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금리 똑같이 올랐는데 생보 '울고' 손보 '웃고'...희비 엇갈린 이유
[이슈분석] 금리 똑같이 올랐는데 생보 '울고' 손보 '웃고'...희비 엇갈린 이유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2.05.14 08:24
  • 수정 2022.05.14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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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순익 손보는 상승세, 생보는 감소세
“변액준비금·포트폴리오·듀레이션 등 차이”
RBC는 손보·생보 모두 악화…생보 감소폭↑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은 모두 흑자를 달성했지만 생보사들의 이익폭은 축소됐다. [출처=픽사베이]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은 모두 흑자를 달성했지만 생보사들의 이익폭은 축소됐다. [출처=픽사베이]

주요 상장 보험사들의 올해 첫 성적표가 대부분 공개됐다. 생보·손보사들의 당 분기 실적은 명확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체로 손보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오르고 건전성이 소폭 악화된 반면, 생보사들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어닝 시즌'에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영업이익, 순이익과 같은 ‘성장성’이지만 올해 보험업계는 ‘안정성’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고 화두는 금리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성이 높아져 보통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간주되지만 반대로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투자를 위해 절반 내외의 자산을 국내외 채권에 투자한다. 회사에 따라 비중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60% 가량의 자산이 채권에 투자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외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만큼 응당 채권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늘어야 한다.

손보사들은 대체로 이같은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1분기 KB손해보험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이상(108%)의 순익을 올렸고, 메리츠화재 70.4%, DB손해보험 47.4%, 현대해상 19.6% 등 주요 손보사들은 모두 작년에 비해 성장세가 확대됐다. 삼성화재도 작년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28.5%의 성장을 달성했다.

반면 생보사들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푸르덴셜생명의 올 1분기 순익은 작년에 비해 34% 줄었고, 신한라이프(-15.6%), 한화생명(-74%), 삼성생명(-65.3%) 등 손보사들과는 대비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같은 결과는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변액보험은 거수한 보험료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한 뒤 수익에 따라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변동성에 대비해 일정 규모의 준비금을 쌓아둬야 하는데 올해 들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변액보험의 준비금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들은 증시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라며 “변액보증준비금은 책임준비금으로 인정되고 회계상 부채로 인식돼 그만큼 손익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기면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이나 대체투자 비중을 높였는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손실을 입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리 인상. [출처=연합뉴스]
금리 인상. [출처=연합뉴스]

손보·생보 간 듀레이션 차이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생보 상품은 손보에 비해 훨씬 장기인 만큼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장기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험사들은 저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의 조정에 나섰다. 금리에 연동되는 채권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체투자나 주식 등 비중을 늘리면서 수익 다각화를 꾀한 것인데 생보사의 경우 장기채권 비중이 높다보니 채권 비중을 줄인 것이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똑같이 채권 비중이 높아도 생보사들은 10~20년물을 보유하지만 손보사는 그보다 짧은 1~3년물을 갖는다”라며 “당연히 장기물일수록 수익성이 높은데 채권 비중까지 줄이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줄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A생보사(올 1분기 자산 듀레이션 8.6년)는 지난 3월 말 기준 운용자산을 채권 51.5%(전년 같은 시점 대비 -6.6%p), 대출 22.7%(+0.4%p), 주식 23.2%(+6.9%p) 등에 투자 중이다. 이는 작년 같은 시점 대비 채권 비중을 6.6%p 줄이고 주식 비중은 6.9%p 늘린 것이다.

반면 같은 계열사로 있는 B손보사(자산 듀레이션 6.8년)의 운용자산 중 채권은 37.8%, 대출채권 35.8%, 주식 17.3% 등이다. 작년 같은 시점에 비해 채권 비중은 3.3%p 줄어든 반면 늘어난 주식투자 비중은 0.2%p에 불과하다.

양측 업계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보험영업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작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저마다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는데 올해 1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욱 개선되면서 일부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다.

◇ RBC비율, 생·손보 모두 악화

한편 RBC비율은 생보·손보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하락했다. 특히 생보사들의 하락폭이 큰 편이다.

RBC비율은 일시에 청구된 보험금의 지급능력을 수치화 한 것으로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한 개념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보험업법 상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일찍이 실적을 공개했던 KB손보와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RBC비율은 각각 162.3%, 280.7%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대비 각각 1.0%p, 100%p 떨어진 수준이다. 삼성화재는 271.3%로 15.3%p 하락했고 메리츠화재도 178.9%로 작년 대비 33.65%p 줄었다.

한화생명 161.0%(-44.0%p), 신한라이프 255.00%(-49.24%p), 동양생명 190.3%(-30.8%p), 삼성생명 332.4%(-86.3%p) 등 생보사들의 RBC비율 낙폭은 손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DB손해보험만이 유일하게 작년 대비 21.4%p 늘어난 216.6%를 기록하며 RBC비율이 개선됐다. NH농협금융은 실적 발표시 농협생명과 농협손보의 RBC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농협생·손보는 오는 16일 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생·손보 모두 작년부터 상승한 금리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금리상승은 보험사에게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불러온다. 보유하는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늘어나는 만큼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한편, 보유 중인 채권의 평가가치를 떨어뜨려(채권가격 하락)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작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100bp(1bp=0.01%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1년 5월부터 이날 현재까지 국고채 금리는 최소 53.96%(10년물 1.853→3.434%) 이상 상승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의 경우 1.095%에서 최고 3.186%까지 세 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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