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무산… '반도체 전쟁' 지휘할 사령관 없다
[이슈 프리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무산… '반도체 전쟁' 지휘할 사령관 없다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5.04 07:19
  • 수정 2022.05.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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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없다
공급망 위기·파운드리 수율·GOS 등 악재 거듭
M&A·시스템반도체 투자 앞서가야 하지만
보호관찰·취업제한·재판 일정 등 발목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복권하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리더십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가 직접 나서야 할 인수합병(M&A)나 신사업 투자에도 제약이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활동 위축으로 총성 없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험로가 예상된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사면 가능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근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3일 열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서는 이날 오후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가 열렸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사면심사준비위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7.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는 찬성 68.8%, 반대 23.5%로 찬성 의견이 3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특정인만 사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일괄적으로 사면을 불허한 것으로 보인다. 6일에 임시 국무회의를 다시 잡고서 사면안을 올릴 수도 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이 무산되면서 재계쪽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대내외 악재에 어두운 전망 또한 제기되고 있다. 대외적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자재값·물류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혼란·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반도체 부문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퀄컴이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에 전량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TSMC와 경쟁을 다투는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은 35% 안팎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문에선 갤럭시S22를 출시하면서 GOS 기능이 사실상 강제돼 이용자의 선택권이 배제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GOS는 게임 실행 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 또한 요원하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한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후보군을 두고 무성한 소문만 불거지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 인텔·TSMC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어지는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밀린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자 TSMC는 작년부터 2023년까지 단 3년동안 1000억달러(112조45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는 38조원을 추가한 총 171조 원을 투자한다는 비전을 작년 5월 발표했지만, 연 37조원 가량을 투자하는 TSMC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민간의 노력에 비해 국가 차원의 장기전략이나 투자가 경쟁국과 비교해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패권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 분야도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오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주재로 열리는 반도체 공급 부족 대책 회의에 참석한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출처=삼성전자]

몇몇 시민단체들의 법치주의 몰락이라는 지적에도 정부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이유는 이같은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여권 일각은 여전히 이 부회장의 석방에 비판적인 모습이었다. 경실련은 당시 "중대경제범죄자인 이재용의 가석방을 허가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며 "사법정의는 땅에 떨어졌고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2일에도 논평을 내 "이재용, 신동빈 등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 또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며 "경제살리기와 무관한 재벌 봐주기일 뿐"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사면에 반대하는 각계각층의 의견이 있는데도 지속적으로 사면을 검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면이 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긴 힘든 상황이다.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기만료 전 조건부 석방이어서 법무부의 보호관찰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등을 받게 되며 해외 출국 때에는 법무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부회장은 내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 경영 복귀는 물론 해외 출장도 제약을 받는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친 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삼성 불법 승계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1년여간 매주 목요일 서울지법 서관 417호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불법승계 의혹 공판으로 5년 동안 총 126회 법원에 출두한 만큼 경영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지난 3월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재판 횟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총수 리더십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이유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청원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도 지난달 29일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일각에선 결국 사면·복권이 되지 않으면 이 부회장은 형기 만료에도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보호관찰을 올해 7월까지 받아야 하고, 법무부 승인이 없으면 2027년 7월까지 취업이 제한된다. 수많은 재판 일정도 큰 부담"이라며 "이런 연유로 복권이 되지 않는 이상 이 부회장은 형기가 만료돼도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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