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러-중 '분열'의 지리적 핵심 열쇠는 중앙아시아가 될 수 있다
[우크라 줌인] 러-중 '분열'의 지리적 핵심 열쇠는 중앙아시아가 될 수 있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5.17 06:01
  • 수정 2022.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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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좌)과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좌)과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의 지리는 두 국가를 수정주의로 만들었다. 러시아에서 보는 지도와 중국에서 보는 지도는 확연히 다르지만, 세계 지도가 다시 그려져야 한다는 큰 목표는 같다고 타타임은 최신호 논평을 통해 말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평원에 둘러싸여 있고 천혜의 방어 이점이 별로 없다. 1547년, 당시 ‘폭군 이반’이라 불렸던 이반 4세의 시대에는 동쪽에서 주요 위협이 왔다. 징기스칸 이후 3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력이 남아있는 몽골이었다. 따라서 이반과 그의 후계자들은 전략적 깊이를 만들기 위해 러시아의 국경을 동쪽과 남동쪽으로 더 밀었다. 1958년 러시아인 이주자들이 우랄을 가로질렀고, 1639년에는 태평양까지 시야를 넓혔다.

몽골은 쇠락했고, 이제 위협은 서쪽에서 왔다. 1610년 폴란드군이 모스크바를 장악했고, 1705년 스웨덴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해, 1709년에는 우크라이나까지 진격했다. 1812년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를 불태웠고, 1917년 독일은 러시아를 혁명으로 밀어넣었다. 내전과 외세의 개입으로 러시아는 거의 분열될 위기였고, 1941년 2차 세계대전으로 러시아는 또 다시 위협을 받았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현재 러시아가 유럽을 두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모든 위협들을 이겨낸 뒤에도 유럽을 향해 전략적 깊이를 계속 추진해 나갔다. 1783년 크림을 점령했고, 1814년에는 파리, 1945년에는 함부르크까지 진격했다. 1690년대 러시아 표트르 대제는 아시아를 뒤로 제치고 방향을 유럽으로 틀면서 러시아의 지리를 다시 그렸다. 이는 발트해, 흑해, 지중해를 통해 대서양으로 가는 길을 만듦으로써 러시아를 고립에서 벗어나게 했다. 

19세기에는 러시아는 스파이, 외교, 탐험가 들로, 영국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라고 한, 영국과의 대대적인 경쟁을 펼치는데, 이 때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을 가로질러 따뜻한 인도양으로 손을 뻗친다.

2005년 푸틴은 1991년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악의 지정학적 참사’라고 말했는데, 이는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연방국들을 잃음으로써 러시아가 그동안 지정학적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수정주의 권력을 잃고 있었으며, 소련 붕괴 이후 두 개의 선택만 남아있게 됐다.

하나는 미국 패권을 받아들이고 서방 중심의 세계에 편입하는 것이었다. 독일, 일본이 2차 대전 이후 이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좋기 때문에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2000년 푸틴은 나토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 질서에 3류 세력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심지어 인도에도 밀려나게 된다. 

나토가 너무 공격적으로 행동을 했기 때문이든,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든, 또는 더 깊고 암울한 다른 이유에서든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길이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전략적 깊이를 다시 얻는 것을 추구하며,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연방들을 무력화시키거나 공격했다. 전쟁으로 얼룩진 시리아에서 얼지 않는 항구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한편으로는 기후위기 덕에 북국해의 얼음까지 녹는 이득을 보고 있다.

폭군 이반과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대제, 스탈린이었다면 이러한 푸틴의 정책에 동조했을 것이라고 타임의 논평은 말하고 있다. 푸틴은 1999년 시작된 체첸 전쟁으로 5만 명을 죽이고, 최소한 10만 명 이상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2022년 현재 그의 전략은 진행형인 것으로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정주의 경로는 러시아와 비슷한 듯 다르다. 2천 년 동안 중국의 통치자들은 황하를 거점으로 잡고, 몽골, 투르크, 그 밖의 유목민들과 싸우고, 북쪽의 신장, 남서쪽의 티벳, 윈난으로 세력을 밀고 나가며 자신들만의 전략적 깊이를 구축했다. 이들은 태평양 서쪽 무역을 장악했고, 세계 최대의 문명지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1840년대 유럽의 산업과 군사력이 중국이 쌓아올린 이 모든 것을 무너뜨려버렸다. 중국이 ‘굴욕의 세기’라고 말하는 내전과 서구의 탐욕이 중국을 찢어놓았다.

1949년 이후 중국은 가차없이 수정주의를 택했다. 스탈린의 대두와 함께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싸웠다. 이후 소련과 갈라서며 1969년 양국은 무력 충돌도 벌였다. 

그리고 1972년 미국으로의 진출을 시작했다. 1980년대 중국은 외세에 대한 적대감을 서방 시장으로 돌렸다. 이 전략은 ‘평화적인 발전’을 뜻하는 ‘화평굴기(和平崛起)’로 불렸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시장에서의 하도급적인 위치를 받아들이면서 1981년에서 2008년 사이 경제를 8배 성장시켰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다시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1990년대 서방을 받아들인 같은 전략가들이 이제는, 일본에서 싱가포르에 이르는 미국의 태평양 연합전선을 끊어야 하며, 중앙아시아에 인프라를 건설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지중해와 인도양에까지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논평은 말하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세계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같은 관점을 갖고 있는 좋은 친구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서방의 경계 안으로 물러나, 중국은 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영국에 맞설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고,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핵무기고로서 서로를 추켜세우고 있다. 돈이 많은 중국에게는 화석 에너지가 필요하며, 화석 에너지가 풍부한 러시아는 돈이 필요하다. 둘은 함께 달러에서 벗어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서방의 제재에도 견고함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1930년대 파시즘 독재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로의 체제를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둘을 연결하는 것은 지리이다. 1904년 영국의 지리학자 해퍼드 매킨더는 4세기 동안 이어진 스페인, 프랑스, 영국을 주축으로 한 해상 패권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아시아의 심장부가 세력 균형의 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까지 이른바 ‘-스탄’ 국가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었다. 

매킨더의 예측이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말한 축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러시아와 중국이 완벽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관점과 이익은 엇갈릴 수 있다는 것이 논평의 분석이다. 

러시아에게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련 제국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는 속국이 될 잠재력이 있고, 중국에게 이들은 일대일로 실현을 위한 잠재적 동업자들이다.

2018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친러와 친중 대표단들이 이 지역의 미래와 관련해 과격한 언쟁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미국 기자가 중국의 동기에 대해 과감한 질문을 던지자 그때서야 한 마음으로 모두 그 기자에 맞섰다고 한다.

중앙아시아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타임 논평의 분석은 다음과 같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큰 문제들에 있어 항상 불화를 보이고 있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는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유럽의 노력에도 미치지 못할만큼 힘을 못쓰고 있으며, 그리고 19세기 그레이트 게임에 빗댄다면 러시아는 지금 영국보다는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쟁에 끼어든 또 다른 주자가 있는데 바로 인도이다. 인도 또한 이 지역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1954년 이후 히말라야 지역의 국경을 놓고 분쟁 중이다. 1962년에도 전투가 있었고, 가장 최근 2020년에 유혈 전투가 벌어져 4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반면 인도와 러시아는 1955년 이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지속적으로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2010년대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똑같이 S-400 지대공 미사일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0년 중국과 인도가 국경에서 싸우자 이는 지속될 수 없게 됐다. 미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인도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의 타협에 있어 최고 훼방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후 푸틴과 시진핑은 아마도 우크라이나가 빨리 몰락하고, 러시아가 서쪽 국경 지역을 확보하면서 서방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독립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해 미국과 서방에 대한 이들의 도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은 분석했다.

그러나 석달 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을 노출시키고, 서방 연합을 더 강화시켰으며, 미국의 결심을 더 강하게 만들어, 급기야 미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러시아가 약해지는 것을 봐야겠다”는 말까지 했다. 

전쟁에 차질이 생길수록 러시아는 중국을 더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시진핑 또한 공산당 주석으로 세 번째 연임을 추진하는 데 있어 푸틴이 필요한 친구인지 생각해야 될 입장이다. 

북극 지역을 둘러싸고도 중국에게 러시아는 골칫거리다. 2018년 중국은 ‘북극 실크로드’를 발표하며, 얼었던 북극의 바다가 온난화로 열리면서 유럽으로의 새 해양 연결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북극 지역의 정치기구인 북극이사회가 러시아와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좌초되고 있다. 

중국은 유엔에서 러시아를 비난하거나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이라고 말하는 것을 계속 회피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러시아에 대해 몸을 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이 지원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대출을 동결했고, 중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 중국석유화공은 러시아 가스화학 공장과 중국 시장에의 러시아 가스 진출을 위한 5억 달러 투자를 철회했다.

1914년 독일과 오스트리아도 현재의 러시아와 중국처럼 전략적 이익을 공유했고 지리적 연합을 형성했다. 그러나 역시 러시아와 중국처럼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히 같은 것이 아니었다. 

독일이 세계대전에 빠진 이유가 세르비아와 전쟁 중인 오스트리아에 백지수표를 발행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심지어 독일은 발칸 지역에서 이득을 볼 것이 없었다. 독일은 이내 스스로가 패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오늘날 중국이 러시아를 같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논평은 전했다.

향후 몇 주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우크라이나의 몰락을 막아야 하고, 한편으로는 더 멀리 더 큰 그림으로 정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논평은 말하고 있다. 

또한 푸틴의 거친 행보를 막을 가장 최선의 방법은 러시아와 중국을 갈라놓는 이해 충돌에 불을 붙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매킨더의 예측이 맞는 것일 수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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