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주 공간에서의 국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우주는 역사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국제적 협력이 잘 유지되는 공간이었다. 냉전 상황이 정점을 치닫던 시기에도 구소련과 미국은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상호 이익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려왔다.
20세기의 마지막 몇 십년 동안 여러 국가들이 자신들만의 우주개발 기구 설립에 나서는 상황에서 ‘국제 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건설이라는 옥동자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국제 협정과 법률이라는 뛰어난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12개국 이상의 나라가 우주 궤도에서 복잡한 과학의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맥길대학 항공우주법 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in Air and Space Law) 콴웨이 첸 국장의 지적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이러한 협력 분위기가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러시아가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협정들과 마찬가지로 이 분야의 국제 규정은, 우주 공간에서의 국제 협력이라는, 극히 예외적인 2-30년간에 걸친 성과가 정치적 갈등 구조 때문에 손상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콴웨이 첸 국장)
‘국제 우주정거장’ 문제는 우주 개발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우주 공간의 임무를 놓고 여러 나라들 사이에 미묘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미국 공군종합대학(Air University) 교수이자 우주 개발 전문가인 스베틀라 벤이차크 교수는 “과거에는 개별 국가 단위로 우주 개발을 이끌었지만, 이제 대부분의 국가는 지상에서처럼 동맹을 이뤄 행동한다. 지상에서 협력하는 국가들끼리는 우주 공간에서도 특정 임무 수행을 놓고 서로 협력하는 추세다. 나는 이러한 흐름을 ‘우주 동맹(space blocs)’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우주 과학의 대과제를 놓고 개별 국가 단위에서 협력하던 분위기가 이제는 동맹 국가들이 결사체를 형성해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다.
벤이차크 교수는 우주 공간에서도 동맹이 형성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우주가 국제 권력 구조 형성을 판가름할 주요 공간이 될 것이고, 우주 공간에서의 현 질서 재편이 미래에 예상되는 우주 공간에서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콴웨이 첸 국장은 "현존하는 우주 공간 관련 법규 조항들이 오늘의 상황을 만나 도전을 받고 있으며, 예정되어 있는 두 번의 달 탐사 작업은 지구 바깥에서 국제간에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향후 우주 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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