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 인도 사람들...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인도의 비만 문제
[월드 프리즘]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 인도 사람들...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인도의 비만 문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5.28 06:42
  • 수정 2022.05.2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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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전쟁을 치르는 수준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비만 때문에 인도 국민 건강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BBC는 27일(현지 시각) 정부 자료를 인용해 인도 사람들이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한 때는 풍요로운 서방 국가들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비만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중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인도의 비만 문제는 어느 나라에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국민이 영양 부족이나 저체중에 시달리던 나라에 속하던 인도가 지난 몇 년 사이 비만도에서 5위 안에 드는 나라로 기록을 경신했다.

2016년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인도인 1억3500만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 수치는 현재도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며, 영양 부족에 시달리던 인도인들이 과체중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도 정부가 실시하는, 가장 종합적인 건강 및 사회 지표 조사인 ‘전국 가족 건강조사(NFHS-5)’에 따르면 인도 남성 약 23%, 여성 약 24%의 체질량 지수(BMI)가 2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5-16년 조사에 비해 남녀 가리지 않고 4%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 자료는 또 5세 이하 아동들의 3.4%가 과체중으로, 이는 2015-16년의 2.1%에 비해 늘어난 수치이다.

“인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만 현상이 유행하고 있는데, 나는 이러한 비만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번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도 남부 도시 첸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과의사이자 ‘인도 비만 재단’의 설립자 라빈드란 쿠메란 박사는 이렇게 염려를 표명했다.

쿠메란 박사는 주로 인도 도시 인구들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비만의 원인으로 좌식 생활 습관과 값싼 정크푸드의 공급 과잉을 꼽았다.

개인의 키와 체중을 감안하여 산정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인정되는 비만 척도인 BMI 지수는 정상, 과체중, 비만 및 병적 비만(고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쿠메란 박사를 비롯한 많은 건강 전문가들은 남아시아 국민의 경우 각 분류 단계에서 최소 2포인트는 낮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국가 사람들의 경우에는 뱃살이 쉽게 늘어나는 ‘복부 비만(central obesity)’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 살이 찌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 사람들의 경우에는 BMI가 23이면 과체중으로 간주하여야 한다.

“과체중 기준을 BMI 23으로 낮추면 인도 인구의 반이 과체중에 속할 겁니다. 그리고 주로 도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할 겁니다.”

쿠메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WHO에 따르면 과도한 체지방은 13가지 유형의 암, 제2형 당뇨병, 심장병 및 폐 질환을 포함한 비전염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작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80만 명이 비만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국제 비만 및 대사 장애 외과 연맹(Ifso)’ 회장을 역임한 프라딥 차우베이 박사는 “체중이 10kg 늘어날 때마다 수명이 3년 단축됩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50kg 정도 과체중이라면 결국 수명이 15년 단축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다 과체중 및 비만 환자의 코로나19 사망률도 3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5월, 몸무게 500㎏으로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여성으로 알려진 이만 압델 아티(이집트·37)가 인도에서 비만 수술을 받고 176㎏으로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17년 5월, 몸무게 500㎏으로 세계에서 가장 뚱뚱한 여성으로 알려진 이만 압델 아티(이집트·37)가 인도에서 비만 수술을 받고 176㎏으로 몸무게가 줄어들었다. [사진 = 연합뉴스]

BMI가 4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20년 전 인도에서 지방 제거 수술을 처음 도입한 차우베이 박사는 비만에 따른 의학적 영향은 잘 알려져 있는데 비해 심리적, 사회적 폐단은 덜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3년 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과체중은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자존감 저하를 초래하여 정신 건강에 해로우며, 부부 생활의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한편, 2015년 지방 제거 시술을 받은 배우 시드하르타 무커리지(56)만큼 비만의 문제를 심각하게 체감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운동선수였던 무커리지는 몇 년 전 사고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80-85kg의 체중을 유지했었다.

“운동선수처럼 음식을 먹었습니다. 기름지고 매운 음식을 많이 먹고 술을 좋아하다 보니 계속 살이 쪄서 188kg까지 나갔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리고 비만과 함께 당뇨병, 고콜레스테롤, 갑상선 질환 등 수많은 병이 찾아오더니 2014년 휴가중에 갑자기 호흡 곤란이 발생했다.

“누워서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여서 앉은 채 자야 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차우베이 박사를 만나 새로운 삶을 얻었습니다. 몸무게를 대략 96Kg까지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자전거도 타고, 무대에도 오르며, 휴가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계단도 오르지 못했는데 지금은 하루에 17~18km를 걸을 수 있고, 과자도 먹고, 세련된 옷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는 뚱뚱한 것은 자신에게는 저주나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우리는 가족과의 약속도 지켜야 하므로 사람들에게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건강을 돌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우베이 박사는 무커리지와 같은 사람들은 지방 제거술을 통해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만이 위험한 질병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를 상대로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도록 촉구하는 그의 노력은 아직도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 통제에 분주한 정부는 생활 습관병을 퇴치할 여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비만은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고,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는 국민 질병이 분명합니다.”

몇 년 전 인도에서는 건강에 해로운 음식료의 가격을 인상하여 소비를 억제하는 ‘죄악세(sin tax)’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식품 회사들의 반발 때문에 무산될 일도 있었다.

쿠메란 박사는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억제하기 위해 흡연과 동일한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한때 비행기와 사무실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허용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TV 드라마와 영화에 면책 조항 삽입을 의무화했으며, 모든 담뱃갑에는 경고 그림이 그려져 있다.

쿠메란 박사는 이러한 반복적인 경고 메시지가 주의를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비만에 대해서도 동일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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