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푸틴에 우호적인 미국의 동방정교회... 극우성향 개종자들을 흡인전략
[월드 프리즘] 푸틴에 우호적인 미국의 동방정교회... 극우성향 개종자들을 흡인전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17 05:53
  • 수정 2022.05.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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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과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 [사진 = 연합뉴스]
푸틴과 러시아정교회의 수장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동방정교회가 교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에 저항하는 극우 성향의 기독교도들이 정치·이념적 목적을 위해 동방정교회로 개종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사라 리카르디 스와츠는 2017년 가을 뉴욕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 소재 애팔래치아 산맥 인근의 작은 도시로 이주한 다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왜 일단의 미국 보수 기독교도들이 러시아 정교회(Russian Orthodoxy)로 개종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러시아정교는 기본적으로 이민자들의 신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정교회와 관련해 이 지역에서의 경험에 깊은 흥미를 느꼈습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진실 회복 프로젝트(Recovering Truth project)’에 관련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리카르디 스와츠는 이렇게 말했다.

리카르디 스와츠의 연구는 ‘ROCOR(the Russian Orthodox Church Outside of Russia/러시아 외부의 러시아정교회)’로 개종한, 과거 복음주의 기독교와 가톨릭교도였던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에 집중되어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해당 지역은 정교회 교구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가장 큰 러시아정교회 수도원의 본산이다.

리카르디 스와츠는 1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이들 개종자들의 상당수가 미국 내 사회적 변화 및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은 ROCOR에서 지역과 시대, 정치와 무관하게 사상적으로 불변하는 교회를 발견했다고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추앙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국수주의(nativism)와 백인 우월주의, 그리고 친권위주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왕다운 풍모의 푸틴”

“이들 개종자들 상당수의 대화에서 푸틴은 제왕다운 풍모로 등장합니다.”

리카르디 스와츠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너무 다원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억눌림을 당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우리가 러시아 상황에서 목도하듯이, 러시아에는 민주주의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푸틴을 구원자로 여깁니다.”

리카르디 스와츠는 최근 자신의 연구에 기반해 『천국과 러시아 사이 : 애팔래치아에서의 개종과 정치적 배반(Between Heaven and Russia: Religious Conversion and Political Apostasy in Appalachia)』이라는 책을 펴냈다.

리카르디 스와츠의 사례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이루어진 일부 역사학자들과 언론인들의 저작(著作)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행되었던 저작들은 대부분 정교회(Orthodox Christian) 소속 회중들에 집중하면서 정교회 내의 국수주의 정서가 증가함에 경종을 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는 정교회가 비교적 작은 족적을 남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견제받지 않는 이들 맹신자들이 기본적으로 미국의 종교 전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나아가 이들 맹신자들이 정교회를 앞세워 자신들의 견해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증오를 전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정교회는 이민자들의 종교입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여러 측면에서 이들 개종자들로 들끓게 되었습니다.”

리카르디 스와츠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소속 교구들과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디지털 문화에 매우 능통하고 미국과 세계의 다른 극우 활동가들과 밀접하게 연계되어있습니다. 바로 이런 모습들 때문에 신앙이 변질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가톨릭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 [사진 = 연합뉴스]
로마가톨릭 교황과 키릴 총대주교 [사진 = 연합뉴스]

미국에서 변화를 겪고 있는 정교회

알래스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북아메리카의 정교회는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교회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미국 내 동방정교(Eastern Orthodox)와 오리엔트정교(Oriental Orthodox Church)에 정통한 종교사회학자 알렉세이 크린다치는 정교회 열성 신자들의 숫자가 미국 인구의 0.4%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동방정교와 오리엔트정교로 갈라져 있는 종파 사이에도 거의 24개 교파들이 존재한다. 이들 교파들로는 그리스정교회, 콥틱정교회, 에티오피아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 등을 꼽을 수 있다.

ROCOR가 포함되어있는 동방정교회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뉴욕이나 시카고,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로 몰려들던 20세기 초입에 미국에서 출발해 번성하였다. 이들 교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북동부와 서부 해안 지방에 활동을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동방정교회의 규모와 활동 지역은 변화를 맞이했다. 미국 내 정교회를 대상으로 인구조사를 실시한 크린다치 교수에 따르면 2010년과 2020년 사이 교구들의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교파교회들(nondenominational churches)을 제외하면 모든 종교 활동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미국 주류 종교의 흐름과 궤를 같이합니다.”

크린다치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하지만 2020년 크린다치 교수가 열성 신도의 숫자가 약 2만4000명에 달한다고 추정한 바가 있는 ROCOR의 경우에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ROCOR의 열성 신도수는 14% 감소한 반면 교구의 숫자가 15%나 증가한 것이다.

“결국 규모가 작은 교구들이 늘어났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지리적 분포를 보면 이 교구들은 미국 정교회의 전통 지역이 아닌 곳들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크린다치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러한 교구들은 미국 중서부 및 남부의 인구가 적은 지역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지역들은 러시아와 직접 연관도 적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종한 성직자나 개종한 신도들이 설립한 새로운 ROCOR 공동체가 다수 생겨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크린다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역사학과의 박사후 과정 연구원 아람 사르키시안은 이 같은 개종자들의 신규 증가는 정교회 일부 교파들이 겪고 있는 다세대 가족 신도수의 감소를 상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개종자들이 당대의 가장 뜨거운 문화적 이슈들을 두고 안식처를 찾는 과정에서 정교회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들은 성소수자(LGBTQ)의 권리, 젠더 평등과 같은 뜨거운 사회적 논란에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한다고 믿는 곳에 이끌리는 겁니다. 이들에게 낙태는 문화 전쟁과 같이 정말로 거대한 문제에 해당합니다.”

사르키시안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러한 문제에서 더 이상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다른 전통 신앙을 떠나는 겁니다.”

사르키시안은 이러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즈음해 온라인의 정교회 공간에서 백인 민족주의와 국수주의 정서가 표면에 부상하는 현상을 감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런 현상을 2010년과 2011년 정교회 블로그들에서 포착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곳들에서는 교묘한 인종주의와 오늘날 극우(alt-right)라 일컬어지는 민감한 언사들이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사르키시안은 이렇게 회상했다.

“그들은 정교회가 자신들의 가치와 관점에 우호적일 것이라 판단하고 이런 말과 글들을 정교회 교회들로 가져가는 겁니다.”

정교회와 ‘우파결집(Unite the Right)’ 집회

아마도 정교회 개종자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극우 진영과 행동을 함께 하는 매튜 하임바크(Matthew Heimbach)일 것이다. 그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악명 높은 신나치(neo-Nazis)와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우파결집(Unite the Right)’ 집회를 조직하는 데 도움을 준 ‘전통주의자 노동자당(Traditionalist Worker Party)’을 창립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 집회가 있기 수년 전부터 하임바크의 행위는 일부 정교회 진영 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임바크는 2014년 ‘북아메리카 안디옥정교회’ 대교구에 입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교구로부터 파문을 당했다. 해당 교구는 하임바크와 다른 정교회 개종자들이 이 교구에 소속되었던 짧은 기간 동안 인디애나주 한 대학에서 벌인 활동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였다.

그를 정교회로 인도했던 한 성직자는 하임바크를 교회에서 축출하는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나는 당시에는 그가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인 줄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임바크는 이후 다른 정교회 분파에 가입했다.

러시아정교회 예배에 참석한 푸틴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정교회 예배에 참석한 푸틴 [사진 = 연합뉴스]

ROCOR의 미디어 생태계

미국 정교회로 극단주의자들이 밀려드는 현상을 추적해온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인들이 교회 내에서는 변방에 속하며 주로 새로 설립된 ROCOR 종파 교구들에 집중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들은 그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별히 우려되는 점은 이 개인들이 외부 극단주의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교회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념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현상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확신합니다.”

포드햄대학교 교수이자 정교회 연구센터 국장인 조지 데마코풀로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나는 이 사람들이 교회 내 기존 신도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들과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서를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 델라웨어주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역임했던 로렌 위츠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날 밤 이루어진 극우 단체의 인터넷 대담 프로에서 가져온 한 소셜미디어 동영상 클립에서 러시아를 “기독교 민족주의 국가”로 추앙했다. 위츠케는 현재 ROCOR로 개종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

“나는 바이든보다는 푸틴의 기독교적 가치를 지닌 러시아 사람들과 정체성이 더욱 일치합니다.”

위츠케는 이 동영상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녀는 이 문제와 관련한 NPR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사르키시안 연구원은 위츠케의 이 말이 ROCOR로 개종한 극우주의자들의 전형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그들은 푸틴을 정교회와 전통 가치의 신실한 수호자로 묘사하는 크렘린의 프로파겐다를 그대로 받아들여 왔다. 그녀는, 푸틴은 그들에게 미국의 다원주의와 자유주의적인 민주주의에 맞서 싸우는 권위적인 리더십을 상징하는 매력적인 스타일로도 비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반민주적인 사람들입니다.”

사르키시안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니콜라스 푸엔테스(Nicholas Fuentes)와 그가 세운 단체 ‘아메리칸 퍼스터스(America Firsters)’ 같은 보다 광범위한 극우 네트워크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그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이루는 바로 그 날줄과 씨줄에 도전하는 네트워크의 접점과 연결됩니다.”

2020년 이민자 반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을 지지하는 위츠케는 정교회 팟캐스트에 모습을 드러내서 자신의 정체성은 ‘백인 민족주의 미국 우선 운동’과 일치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녀는 나아가 한때 큐아논(QAnon) 음모론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큐어논을 비난하고 있다.

그녀는 주로 ROCOR로 개종한 미국 개종자들이 생산하는 팟캐스트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이런 미디어 생태계는 고도로 정치화한 정교회의 이념과 교회의 왜곡된 가치관을 외부에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 [사진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교회 내 인종차별과 극단주의 물결의 유입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거나 반대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교구 사제들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NPR은 ROCOR의 신학적 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뉴욕 조단빌 인근의 ‘성삼위일체 정교회 신학교’와 접촉해서 정교회 사제들이 교구민들에게 유입되는 반대유대주의와 국수주의 전파를 어떤 식으로 다루어야 하는지 교육하는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항들에 대해 논평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신학교의 대표는 응답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부 정교회 신자들 사이에 불편한 상념을 이끌어내고 있다.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인 모스크바의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는 이 전쟁의 종교적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동성애 지지 운동과 같은 서방의 영향에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40년 전 흑인 남편과 결혼한 레나 제줄린이라는 백인 여성은 오랫동안 몸담았던 ROCOR 공동체를 떠나 미국 정교회 교구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활동했던 ROCOR의 사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모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인들이 히틀러와 처칠 모두를 위해 기도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사르키시안 연구원은 이 전쟁은 푸틴이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러시아정교회를 활용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분명 연성 외교(soft diplomacy)의 일환이며, ROCOR는 그 외교의 주요 활동 무대입니다.”

사르키시안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은 분명 러시아 역사의 특정 측면을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증폭시키려는 목적에 교회를 이용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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