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X파일(121) 악재 겹치는 한미관계…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한국은 ‘부글부글’ vs 미국은 ‘4자회담 계속 추진’
청와대-백악관X파일(121) 악재 겹치는 한미관계…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한국은 ‘부글부글’ vs 미국은 ‘4자회담 계속 추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4.16 06:18
  • 수정 2022.04.16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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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를 난항에 빠뜨린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연합뉴스]
한미관계를 난항에 빠뜨린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연합뉴스]

1996년 9월 19일 북한의 무장공비 26명이 소형 잠수함을 타고 한국 동해안으로 침투하다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명은 자살하고, 1명은 생포됐다. 나머지 14명은 한국 측에 의해 총살됐다. 이 사건으로 한-미 관계는 뜻 밖의 난항을 겪게 됐다.

한미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김이 9월 24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간첩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FBI는 워싱턴 주재 한국 대사관의 군무관에게 500개의 미 국방부 기밀문서를 건넨 혐의로 그를 체포했다.

외교부가 조사한 결과 그들은 단지 개인적인 호의로 로버트 김의 문서를 받았을 뿐 어떠한 물질적 대가도 없었다며 무죄를 호소했다.

특히 자료 내에 비밀정보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고, 모든 것을 오픈 메일을 통해 받았다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9월 26일 관련된 장교 한 명을 한국에 소환한다고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 고지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미 정부 관료들에게 북한의 잠수함 침입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건설을 계속 추진할 것이나 북한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할 것이고 확실한 재발방지 조치와 책임자 추궁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2005년 10월 풀려난 로버트 김. [연합뉴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2005년 10월 풀려난 로버트 김. [연합뉴스]

10월 중순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차관보가 서울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는 동안에도 미국은 4자회담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교부 측은 “어떠한 제재조치가 없는 한 북한은 미국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의 접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한국이 북한의 잠수함 침투로 매우 격앙돼 있는데도 미국 정부가 북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아 김영삼 대통령이 불만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11월 8일 공노명 외무부 장관이 사임하고 유종하 국가안전보장자문위원이 뒤를 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의 유화정책에 실망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6년 11월초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당선됐다.

모든 언론이 대북 유화책을 예상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제네바합의 이행이 중단되더라도, 잠수함 침투 사건에 대해 북한의 사과를 받드시 받아내려 했다.

1996년 11월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APEC정상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실무준비를 위해 마닐라로 향하려던 박건우 주미대사에게 “한국은 4자회담을 개최하려는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북한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는 한 KEDO 설립 의정서에 서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사는 로드 차관보를 만났다. 로드 차관보는 “한국정부의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나, 북측의 잘못을 인정하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미국이 북한에게 사과하라는 압력을 넣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외교부에 보고한 후 마닐라로 떠났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한-미 관계는 겉으론 큰 문제가 없는 듯 했지만, 수면 아래로 냉기류가 확산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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