 연구원은 1차 규제 내용이 금년 말 나올 것으로 예견한다.

콜벡 대표는, 실험실 재배 식품의 생산과 규제에 합당한 전범(典範)을 만들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FDA와 협력하며 일을 해왔다고 말한다.

콜벡 대표는 와일드타입의 시험 가동(pilot plant)은 현재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FDA의 승인을 기대하며 생산 시설 확대를 계획 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와일드타입 같은 기업들이 산업을 구성할 정도의 생산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들의 사업이 수산물 남획의 궁극적 대안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공 고기 [사진 = 연합뉴스]
인공 고기 [사진 = 연합뉴스]

핀셋 마케팅

대체 어류 제품 생산 분야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은 와일드타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블루날루(BlueNalu)가 작년에 대체 식품 분야에서 60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핀레스푸드(Finless Foods)도 올 3월 34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두 기업은 세포 배양 방식으로 참다랑어(bluefin tuna)를 생산할 계획이다. 참다랑어는 개체 수가 증가할 때까지 지난 10년 동안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었다.

혁신 식품 생산 관련 자문회사인 ‘헬리콘 컬설팅(Helikon Consulting)’의 CEO이자 세포생물학자인 케이트 쿠루거는 배양 단백질 시장이 지난 5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 고기 맛이 나는 버거와 소시지 같은 식물성 육류를 생산하는 기업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 같은 브랜드들이 소비자가 새로운 식품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한다.

‘임파서블 푸즈’가 글로벌 버거 체인이나 슈퍼마켓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전 최고급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핀셋 마케팅을 펼친 것은 배양 어류 제품들이 뒤따를 수 있는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와일드타입이 목표로 하는 스시 수준의 ‘구조화된(structured)’ 어류 제품은 버거와 같은 구조화되지 않은(unstructured) 다진 제품에 비해 훨씬 높은 소비자 수용 기준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케이트 쿠루거는는 예견한다.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들에서 극한적인 정밀함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구조화된 제품군은 이 분야에서 성배(holy grail)나 마찬가지입니다.”

데이비드 캐플란 연구원은, 소비자의 입맛과 질감에 부합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식물성과 세포 배양 단백질이 합쳐진 합성 제품이 시장을 먼저 장악할 것으로 예상한다.

와일드타입은 배양된 해양 식품을 시장에 최초로 출시하기를 희망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어류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30년까지 현 행태를 유지한다면 인류는 어족 자원 분야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지도 모릅니다.”

콜벡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저에게는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식들에게 우리가 선조에게 물려받은 것보다 생물 다양성이 부족한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래서는 안 되지요.”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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