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의 권도형은 어떤 ‘루나틱’인가? [정숭호 칼럼]
테라의 권도형은 어떤 ‘루나틱’인가? [정숭호 칼럼]
  • 정숭호 칼럼
  • 승인 2022.05.20 07:36
  • 수정 2022.05.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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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창업자 권도형.
테라 창업자이자 CEO 권도형 대표. [MBC 캡쳐]

한국인으로서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할 권도형(테라폼랩스 공동대표)이 만든 코인 루나(LUNA)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루나틱(LUNATIC)’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한때 118달러까지 올랐던 루나는 지금 0.00018달러로 떨어졌지만, 루나를 투자 기회로 활용한 덕에 올 1분기에 무려 총 3억 5,500만 달러(4250억 원)의 수익을 낸 마이크 노보크라츠(미국 갤럭시 디지털 CEO)는 루나틱을 자처하며 팔뚝에 ‘루나 문신’을 새겼다. 이를 본 권도형은 노보크라츠를 ‘루나 왕(LUNA KING)’이라고 부르더니, 본인도 18일 이대로 망할 수는 없다는 듯 새로운 코인을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을 설계 계획을 발표하는 트윗에 ‘루나틱’을 해시태그로 붙였다. 트위터 사용자가 ‘루나틱’을 검색하면 자신과 연결되도록 한 것이다.

원래 라틴어인 ‘루나’는 달(MOON)이다. ‘루나틱’이라고 하면 미친 사람,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자신의 관심을 끄는 모든 것에 이름 붙이고 개념화하려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보름달을 오래 보면 미친다”는 ‘썰’을 풀어놓은 게 미친 사람을 루나틱이라고 부르게 된 기원이라고 본다. 4~5세기에는 유럽의 점성술사들이 이 단어로 정신 나간 사람을 가리켰으며, 17세기에는 성경(킹 제임스 버전, KJV성경)에도 같은 의미로 사용됐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무르익어 가던 영국에도 스스로 루나틱이라고 명명한 사람들이 있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레이즈머즈 다윈, 증기기관을 제대로 만들어 낸 제임스 와트, 오늘날에도 명품으로 꼽히는 웨지우드 도자기 회사의 창업자 조시아 웨지우드, 기체에 산소가 있음을 찾아낸 조지프 프리스틀리 등이다.

이들은 맨체스터, 리버풀과 함께 영국 산업혁명 발진기지였던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의 기업인과 지식인들로, 매월 보름달 뜨는 날 모임을 갖고 나날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미친 듯이 뜨겁게 토론했다.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한 달밤에만 모였던 이들은 모임을 달빛협회-LUNAR SOCIETY’로, 회원은 LUNATIC에서 마지막 알파벳을 바꾼 LUNATIK이라고 불러 미친 듯이 보이나 미치지는 않았음을 표시했다. 미국 독립운동의 아버지이면서 정치 외교 과학 언론 등 모든 분야에서 팔방미인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도 달빛협회에 가입해 LUNATIK으로 활동했다.

루나 시세 추이. [연합뉴스]
루나 시세 추이. [연합뉴스]

한국에서 외국어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한 컴퓨터 위즈(COMPUTER WIZ-컴퓨터 귀재) 권도형은 비트코인 등 코인에 돈이 몰리던 2018년 테라폼랩스를 창업, 두 가지 코인을 만든 후 하나는 테라(TERA), 다른 하나는 루나로 작명했다. 테라는 땅(지구)을 뜻하는 라틴어 TERRA에서 따왔다. 지구와 지구의 위성인 달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엮여 있듯이 테라와 루나도 서로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라는 기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두 코인 중 중심이 되는 코인은 당연히 지구인 테라다. 테라는 값이 1달러로 책정된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 코인이다. 반면, 루나는 가치가 정해진 코인이 아니다. 권도형은 테라 한 개를 1달러어치의 루나와 교환되도록 설계했다. 조선일보는 19일 자 인터넷 판에서 테라를 연필, 루나를 지우개에 비교해 두 코인의 관계를 설명했다. (‘김치코인 몰락에 美 옐런까지 나선 까닭은…테라 사태의 전말’) 

“연필 한 자루를 주면 항상 지우개 1,000원 어치를 받을 수 있다고 할 때, 지우개가 1,000원이라면 연필 하나를 주고 지우개 하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우개가 500원이라면 연필 하나에 지우개 둘을 받을 것이다. 지우개가 100원이라면 열 개를 받을 것이다. 연필 소유자는 어떤 경우에도 이 ’약속‘에 따라, 연필 한 개로 1,000원어치의 지우개를 받을 수 있다. 즉 연필 한 개의 가치는 늘 1,000원으로 유지된다. 루나(지우개)의 가격에 상관 없이 테라(연필)의 가격은 일정하게 보전되는 것이다.”

원래의 스테이블 코인은 하나를 팔면 1달러를 예치하게 돼 있다. 스테이블 코인 100개를 가진 사람은 100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권도형이 만든 테라는 달러 대신 루나라는 역시 권도형이 만든 또 다른 코인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달러를 사지 않고도 1코인=1달러가 유지되도록 컴퓨터로 설계한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컴퓨터, 온라인 세상의 ’마법사‘ 같은 용어인 ’알고리즘‘을 공부해야만 합니다. ㅠㅠ)

투자자들이 19일 권도형 대표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시킨 합수단의 첫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자들이 19일 권도형 대표를 고소했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시킨 합수단의 첫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합뉴스]

테라나 루나로 돈을 번 사람들은 어떻게 벌었나? 이에 대한 답도 조선일보가 매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도 거래소에 상장돼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1달러에서 벗어날 때가 있다. 만약 테라가 0.9달러가 된다면 테라를 사서 개당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꿀 수 있으니 무조건 테라를 사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투자자들이 테라를 사자고 달려들기 때문에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다시 올라간다. 테라 가격이 1.1달러가 되면 파는 것이 유리하다. 매도가 몰려 가격이 이제 가격은 다시 내려간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루나의 가격은 한때 118달러까지 올라갔으나 5월 초 갑작스러운 테라 매도 사태(월가의 큰손들이 권도형을 곤경에 밀어 넣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가 시작되면서 폭락, 불과 10여 일 사이에 먼지도 살 수 없을 0.00018달러가 됐고, 무려 50조 원이라는 까마득한 액수의 돈이 먼지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 주식처럼 매도냐 매수냐 타이밍만 잘 맞추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루나틱‘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미칠 지경이 되어 버린 게 지금 국제 금융시장의 최대 사건인 ’테라 및 루나 폭락 사태‘의 전말이다.

한동훈 법무부에서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테라 루나 사태를 1호 사건으로 정힐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컴퓨터의 귀재, 컴퓨터의 천재 권도형은 수사의 귀재, 조선 제일검 한동훈이 다시 출범시킨 합수단 수사에서 어떤 판단을 받을 것인가?

합수단은 권도형이 무엇에 미쳐, 피라미드사기(폰지사기)나 다름없다고 비난받는 테라와 루나를 만들었는지 밝혀낼 수 있을까?

20%까지 수익을 보장한다는 권도형 측의 약속에 넘어가 영혼을 끌어모아 모은 피땀 어린 돈을 미친 듯이 투자했다가 날려버린 20~30대 투자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혹여라도 뒤에 숨어 있을지 모를 음험한 거악의 무리, 큰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돈벌레‘들까지 찾아내 정의와 공정의 이름으로 단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물질적 풍요라는 산업혁명의 과실을 기업인과 자본가, 노동자, 농민 등 산업혁명 참여자 모두 함께 나누는 방법을 고민했던 18세기 영국의 루나틱과 21세기 권도형이 이끌어낸 루나틱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는, 여러 사람이 이미 말하고 있듯, 오직 “돈이 말한다. MONEY TALKS.”라는 황금만능주의의 주술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힐 수 있을까?

/ 정숭호 전 한국일보 경제 부국장, 심의실장, 신문윤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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