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절대 핵무기 포기 안 된다” 잘못된 신념 심화 우려
[프리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절대 핵무기 포기 안 된다” 잘못된 신념 심화 우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11 06:39
  • 수정 2022.05.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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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7형" :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달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7형" :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인 지난달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CNN방송은 11일(현지 시각) 최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증가하고 7차 핵실험을 예고하고 있는 북한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과 관련해 서울 지국장 폴라 핸콕스의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무장 프로그램을 밀어붙일 또 다른 구실을 찾는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자국이 보유하던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넘겨준 나라가 바로 그 핵무기를 넘겨받은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평양은 타산지석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분석가들은 모스크바의 행위는 아시아의 은둔 국가 북한에 핵무력 강화라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을 조성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시련은 북한에게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수사(修辭)를 강화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온통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있는 틈을 이용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는 핵무기 프로그램 강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강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 갈라진 국제 여론은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 예견된다. 실제로, 국제 사회는 최근 북한의 ICBM 발사를 놓고 비판 의견을 일치시키는 데에도 실패했다. 여기에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국제 보이콧 움직임은 북한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값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그 기원을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념적 동맹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남한과 북한의 가공할 충돌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일부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보는,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는 상황까지 예견하기도 한다.

구소련 레닌그라드 출신으로, 서구에서 북한 문제에 가장 정통한 학자로 알려져 있는,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브(Andrei Lankov) 교수가 지적한 대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은 아주 단순하다.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가다피로부터 배운 교훈

란코브 교수는 러시아가 이웃 국가를 침공한 행위는 평양 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USSR) 체제의 일원이었을 때 수천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된 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Budapest Memorandum)’로 알려진 협정을 맺고 자국의 핵탄두들을 자발적으로 러시아 측에 넘겨주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란 199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미국·러시아·영국이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와 체결한 핵폐기 각서를 말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등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는 대신 미국과 영국이 이들 국가들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약속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 당시 자국의 주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로 그 국가 러시아로부터 잔혹한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에 서방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반복적으로 위협 수단으로 거론하고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침공을 감행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심지어는 평양조차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이라크와 리비아에 이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더욱 확실한 교훈을 얻은 셈입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은, 대내용이든 대외용이든, 자신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의 경우를 항상 거론해오고 있다. 사담 후세인이나 가다피 모두 핵무기 야망을 포기하면서 권력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어버린 경우에 해당한다.

세종연구소의 이상현 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의 수사(修辭)를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심중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very negative impact)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이 오직 한 방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미사일 성능 향상에 더욱 집착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북한의 지난해 10월 SLBM 실험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북한의 지난해 10월 SLBM 실험 장면 [사진 = 연합뉴스]

고삐 풀린 평양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북한은 핵무력 강화의 의지를 드러내왔다.

지난 토요일 북한은 올해 들어 14번째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는 2020년의 4회, 2021년의 8회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이다. 금년에 발사된 미사일 실험 중 하나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보인다. 이는 2017년 이래 최초의 ICBM 발사 실험이며, 다가올 미사일 발사 실험들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25일 열병식에서 핵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피력한 바가 있다.

그리고 상업용 위성들에 포착된 이미지들은 평양 측이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 접근로를 복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국의 관리들과 씽크탱크들은 말한다.

미국 관리들은 CNN에 북한이 이번 달 말 핵실험 재개 준비를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러시아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 제재가 북한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퍼펙트 스톰”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대응은 주목할만한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즉, 러시아가 글로벌 경제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엄청난 제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 결과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에 따른 이득이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안킷 판다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분석했다.

UN 상임이사국의 의견이 현안과 관련해 한쪽은 러시아와 중국으로 그리고 맞은 편은 미국, 영국, 프랑스로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는 사실은 북한을 벌주기 위한 통일된 수단을 마련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할 것은 분명하고, 솔직히 말해 어떤 다른 제재 수단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예상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은 통상적으로 뒤따르던 중국의 부정적 반응조차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란코브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못 마땅해하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라고 예견했다.

친구는 역시 오래된 친구

반대로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이콧하는 틈을 이용해 이득을 챙길 수도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은 러시아산 에너지를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한 제재에 구애받지 않고 러시아와 거래를 할 수도 있다.

“나는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 원조와 에너지 지원을 늘릴 것으로 예측합니다.”

브뤼셀 자유대학 유럽연구원의 한국 석좌(KF-VUB Korea chair) 라몬 파체코 파르도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식료품과 비료까지 망라하는, 북한이 바라는 전방위 경제원조가 될 것입니다.”

평양이 모스크바와 한 편이 될 것이라는 점은 국제 질서 재편에 있어 새삼스러운 사실도 아니다.

평양과 러시아는 1950-1953년 동안 벌어진 한국전쟁을 통해 우의를 다졌으며, 수십 년 동안 공산주의 이념을 함께 공유해온 관계이다.

이전의 구소련 정권은 김씨 정권을 떠받쳐온 재정 지원의 핵심 후원자 역할을 했었다. 현재는 이러한 재정 지원 역할을 중국이 떠맡고 있지만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철권통치 체제로 회귀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양국 관계에 서광이 다시 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국가로 탈바꿈하려는 러시아에 혐오를 느끼고 있던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이 나라를 올바를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잠시 보조를 맞추는 것처럼 보였지만(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세 차례 회담을 가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고 이익이 되는 관계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동맹뿐이라는 확신을 김정은에게 심어주었을 뿐이다.

평양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지 입장이 명확하다. 북한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뿌리는 전적으로 타국에 대한 독단과 횡포에 빠져 있는 미국과 서방의 패권 정책에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의 재남침 가능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의 대남한 수사(修辭)도 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은, 한국이 북한 군대와 대결하려 한다면 “괴멸에 가까운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가 있다.

평양 측의 이런 식의 협박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 미국 관리는 북한에 의해 공개적으로 모욕적 언사를 듣는 것을 ‘명예훈장(badge of honor)’ 수여에 빗대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된 것은, 란코브 교수 같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1950년 남침 이후 70년도 더 지난 상황에서 남한을 다시 한 번 침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질문은 그동안 재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어왔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금도 가능성을 무시하지만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한은 전에는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거의 생각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다시 꿈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남한의 정복입니다.”

북한의 야욕은 현재로서는 망상에 불과할지 모르나 미래에는 또 다른 문제다.

“진짜로 만약에 2045년이나 2055년의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있습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가 되면 북한은 미국에게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위협하며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할지도 모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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