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소셜미디어 기업들과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10대들의 자살 사건들
[월드 프리즘] 소셜미디어 기업들과의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10대들의 자살 사건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4.23 05:56
  • 수정 2022.04.23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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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자살. [WIKI DB]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자살. [WIKI DB]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빠져있다가 자살을 한 미국 10대들의 가족들이 해당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법적 책임을 묻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CJ로 불리기도 했던 크리스토퍼 제임스 돌리는 불과 14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스냅챗 등의 SNS를 시작했다. 다른 10대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자신의 삶을 이러한 SNS 플랫폼에 공유했다.

CJ는 생전에 위스콘신주 케노샤의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는 골프를 좋아했고, ‘닥터 후(Doctor Who)’라는 드라마를 즐겼고, 일류대학들의 구애를 받고 있었다.

“CJ를 상담했던 카운셀러는 그가 어느 대학이든 원하는 곳은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는 상태였다고 들려주었습니다.”

CJ의 어머니 도나 돌리는 최근 집에서 이루어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CJ는 고등학생 시절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것처럼 느껴졌었다고 그의 부모는 들려주었다.

“그 아이는 휴대폰을 손에서 떼지를 못했습니다.”

도나 돌리는 이렇게 회상했다.

CJ는 새벽 3시까지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잦았다. 그러면서 그는 누드 사진을 교환하는 일도 있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는 잠을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아졌고, 자신의 신체를 돋보이는 일에 중독되게 되었다.

2015년 1월 4일, 그의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철거하는 사이 CJ는 자신의 방으로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절친에게 ‘잘 있어(God’s Speed)’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누가 불을 껐는가?(Who turned out the light?)’라는 포스팅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업데이트 했다.

CJ는 한 손에는 22구경 소총을, 다른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가,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7세였다.

경찰은 CJ의 대학 입학 허가 편지봉투에서 자살을 암시하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의 부모는 그가 단 한 번도 우울증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 아이를 발견했을 때 스마트폰이 여전히 피 묻은 그의 손 안에서 작동 중이었습니다.”

어머니 도나 돌리는 이렇게 말했다.

“SNS에 중독된 나머지 마지막 순간에도 SNS 메시지와 함께 했던 거지요.”

최근 자녀들이 SNS 때문에 부당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항의하며, 일부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가족들이 증가하고 있다. 돌리의 가족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은 이들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플랫폼이 자녀들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주 법원에 제출된 돌리 가족의 소장은 SNS 플랫폼 스냅챗의 모기업 스냅(Snap)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Meta)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들은 해당 기업들이 ‘중단없는(never-ending)’ 스크롤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SNS에 중독되도록 플랫폼들을 설계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식을 통해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 목적과 기업 이윤 획득을 위해 플랫폼들에 가능한 많은 시간을 붙잡아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출된 소장에서는 나아가 해당 플랫폼들이 ‘지적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incomplete brain development)’ 미성년 사용자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충동 제어 기능을 착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나 돌리는 자신과 남편인 크리스는 CJ의 정신 건강이 이 플랫폼들의 본질적 중독성에 의해 직접 침해를 받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들은 페이스북의 내부 고발자(공적 제보자)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이 수백 건에 달하는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을 폭로한 데 자극을 받아 메타와 스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프랜시스 하우건이 폭로한 문서들에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이 정신 건강과 신체 이미지에 왜곡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내용들이 들어있다.

하우건의 폭로와 의회 증언은 의회 내에서 당파를 떠나 빅테크 플랫폼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상원에서는 지난 2월 아동들을 디지털 피해에서 보호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들을 명백히 밝힌, 초당적 법안이 제출되었다.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연두 시정연설을 통해 의회가, 이윤을 목적으로 아동들을 대상으로 국가적인 실험을 행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 바가 있다.

일부 가족들은 이 문제를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당 기업들이 플랫폼들의 작동 방식을 변경하도록 법정 소송이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돌리 가족의 변호인인 매튜 버그만은 페이스북의 내부 문건이 폭로된 후 지난해 가을 ‘소셜미디어 희생자 법률 구조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현재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부당한 죽음에 항거하는 20 가족의 법률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돈은 도나와 크리스 부부가 소송을 제기한 결정적 요인은 아니며 그들의 상처는 돈으로 해결될 성격도 아닙니다.”

버그만 변호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익이 많이 남는 사업이지만 사회적으로 너무 폐해가 심한 알고리즘을 척결할 수 있는 유일한 압력은 돌리 가족과 같은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상품에 진정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셈법에 타격을 가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는 “상품 판매업자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을 때 배심원들은 피해보상으로 수천만 달러를 지불하도록 하고, 수십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 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스냅의 대변인 캐티 더키츠는 CNN에 보낸 성명서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뭐라 언급할 내용은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자살로 잃은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말했다.

메타측도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언급을 거부했지만, 자신들은 현재 자사의 플랫폼상에서 친구들이나 AI가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을 발견할 경우 해당 사용자에게 긍정적 내용을 자동적으로 경고하는 일련의 자살 방지 툴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IT 플랫폼 기업들

SNS 중독에 대한 경고가 수년 동안 이어졌지만, 하우건의 증언이 있고 나서야 이 문제는 전국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가족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아들 이안이 스냅챗을 하다가 권총 자살을 결행했다고 주장하는 제니퍼 미첼도 매튜 버그만 변호사의 ‘소셜미디어 희생자 법률 구조센터’에 의뢰해 스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녀는 더 많은 부모들이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인식하기를 바라고, 국회의원들이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하는 데 앞장 서주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술이나 담배, 총기 판매에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소셜미디어에도 어떤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스냅챗은 13세 이상이라는 가입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너무 중독성이 강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2019년 8월, 미첼은 업무차 플로리다를 떠나 알래스카 공항에 내리는 순간 아들 이안이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중에 경찰은 이안이 자살하는 순간 동영상 메시지들을 남겼다고 들려주었다.

“아들의 SNS 계정을 확인한 결과 우리는 그가 스냅챗상에 올린 동영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동영상에서 아이는 마치 러시안 룰렛 게임을 실행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들이 이 영상들을 누구에게 보내려 했는지, 또는 누구와 함께 그 게임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휴대폰이 멀지 않은 곳에 놓여 있었습니다.”

스냅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당한 죽음을 항의하는 소송은 10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금년 1월 타미 로드리게스는 11세였던 자신의 딸 셀레나가 2021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SNS 중독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의 딸은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플랫폼들은 계정을 만들기 위한 나이를 13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다른 많은 플랫폼들처럼 이 두 플랫폼들에서도 13세 이하의 어린이들도 여전히 발견되고 있다.

스냅과 메타측은 셀레나 사건에 대해 논평을 삼가면서도 자신들의 플랫폼들에는 사용자들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람이 우범지대에 들어가서 공격을 받았다면 그것은 안타까운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가족의 법률 소송도 대리하고 있는 버그만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가 ‘이 도시를 구경시켜주고, 명승지로 안내하겠다’고 했는데 그 명승지 중 한 곳이 여행객이 공격받을 수 있는 우범지대였다면 그 여행 가이드는 여행자를 잘 못 안내한 데에 따른 적절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바로 해당 플랫폼들이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페이스북과 스냅챗 애플리케이션 [사진제공=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스냅챗 애플리케이션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루하고, 불확실한 소송 과정

리치먼드대학 로스쿨의 칼 토비아스 교수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이 같은 부당한 죽음에 대한 소송들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견한다.

“문제는 해당 플랫폼들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목숨을 해치는 상황을 자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판사나 배심원 들이 책임을 묻고 배상을 결정하는 데 보다 열린 자세로 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프랜시스 하우건의 국회에서의 결정적 폭로와, 그 문서에 포함된 SNS 기업들의 젊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 수집 행위가 소송에서 원고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전에는 확보할 수 없었던 정보들이 충분히 쌓이게 되었습니다.”

토비아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나 개인 차원에서라도 누군가를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불법행위와 생산자 책임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소송의 승리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원고측에 의해 제기된 문제를 해당 기업들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나 돌리는 아들이 자살하던 날 그를 마지막으로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의 아들은 슬픈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아들을 붙잡고 껴안아 주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송은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아이의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그들이 알고리즘을 바꾸기를 요구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한 아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싸울만한 가치는 있는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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