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권고치 하회...“보장성 비중 90%↑ 회계기준 바뀌면 개선”
'악화일로'를 걷던 DB생명보험의 재무건전성이 결국 금융당국의 권고치 이하까지 떨어졌다. 2020년 DB금융이 고전하던 생보 부문의 개선을 위해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지낸 김영만 대표이사 사장까지 선임했지만 건전성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17일 DB생명은 올해 1분기 1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전날 공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226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 낮아진 수치다.
올해 보험사의 실적 가운데 성장성보다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지급여력(RBC)비율이다.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부분 보험사들 RBC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보험업법 상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선제적 관리 차원에서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올 1분기 DB생명의 RBC비율은 139.14%를 기록했다. 작년 말 RBC비율은 157.68%로 간신히 금융당국의 권고치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 들어 추가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마지노선 방어에는 실패했다.
앞서 DB금융은 2020년 9월 DB손해보험 출신의 김영만 사장을 DB생명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동안 비중이 낮은 생보부문에서의 입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인사였지만 김영만 대표 이후에도 건전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0년 3분기 기준 DB생명의 RBC비율은 162.51%, 분기 순익은 369억원이다. 같은 해 4분기 순익은 351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RBC비율은 191.33%까지 개선됐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DB생명의 2021년 각 분기별 RBC비율 및 순익은 1분기 172.46%·226억원, 2분기 161.47%·388억원, 3분기 155.33%·518억원, 4분기 157.68%·386억원으로 순익은 작년 3분기까지 성장해왔지만 RBC비율은 지속적인 하락을 겪었다. 4분기 들어서는 순익마저 감소했고 RBC비율은 약 2.35%p 상승에 그쳤다. 작년 말 DB생명의 재무건전성은 생보업계 전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1분기 RBC비율은 더욱 악화됐다. 채권재분류로 고배를 마신 농협생명의 RBC비율(131.5%)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꼴찌는 면했지만 여전히 하위권 수준이다.
현재 DB생명은 추가적인 자본확충 계획 등은 세우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보험업계의 회계제도에 큰 변화(IFRS17·K-ICS)가 생기는 만큼 RBC비율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B생명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보장성 상품 비중을 90% 이상으로 운영 중”이라며 “금리변동에 대한 영향 자체는 낮은 수준이라 추가적인 금리 상승이 있어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설정한 RBC비율 150%는 선제적 관리를 위한 권고차원이고, 현재 회사의 지급능력은 전혀 문제없이 39% 이상 높은 상황”이라며 “내년 신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재무건전성은 오히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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