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가상인간 로지가 스우파에 나온다면?
[메타버스 시대] 가상인간 로지가 스우파에 나온다면?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2.04.19 07:01
  • 수정 2022.04.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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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방송계, 광고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가상인간들. [연합뉴스, WIKI DB]
가상인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방송계, 광고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가상인간들. [연합뉴스, WIKI DB]

로지가 누군지 아세요? 루이는요? 래아, 유아, 반디, 리나는요? 힌트 드릴게요. 미모와 몸매,패션이 뛰어납니다. 노래와 춤은 기본입니다. 연기도 잘하고요. K팝으로 세계를 매혹한 아이돌 가수들이라고요? ‘스우파’에 나온 댄서 이름 같다고요? 땡, 아닙니다! 정답은 모두 ‘가상인간’입니다.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이라고도 하지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인간 말입니다. ‘스우파’는, 모르실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여성 댄스 그룹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스트리트 우먼 파이트’를 줄인 말인데, 작년 말 출연자들의 춤솜씨, 활력, 도발적 언행, 짙은 화장과 섹시한 옷차림으로 대단한 시청률을 기록했지요. 무명의 댄서들이 일약 스타가 됐고요.

가상인간을 조금 더 말씀드릴게요. ‘가상인간’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만든 3D 인간 형상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을 입혀 인간이 하는 것은 다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시공간 이동 등 신체적 물리적 조건으로 인간은 할 수 없는 행동도 할 수 있도록 만든 ‘존재(Being)’입니다. 가상의 존재임으로 ‘버츄얼 빙(Virtual Being)’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가상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는 실재 인물에게서 빌릴 수도 있고 완전히 새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가상인간은 1998년에 나온 가상가수 아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담은 표정과 동작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원시적이라고 할 단순한 3D 그래픽에 진짜 가수의 노래를 입힌 거라 잠깐 눈길을 끌다가 성경의 아담처럼 사라졌습니다.

데뷔곡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 발표한 유아. [사진=스마일게이트]
데뷔곡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 발표한 유아. [사진=스마일게이트]

그러나 게임산업이 발전하면서 가상인간을 만드는 기술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게임 속 등장인물의 현실성을 높이려는 필요가 가져온 기술 발전입니다. 최고의 용모와 최선의 신체조건을 갖춘 아담의 후손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디지털 기술자들과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들은 정교해진 3D 기술로 진짜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냈고,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 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표정과 동작으로 나타낼 수 있는 정말 인간 같은 존재로 구현해냈습니다.
 
가상인간이 진짜 사람처럼 그때그때 변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딥러닝으로 불리는 AI 기반의 학습 능력을 갖추게 된 덕분입니다. 가상인간은 진짜 인간과 대화할수록 데이터가 쌓여 그 사람과 같은 수준의 대화를 나누도록 진화했습니다. 가수나 댄서로 설계된 가상인간은 진짜 팬들과 소통하면서 팬덤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바둑을 두도록 설계된 알파고가 인간계 최고 바둑 고수였던 이세돌을 쉽게 이긴 것도 그런 학습 능력 덕분이지요. 알파고는 바둑을 둘수록 실력이 순식간에 늘었습니다.

인간이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듯 가상인간도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일 텐데, 당장에는 연예 즉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 무대로 활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소개한 로지, 루이, 래아, 유아, 반디, 리나도 일단은 연예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가상인간 중 가장 먼저 이 분야에 뛰어들어 인지도가 높은 로지를 한 번 보시지요. 

로지 데뷔 음반 '후 엠 아이'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로지 데뷔 음반 '후 엠 아이'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로지는 지난해 7월 보험회사인 신한라이프 광고로 데뷔했습니다. 나이가 22살로 설정돼 평생 이 나이로 활동할 로지는 모델·배우·가수로 활약하며 열성 팬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 상냥하고 교양 있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지라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합니다. 로지는 지난 2월 22일에 ‘후 엠 아이’라는 노래를 내놓았습니다. “가상인간인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음악으로 풀어낸” 이 노래로 로지는 수많은 팬을 국내외에서 확보했습니다. 로지는 드라마에도 카메오로 출연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이정재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발탁되는 등 진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루이, 래아, 유아, 반디, 리나들은 로지의 성공에 자극된 전자업체와 IT업체, 연예기획사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인간입니다. 모두 로지처럼 늘씬하고 아름답고 노래와 춤이 뛰어나고 지성미도 있어 보여 곧 뮤직비디오나 음반을 통해 로지와 경쟁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 가상인간의 복면가수, 스우파 같은 댄스경연을 볼 수도 있게 된 거지요.

김다미 소속사와 전속 계약 맺은 반디. [사진=브이에이코퍼레이션]

그런데, 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먼저 가상인간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을까요? 가상인간은 생산 및 유지 비용이 저렴합니다. 진짜 연예인들은 인기가 높아질수록 몸값이 ‘터무니없이’ 올라가지요. 비싼 만큼 말도 잘 안 듣습니다. 무명일 때는 “불러만 주십시오” 하더니  이제는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는 돈 많이 주고 편하게 대접해주는 곳을 골라서 출연하지요. 가상인간은 또 인기를 떨어뜨리는 스캔들과 무관합니다. 기획사들이 자기네 가상인간의 인기를 높이려고 스캔들을 창작한다면 모를까.

가상인간 제작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신문은 “햇빛 강도에 따라 동공 크기가 조절되고, 머리카락 뿐 아니라 얼굴의 솜털까지 표현할 수 있으며. 안면근육과 신체의 모든 관절을 세세히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의 가상인간”을 개발한 국내 업체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인물 사진 한 장과 30초 분량의 음성만 있으면 1분 만에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실제 인물과 똑같은 가상인간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나왔습니다. 가상인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이 더 저렴해지고 있는 겁니다.

루이 [사진=디오비스튜디오]
루이 [사진=디오비스튜디오]

이런 기사들을 보니까 연예인들 큰일 났습니다. 가상인간이 연예인들의 자리를 다 차지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티브이만 켜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정권도 바뀌었는데 티브이에 나오는 얼굴들은 왜 안 바뀌냐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 강○○, 김○○, 이○○, 서○○ 전○○ 박○○ 안○○ … . 여기를 틀어도 나오고 저기를 틀어도 나오고 어떨 때는 두세 채널 동시에 나오는 이름까지 꼽아가면서 말입니다. 가상인간 연예인에게 위협받을 연예인은 이들 외에도 많을 겁니다.

SF작가 심너울이 쓴 단편소설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는 가상인간에게 얼굴을 빌려준 영화배우가 주인공입니다. 어릴 때는 천재 배우였으나 여러 이유로 인기가 연기처럼 사라진 강도영은 자기 얼굴과 목소리를 빌려 간 가상인간이 자기보다 훨씬 뛰어난 연기와 표정으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처음엔 기뻐하다가 그 연기와 표정이 자기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이 만들어 줬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도영은 영화사 대표를 찾아가 다음 영화에서는 예전처럼 자신이 연기하겠다고 나섭니다. 영화사 대표의 반응은 기계처럼 차갑습니다.

리나(왼쪽)와 래아 [사진= LG전자, 넷마블]
리나(왼쪽)와 래아 [사진= LG전자, 넷마블]

“이봐 도영씨, 그런 사람으로 안 봤는데 유치하네. 연기는 무슨 연기야. 우리 스튜디오에는 이제 그런 거 하는 사람 없어요. 쓸데없는 지출에 찬성할 임원도 없고. 이제 새 시대가 열리는데 언제까지 카메라 잡고 있을 거예요. 얼굴에 대한 권리만 주면 돈 준다는 데 그게 싫어요?”

가상인간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 연예산업만 영향을 받을까요? 지난 대선에서는 가상인간인 AI윤석열이 박수를 받고 뒤따라 나온 AI이재명도 주목받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가상인간이 나올지 누가 알겠습니까.

/메타버스 인문경영연구원장 (전 한국일보 경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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